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8.

[아침햇살129] 한미정상회담 전후 미국 태도에서 주목되는 점① https://615tv.net/252 에 이어서



(2) 촛불혁명의 파도를 맞닥뜨린 미국



바이든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을 잘 대접한 배경엔 한국의 정치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 정치는 여전히 촛불혁명이 전진하는 형국이다.

그동안 보수적폐세력은 촛불혁명을 꺾어보려고 무진 애를 써 왔다. 국힘당은 공수처법 같은 개혁법안을 저지하고자 2019년 초 동물국회를 만드는 등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국정운영을 사사건건 방해했다. 2019년엔 1년 내내 태극기부대가 광화문 일대와 서울역 등지에서 집회를 벌이며 문재인 정부를 공격했고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청와대 앞에서 단식투쟁도 했다. 2019년 나경원은 한반도에 평화가 실현되는 걸 막고자 미국에 가서 대한민국 총선 전까지 북미정상회담을 하지 말아 달라고 간청하고 다니기까지 했다. 윤석열 검찰과 적폐언론은 검찰개혁을 추진했던 조국과 추미애, 두 법무부 장관과 위안부 문제 해결에 헌신해온 윤미향 민주당 의원 등을 대대적으로 공격했다.

보수적폐세력은 이렇게 발악해도 촛불혁명을 꺾지 못했다. 그러자 보수적폐세력은 촛불국민의 눈을 속이려 ‘쇼’를 하기 시작했다.

김종인 전 국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작년 12월, 박근혜가 탄핵되고 이명박, 박근혜 두 대통령이 구속된 것이 국힘당 책임이라며 사과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나경원 등 국힘당 주요 인사들이 광주 5.18묘역과 제주 4.3평화공원을 방문했다.

그렇다고 국힘당이 정말 잘못을 반성한 건 아니다. 국힘당은 이명박, 박근혜에 대해서도 여지껏 구속되어 있어야 할 만큼 큰 잘못을 했느냐며 사면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5.18광주민중항쟁과 제주4.3항쟁의 교훈인 반미자주, 평화통일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국힘당이 정말 잘못을 반성하는 것도 아니면서 탄핵 사과, 5.18, 4.3 참배를 하는 이유는 자신들은 이제 달라졌으니 더 이상 청산되어야 할 ‘적폐’가 아니라고 눈속임을 하기 위해서이다.

촛불혁명은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촛불국민은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에서 민주개혁세력을 압승 시켜 촛불개혁을 지속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4.7보궐선거도 다르지 않다. 4.7보궐선거는 국힘당 스스로 인정하다시피 국힘당의 승리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촛불개혁을 제대로 하지 않아 심판받은 것이다. 촛불국민은 국민의 뜻을 따르지 않는 세력을 모두 심판하고 자기의 뜻대로 정국을 이끌어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4.7보궐선거 또한 촛불혁명의 전진이다.

촛불혁명의 파도를 맞닥뜨린 건 한국 사회의 근본적폐인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남과 북은 2018년 판문점정상회담과 평양정상회담을 열어냄으로써 한반도를 평화, 번영, 통일의 열기로 가득 채웠다. 미국은 거대한 평화통일의 열기에 화들짝 놀랐다. 이대로라면 남북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진전될 수 있었다. 그러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국은 우리의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행보를 저지했다. 이어서 한미워킹그룹을 만들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하나하나 통제했다. 해리 해리스 당시 주한미대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종북좌파에 둘러싸여 있다는 얘기가 있는 것 같다”라고 발언했다. 미국이 문재인 정부를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통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며 국힘당을 지원했다. 미국은 총선을 앞둔 2020년 3월, 그리고 재보궐선거를 앞둔 2021년 3월에 각각 인권보고서를 발표했다. 미국은 인권보고서에 조국 전 장관, 윤미향 의원 등을 언급하며 한국 정부가 부패했다고 지적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 FBI 국장은 2019년 9월 윤석열을 만나 힘을 실어주었다. 미국은 일본이 한국을 경제침략할 땐 일본 편을 들어 문재인 정부에 한일관계 개선을 강요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폐기하려 한 것도 가로막았다. 또한 미국은 방위비분담금을 5배 인상하라며 문재인 정부를 압박했다.

그러자 촛불국민 속에서 반미 여론이 급격히 확산됐다. 2019년 11월에 리얼미터가 한 여론조사에서는 주한미군이 감축되어도 방위비분담금 인상 요구를 수용해선 안 된다는 답변이 69%나 됐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종북좌파 운운한 주한미대사에 대한 비난도 폭주했다. 심지어 대학생들은 담을 넘어 미대사관저에 들어가 해리스 대사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국민은 대학생들의 과감한 투쟁에 공감하며 지지해주었다.

국민의 반미여론이 거세자, 정치권에서도 미국에 항의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이재정 의원, 정의당 김종대 전 의원 등은 “매우 무례하다”라며 주한미대사를 비난했다. 김종훈 민중당 전 의원은 해리스 대사를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미국의 횡포에 “(주한미)대사가 무슨 조선총독인가”라고 비판하고 주한미군을 향해선 “오히려 우리가 돈을 낼 것이 아니라 미군한테 임대료를 받아야 한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원래 미국이 바라던 건 문재인 정부를 공격함으로써 국힘당 같은 친미친일보수적폐세력이 재집권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한국이 미국의 승인에 따라 운영되도록 하려 했다. 그런데 오히려 친미친일보수적폐세력이 궁지에 몰리고 있는 데다가 미국에 대한 반발 여론도 급격히 확산됐다.

그래서 미국은 바이든 집권을 계기로 한국의 심각한 반미 여론을 빨리 수습해야겠다고 판단한 듯하다. 바이든은 트럼프 정부의 무시와 학대로 동맹이 위축됐다며 “미국이 돌아왔다”라고 말했다. 그간 미국이 잘못했던 건 다 트럼프 탓이지 미국이 나쁜 게 아니라고 변명했다. 한미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잘 대접한 게 바로 이런 맥락에서다. 촛불국민 속에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는 반미심리를 누그러뜨리려 한 것이다.

미국이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에 백신을 주기로 한 것도 같은 결이다.

지난 4월 한국은 미국과 백신 스와프를 추진했다가 미국에 거절당한 바 있다. 백신 스와프는 미국에 공짜로 백신을 달라는 것도 아니었다. 미국이 지금 백신을 건네주면 한국이 하반기에 백신을 갚겠다는 제안이었다. 그런데 미국은 “백신 비축분에 여유가 없다”라며 거절했었다. 그런데 한 달 뒤 한미정상회담에서는 100만 명분을 공짜로 주기로 했다. 미국이 한 달 새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애초 미국은 코로나19 백신을 자기의 이익을 실현하는 도구로 이용했다. 미국은 4월, 백신 스와프를 거절하면서 “(미국은 그동안) 쿼드와 백신 수급 협의를 해왔다”라는 말을 했었다. 백신을 받고 싶으면 미국이 만든 안보협의체인 쿼드에 동참하라는 뜻이었다. 화이자, 모더나 등 백신 대부분이 미국 기업 제품이라는 점을 이용해 백신 패권주의를 부린 것이다.

그러자 한국에서는 미국 비판 여론이 일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백신을 외교무기로 사용하는 파렴치한 미국을 규탄한다”라는 목소리가 나왔고 언론에서도 <[사설] 미국에도 이롭지 않은 반인권적 ‘백신이기주의’(4월 23일, 서울신문)> 등의 비판 기사가 실렸다. 문재인 대통령도 “연합도 국제 공조도 모두 뒷전이 돼 국경 봉쇄와 백신 수출 통제, 사재기 등으로 각자도생에 나서고 있다”라며 미국을 에둘러 비판하기에 이르렀다.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러시아의 백신, 스푸트니크V를 도입하자는 대안을 내놓았다.

스푸트니크V를 사용했던 헝가리에 따르면 스푸트니크V는 화이자 백신보다 감염률이 1/6, 사망률이 1/32 수준이라고 한다. 모더나보다는 감염률이 1/2, 사망률이 1/20 수준이라고 한다. 이정도면 우리나라에서도 당장 스푸트니크V 도입을 추진해볼 법하다. 그런데도 한국이 스푸트니크V 도입을 추진하지 않는 건 미국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이재명 지사는 “서방과 사회주의권 간에 일종의 백신 패권 전쟁 측면이 있다”라며 “그러나 진영이고 정치적이고 다 빼고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 관한 것이니까 다 열어놓고 객관적으로 검증을 해봐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검토 과정 자체가 모더나와 화이자를 구매하는 데 지렛대가 될 수 있다”라고도 말했다.

이재명 지사의 주장은 국민의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리얼미터가 4월 26일 러시아 백신 도입이 필요한지 여론조사를 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국민 중 51%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38%가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한국은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으로 전 세계에 알려져 있다. 그런 한국이 스푸트니크V를 전격 도입하면 스푸트니크V가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다. 그러자 미국은 자신의 백신패권이 무너질 걸 우려해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에 얀센 백신 100만 명분을 제공하고 모더나 백신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위탁생산하게 했다. 한국은 위탁생산된 백신을 일부 국내에 공급하도록 미국과 논의할 계획이다. 이런 미국의 조치로 한국에서는 스푸트니크V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사그라졌다.

백신 사례를 봐도 미국이 한국 내에서 반미, 탈미 여론이 확산되는 것을 굉장히 민감하게 포착하고 있으며 매우 예민하고 순발력 있게 대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종합하면, 촛불국민은 부당한 요구를 하는 미국에 반발해 나섰고 그러자 미국은 확산하는 반미여론을 누그러뜨리려 한미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잘 대접했다.

 

(3)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에 좋은 대접을 받은 것은 북한과 촛불국민 덕이다.

 


3. 썩은 동아줄에라도 매달려야 하는 미국의 처지



한미정상회담 전후 미국 상황을 보면 북한에 저자세를 보이는 게 두드러진다. 미국이 문재인 대통령을 잘 대접하는 것을 보면 어지간히 급한 상황인 것 같다. 동아줄이 있기만 하다면 멀쩡한 동아줄이든 썩은 동아줄이든 가리지 않고 일단 붙잡고 보자는 심정으로 보인다.

그런데 미국은 왜 이렇게 인생을 힘들게 사는지 모르겠다. 미국이 현 상황을 벗어나는 방법은 간단하다. 대북적대정책을 바꾸면 된다. 북한과 수교를 맺고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경제, 사회, 문화 교류를 하면 된다.

미국인도 2018년 6월 12일에 열린 싱가포르정상회담에 지지를 보냈다.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가 당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51%가 트럼프의 대북협상을 지지했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북미정상회담이 한반도 비핵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25%에 불과했다. 미국 국민은 한반도 비핵화가 안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북미정상회담을 지지한 것이다.

또 다른 여론조사 기관인 서베이멍키가 2018년 6월에 한 여론조사에서는 북한을 가장 큰 위협이라고 꼽은 미국인은 19%밖에 안 됐다. 2017년에는 49%였는데, 엄청나게 급감한 것이다. 중국이 가장 위협이 된다고 꼽은 비율도 2018년 기준으로 19%였다. 북미정상회담으로 북한의 위협 수준이 중국 정도로 내려갔다고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이 대북적대정책을 내려놓고 북미관계를 개선하면 한국 국민, 북한 국민은 물론 미국 국민도 기뻐하고 전 세계 인류가 박수를 칠 것이다.

북미관계를 개선하라는 게 미국더러 북한에 무릎 꿇고 항복하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지 않은가. 북한은 미국을 식민지 삼아서 미국에 총독부를 설치하고 군부대를 사찰해 핵무기를 해체하고 미국에 친북정권을 세운 뒤 사회주의 나라로 만들겠다는 게 아니다. 그저 공존, 공리, 공영하자는 것이다.

공존, 공리, 공영이라는 이 쉬운 길을 앞에 두고도 왜 대북적대정책을 포기하지 못해 이렇게 안절부절못하고 있는가. 그러면서도 저 스스로 공포에 빠져 살아남겠다고 작은 가능성만 보여도 줄을 잡겠다고 달려드는 궁색한 꼴을 보인다. 미국이 대체 왜 스스로를 이런 처지로 내모는지 알 수가 없다.

이렇게 단순하고 상식적인 결정을 하지 못하는 게 바로 제국주의인가 보다. 미국은 극단적이고 배타적인 이기주의의 늪에 빠져 헤어날 수 없는 불행의 굴레에 씌워진 것 같다. 이런 미국의 모습이 정녕 ‘제국’의 모습이란 말인가. 한미정상회담과 전후 상황을 보니 이런 소회가 절로 든다.



이형구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