2021. 6. 3.

“제가 제시하는 미래가 대한민국 젊은 세대가 가장 바라는 미래다.”


지난 5월 25일,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꺼낸 말이다. 그런데 말과는 정반대로 이준석이 제시하는 미래는 매우 암울하고 끔찍해 보인다. 그 이유는 이준석이 말하는 ‘청년’에는 청년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지난 4월 22일, 평택항 부두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던 23살 청년 노동자 이선호 씨가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목숨을 잃었다. 아버지와 함께 일하던 이선호 씨는 300kg이나 되는 물체에 깔려 그대로 숨졌다. 이밖에도 지난 2017년에는 고교생 이민호 군이 현장 실습 중에 사망했고, 2018년에는 24살 김용균 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끼어 숨졌다. 지난 5월 24일은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김 군이 19살로 숨지고 5주기를 맞는 날이었다. 

앞서 언급한 사례들은 하나 같이 기업이 청년들의 목숨이 아닌 돈을 앞세우다 일어난 산업재해였다. 청년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정치인의 행동이 있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안타까운 인재였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이준석은 그 어떤 현장에도 찾지 않았고 그 어떤 발언도 내놓지 않았다. 이준석은 스스로를 청년 정치인으로 자부하면서도 산업현장 사고를 줄이기 위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나 산재 제도를 개선하려는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이준석은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을 줄일 수 있는 어떠한 정책도 내놓은 바 없다. 

다른 청년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준석은 군 복무 기간에 최저임금을 지급하자거나 군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제안한 바 없다. 오히려 군대에 다녀오는 여성들에게 보상으로 ‘군 가산점’을 주겠다는 여성희망복무제로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고 있을 뿐이다. 정치인 이준석의 시선에는 고통받는 청년들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 듯하다.

그렇다면 이준석이 청년 정치를 내세우는 근거는 뭘까? 이준석은 이남자(20대 남자)의 마음을 알아주는 건 자신이라고 주장한다. 특권을 누리지 못한 20대 남자들을 향한 페미니즘의 공격을 막고, 정치인으로서 20대 남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준석은 한 인터뷰에서 “기성세대 남성이 누린 특권에 대한 비난을 애꿎은 20대 남성에게 쏟아낸다면 나는 언제든 반박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처럼 이준석이 집중하는 대상은 오로지 ‘페미니즘 혐오 정서’에 바탕을 둔 20대 남성뿐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한 논쟁, 인터뷰에 머무르는 얄팍한 수준이다. 

이준석은 시시때때로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페미니즘을 비난하는 과격한 말들을 꺼내는 것과 달리 다른 청년 현안에는 이상하리만치 그 어떤 말도 꺼내지 않는다. 이래서야 이준석을 진정한 청년 정치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민망하다. 20대 남자를 향해서도 그 대상이 지극히 편협한 수준이니 말이다.

이준석은 27살이던 10년 전부터 정치를 시작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의 ‘친구 아들’로 알려진 이준석은 ‘박근혜 키즈’로서 정치권에 등장했다. 

박근혜 후광을 등에 업은 이준석은 정치를 시작하자마자 엄청난 특혜를 누렸다. 대표적으로 박근혜 정권 시절 박근혜, 이주호 해양수산부 장관 같은 보수 인사들이 이준석을 직접 찾아 격려한 사례를 들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이준석은 당 최고위원을 지내고 지역구 공천까지 거머쥐었다. 

지난 5월 21일, 이준석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를 (정치에) 끌어내 준 그분에게 항상 감사하다”라며 박근혜에게 감사 인사까지 했다.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친박계의 표를 계산했을 거란 비판이 나온다. ‘국정농단 박근혜’에게 감사하는 이준석의 청년 정치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란 말인가.


“제가 제시하는 공정 담론이 우리 당의 근간에 자리할 수 있다면 세대교체를 뛰어넘는 큰 체질 변화가 있을 것이다.”


지난 5월 31일, 이준석이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꺼낸 말이다. 그런데 앞서 살펴봤듯 청년 정치를 앞세운 이준석의 뿌리와 평소 행동은 참신하고 새로울 것이 하나도 없다. 공정과는 거리가 한참 먼 국힘당 꼰대 정치인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이 ‘세대교체’를 앞세우는 건 청년들을 향한 기만일 뿐이다. 이준석의 정치는 뒤틀린 반페미니즘 정서까지 더해 구태·적폐로 다져진 낡은 정치에 불과하다.

오죽하면 지난 5월 26일,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외관은 청년이지만 사실 기득권 정신으로 가득 차 있다”라며 이준석을 깎아내렸을까. 이준석과 권은희는 지난날 바른미래당에서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또 두 사람은 다음 대선을 앞두고 보수진영 단일화를 통해 아군이 될 수 있는 길도 열려 있다. 그런데도 권은희가 저런 박한 평가를 꺼낸 것인데, 이준석의 됨됨이가 수준 미달임을 보여주는 일화가 아닐까 싶다.

이준석이 바라는 미래는 ‘거의 대다수 대한민국 청년이 바라지 않는 미래’일 뿐이다. 청년을 모욕하고 세대 갈등을 유발하는 ‘낡은 청년’ 이준석의 바람은 이제 그만 사양하고 싶다.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