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19.

(아침햇살279호에 이어서)

 

암울한 경제 상황


경제는 국민의 피부에 즉각 와 닿는 영역이기 때문에 민심 변화에 큰 영향을 준다. 경제 상황이 나쁘면 정부·여당을 반대하는 여론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윤석열 정권 들어 한국 경제가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이는 윤 대통령의 지지 기반을 크게 위협한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윤석열 취임 직후부터 떨어지기 시작한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 완화로 올해 들어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지만 10월 들어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가격이 떨어진 후 조정 기간을 거친 뒤에 다시 떨어지는 이른바 ‘이중침체(더블딥)’에 빠졌다는 우려가 나왔다.

물론 집값이 떨어지는 게 집 없는 서민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정부가 온갖 규제를 완화했는데도 집값이 떨어지는 건 그만큼 경제가 안 좋다는 걸 반영하는 것이다. 특히 가격 하락 폭은 강남이 포함된 동남권이 가장 컸다. 이 권역은 윤 대통령과 국힘당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곳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 그래프. [출처: 한국부동산원]

 


여러 국내외 기관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1% 중반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세계 경제성장률 2.8%(국제통화기금 10월 추산)의 절반 수준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해 전망치를 1.3%로 잡았고 물가상승률은 3.6%로 잡았다. 경제성장에 비해 물가 상승이 2.77배나 높다. 서민에게 고통스러운 상황이다. 고금리에 물가까지 치솟으니 소비가 위축되어 내수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던 송두한 국민대 특임교수는 11월 2일 자 오마이뉴스 기사 「민생곳간 털어 나라곳간 채우는 정부... ‘나라 망하는 길’」에서 “지금의 민생경제 상황은 금융위기에 준하는 비상경제 상황임이 분명”하다면서 “유례없는 고물가 충격에도 (윤석열 정부는) 공공요금 인상을 통한 가격 전가에 여념이 없다”라며 정부에 물가 인상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도 한국 경제성장률을 2.2%로 추정했다. 세계 경제성장률 2.9%보다 낮다. 그나마 올해 한국 경제가 바닥을 치는 바람에 기저효과로 내년 성장률이 높게 나왔는데도 이 모양이다. 특히 대기업 중심의 수출에서 성적을 좀 내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내수 경기는 더욱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경제가 어렵다 보니 사방에서 힘들다는 얘기가 나온다. 코로나19 시절도 버티던 자영업자들이 문을 닫는 사례가 속출해 번화가에 가면 ‘임대문의’를 써 붙여 둔 가게가 한 집 건너 하나씩 있을 정도다. 중소기업들도 위태롭다. 9월 26일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만성 한계기업이 3,900개가 넘어 외부감사 대상기업의 15.5%에 달했다. 또 건설 기업의 경우는 지난해 한계기업이 42%나 되었고 3년 연속 한계기업도 19%로 전체 기업 평균을 웃돌았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법인세와 종합부동산세를 중심으로 대규모 부자 감세를 단행해 세수가 크게 줄었다. 부족한 재정 때문에 서민 복지도 줄여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즉, 서민 호주머니를 털어 부자 곳간을 채우고 있는 것이다. (「강남 부자 ‘세금 감소’ 웃고…서민들 ‘복지 축소’ 울 수도」, 경향신문, 2023.11.21.) 아예 윤 대통령은 5월 31일 사회보장전략회의에서 “사회보장서비스 자체도 시장화, 산업화, 경쟁 체제가 돼야 한다”라며 국가가 책임져야 할 서민 복지를 자본과 시장에 맡기자는 주장까지 했다.

서민들의 민생고는 결국 정권 심판 의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시간이 갈수록 윤 대통령 탄핵 여론이 끓어오를 것이다.

 

 

남북관계도 윤 대통령에게 불리하다


현재 남북관계는 한마디로 ‘강대강’이다. 윤 대통령은 한·미·일 삼각동맹에 매달리며 연일 북한을 겨냥한 전쟁훈련을 진행하고 이에 맞서 북한은 미사일 발사 등 강경한 군사 대응을 하고 있다. 한반도의 안전핀이었던 9.19남북군사합의는 끝내 폐기되었고 남북 사이에는 언제 군사 충돌이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지금 상황을 두고 윤 대통령이 정권 위기를 돌파하고 총선 패배를 피하고자 의도적으로 위기를 키운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명예이사장은 11월 25일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66차 촛불대행진’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정권이 전쟁 위기를 조성할지 모른다”라고 주장했다. 단순히 위기를 키우는 것을 넘어 국지전이나 전면전까지 바란다는 주장도 있다. 전쟁 위기가 보수 세력이나 정부·여당에 유리하다는 통념에 충실한 셈이다. 그러나 지난 십몇 년 동안 실제로 전쟁 위기가 보수 세력의 선거 승리로 이어진 사례는 없으며 오히려 역풍으로 작용했을 뿐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북한의 대응을 예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북한은 작년에 핵무력법을 제정하여 자신을 공격할 것으로 판단되면 선제 핵공격을 하겠다는 정책을 공표하였다. 실제로 한미연합훈련을 하거나 미국의 전략무기가 한국에 들어오면 북한이 핵공격 대상이라고 경고하는 일도 있었다. 18일에는 한미 핵협의그룹 회의와 부산항에 들어온 미국의 핵잠수함 미주리호를 겨냥해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포-18형 발사훈련을 하였다.

윤석열 정부는 대북 전단 금지법 위헌 결정을 밀어붙였는데 만약 북한이 대북 전단을 전쟁행위로 간주하거나 지도부를 향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면 선제 핵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북한은 국가정보원이 대북 전단 살포의 배후에 있다고 판단하고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있는 국정원 건물에 핵폭탄을 날려 보낼 수 있다. 국정원은 북쪽에서 날아오는 포탄이나 미사일을 293미터 높이의 대모산이 막아주는 위치에 있지만 북한의 순항미사일이나 드론(무인 공격기)이 대모산을 우회해서 공격할 수 있다. 게다가 국정원 주변엔 민가가 없어서 초소형 전술 핵무기를 이용해 ‘외과수술식 타격’으로 소멸시키기 최적화되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조선일보가 공개한 국가정보원 청사 사진.



북한이 이처럼 초강경 대응을 하면 윤석열 정권은 맞대응하기 쉽지 않다. 맞대응은 곧 전면전인데 미국은 본토에 핵미사일이 날아올까 봐 전면전을 피하려 할 것이고, 윤석열 정권은 한국군을 독자적으로 움직여 전면전을 감행할 권한도 능력도 없다. 국민이 볼 때는 윤 대통령이 당장 전쟁을 할 것처럼 큰소리치다가 정작 북한이 강경 대응을 하니까 찍소리 못하고 주저앉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작년 12월 26일 북한 무인기가 넘어와 대통령 집무실 인근까지 날아다니다 돌아가는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그러나 ‘선제타격’ 운운하던 윤 대통령은 무인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뻔히 무인기를 포착하고도 격추 시도를 못 하였고, 무인기 추격하려고 띄운 전투기가 추락하는 바람에 망신만 당했다.

이 바람에 연말에 겨우 오르던 지지율이 다시 떨어졌다. 깜짝 놀란 윤 대통령은 1월 11일 독자 핵무장 발언으로 만회하려 했지만 미국이 단호하게 반대하는 바람에 지지율을 더 깎아 먹는 꼴이 됐다.

이처럼 북한이 군사적으로 강하게 나오면 윤석열 정권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지지율이 떨어진다. 지금은 지지율이 떨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전쟁을 막기 위해서라도 대통령 탄핵을 서두르자’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이다. 따라서 지금의 강대강 국면은 윤석열 정권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북한은 예고한 것처럼 정찰위성을 추가로 발사할 것이다. 원래 정찰위성은 여러 개를 운용해야 군사적으로 가치가 크기 때문에 이른 시일에 반드시 추가 발사할 것이다. 윤석열 정권이나 미국이 이걸 막을 방법은 없다. 북한을 규탄은 하겠지만 아무 쓸모가 없다. 애초에 규탄을 안 했으면 상관이 없지만 규탄을 했기 때문에 추가 발사를 막든지 응징을 하든지 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못 하니 국민이 보기에는 더 한심하다. 따라서 북한이 정찰위성을 발사할 때마다 지지율에 타격이 될 것이다.

북한은 윤석열 정권이 전쟁을 걸어올 것에 대비해 미국을 개입시키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정찰위성을 발사한 후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 미국 버지니아주의 노퍽 해군기지, 백악관, 펜타곤(국방부 청사) 등을 촬영한 사진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팻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인터넷에도 펜타곤과 백악관 이미지는 많이 있다”라고 반응했다.

정찰위성이 찍은 사진은 최신 정보라는 점에서 군사적 가치가 있다. 당연히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사진으로는 얻을 수 없는 정보다. 이걸 국방부 대변인이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애써 태연한 척하기 위한 반응일 뿐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에게 그랬듯 윤 대통령에게도 힘을 실어주며 전쟁을 부추기지만 정작 전쟁이 나면 나 몰라라 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북한은 자꾸 미국을 끌어들이며 ‘만약 전쟁이 나면 미국도 공격 대상이다. 따라서 본토에 핵미사일이 떨어지는 게 싫으면 윤석열 정권을 억제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윤석열 정권이 북한을 자극할수록 북한은 미국을 자극해 결국 미국이 견디지 못하고 윤석열 정권을 억제하도록 만들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경우에도 국민의 시각에서 윤석열 정권은 ‘미국과도 마찰을 일으키다 주저앉는 정권’이 된다. ‘바이든 날리면’ 2탄이 되는 것이다.

 

 

결론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전반 정세는 윤 대통령 탄핵에 매우 유리하다. 민심도 이미 정권을 떠났고 권력기관들도 이완되었으며 여당도 혼란에 빠졌다. 경제도, 안보도 모두 윤석열 정권에 불리하기에 윤 대통령이 지금 상황을 뒤집을 방법도 없다.

정권을 차지할 자격도, 실력도 없으면서 권력을 휘두르며 국민을 탄압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국격을 무너뜨리고, 주권을 팔아먹은 결과로는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사필귀정(모든 일은 반드시 바르게 돌아간다는 뜻)이다.

 

(끝)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