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 2024년 06월 07일
기사 제목 : [아침햇살298] 미국의 질 낮은 군사훈련 수준
추락하는 미국과 유럽의 군사력 ③
(이어서)
한때 세계 유일 초강대국을 자처했던 미국의 힘이 빠지면서 국제질서가 변화하고 있다. 군사력은 국제질서의 변화를 이끄는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과 서방 진영의 군사력은 급속히 약해지고 있지만 반미·반서방 진영의 군사력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이를 살펴본다.
‘훈련 중 사망’ 비율 높은 미군
미국 CNN은 2019년 6월 6일 「전투 작전보다 훈련 중에 사망하는 미군이 더 많다(More US troops die during training than in combat operations)」라는 제목의 보도를 했다. 미 의회 보고서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전쟁 작전 때보다 훈련 과정에서 숨진 미군 장병들이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6~2018년 사이 미군 1만 6,652명이 복무 중 사망했다. 이 기간 미군의 사망 원인 1위는 ‘훈련 중 사고로 사망’(31.9%)이었는데, 전쟁 작전 중 사망(16.3%)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같은 기간 미군 사상자의 73% 역시 전쟁과 무관한 상황에서 발생했다.
특히 미군에서는 2015년 이후 비전투 중 사망자가 전투 중 사망자를 넘어섰다. 2017년에는 훈련 중 사고로 숨진 미군의 숫자가 전투 중 숨진 미군 수의 거의 4배에 이르렀다.
공개된 바에 따르면 오늘날 미군 지도부는 신병훈련소에서 병사들의 기본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유산소운동, 근력운동,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등 육체적 훈련과 미군으로서의 소양을 갖추는 정신적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고 한다.
미군 병사가 훈련을 받는 도중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미군의 훈련 실태를 짐작할 만한 보고서는 있다. ‘스프링어 링크’가 2023년 6월 24일 공개한 「군사훈련과 수정주의적 정의로운 전쟁 이론의 실용성 문제(Military Training and Revisionist Just War Theory’s Practicability Problem)」라는 제목의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무엇보다도 신병들은 외부 세계로부터 심하게 고립되어 있으며, 군대는 신병이 생존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독점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병사들은 불복종의 권리가 없으며, 오히려 ‘희생적 복종’의 의무가 있다”라고 했다.
미 정부와 미군 지도부가 훈련 과정을 공개하지 않고 있기에 훈련 중 병사 사망을 둘러싼 의혹은 가시지 않고 있다.
또 미 국방부는 보안 허가를 받지 않은 개인에게 작전 또는 기밀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미군의 실태를 고발하는 내부 증언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Whispering into a Bullhorn, Soldier Whistleblowing in Public Media」, ARMY UNIVERSITY PRESS」, 2024.2.9.)
최근 미군 병사들은 틱톡에 올린 영상에서 “상관들의 대우는 가혹하고 자율성이 없으며 하찮은 일만 해야 한다”, “지휘관들이 권력에 취해 있고 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군대에서 넌 그들의 개다. 그들이 네게 뭘 하고 싶어 하면 넌 그냥 해야 한다” 등의 폭로를 이어가고 있다. (「“군대 오지 마”…美 Z세대 병사 ‘틱톡 반란’(영상)」, 뉴시스, 2023.12.24.)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뒤 나토군은 미국을 중심으로 유럽 각국에서 많은 인원과 물자를 동원한 최대 규모 합동군사훈련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지난 3월 11일 주간조선은 나토군의 실태에 관해 “국방비 지출에 비해 전투력은 형편없이 열악하고, 군대 규모도 보잘것없다”라면서 “2014년 이후 국방비 증가에도 불구하고 나토(의) 전투력은 놀라울 정도로 열악하다”라고 꼬집었다.
또 “유럽이 어렵사리 전투 부대를 창출해 내더라도 전투에서의 효과성(즉 승리)과 장기전에 필요한 다른 요소들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라며 “대규모 본부·사령부 운용을 위한 지휘통제 능력, 드론과 위성 같은 정보·감시·정찰(ISR), 공중수송 등의 병참·군수 능력, 1주일 이상 지속 가능한 탄약 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종이 호랑이’로 전락한 나토 군사력 실상」, 주간조선, 2024.3.11.)
이를 통해 유럽 각국의 훈련 실태를 짐작할 수 있다.
미군의 예산 부족 문제
미 정치권과 미군 일부에서는 미 정부를 향해 군사훈련의 질을 높이는 데 국방예산을 써 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 같은 요구는 매년 예산 편성 시기마다 나오고 있지만, 미 정부가 제대로 귀담아듣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미군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해외에서의 훈련 확대, 추가 배치를 주저하고 있다.
미 정부는 미군의 훈련과 관련해 국방예산을 어떻게 쓰는지 소상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군사 기밀, 안보와 밀접히 관련됐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다만 해외 주둔 미군의 현황이 어떤지 짚어볼 수는 있다.
2023년 4월 20일(현지 시각)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 사령관은 미 상원 군사위원회 예산 청문회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훈련 예산 부족으로 한국과 미군이 실기동훈련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면서 현재 훈련 예산의 수준은 “최저한도”라고 밝혔다.
러캐머라 사령관은 연합훈련을 확대하려 해도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지장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미 실기동훈련 예산 부족…주한미군, 정보경쟁력 우려돼”」, 연합뉴스, 2023.4.21.)
크리스틴 워머스 미 육군부장관은 지난 2월 27일 미 의회가 추가 지출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나토군이 우크라이나 병사들을 대상으로 해온 훈련을 축소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과 관련해 중동과 중앙아시아 지역, 아프리카의 이집트 지역을 맡은 미 중부사령부의 미군 추가 배치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와 관련해 워머스 장관은 “지난 몇 년 동안 예산이 제자리걸음을 했다”라면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고, 추가 예산을 받지 못하면 아마도 몇 가지(훈련)를 취소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Army will have to cancel exercises with NATO, inside CENTCOM, with no budget supplemental」, BREAKING DEFENSE, 2024.2.27.)
위 발언을 통해 미 정부가 막대한 국방예산을 편성하면서도 정작 미군의 훈련에는 공을 들이지 않고 있음이 드러난다.
오늘날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방비를 쓰는 나라다. 미 정부의 2024년 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에서 국방예산은 8,420억 달러(대략 1,158조 원)로 책정됐다. 이는 지난해보다 3.2% 늘어난 규모로 역대 최대다.
특히 백악관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억제력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두는 것은 물론이고 북한, 이란 등의 지속적인 위협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 의회가) 미 안보를 위한 정보기관 및 미군 예산을 삭감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라며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미 정부는 국방예산이 막대한데도 미군을 대상으로 한 훈련 투자에는 인색한 듯하다.
해외 주둔 미군의 심각한 주민 갈등
미국 곳곳에는 미군 6개 군종(육군·해군·해병대·공군·해안경비대·우주군)의 신병훈련소가 있다.
이 밖에도 미국에 있는 미군은 모하비 사막, 하와이 정글의 깊숙한 곳 등에서도 훈련을 받는다. 이는 훈련 시 생기는 소음, 사고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있는 미군이 근처 주민들과 사이가 나쁘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그런데 해외에 주둔하는 미군은 해당지역 주민들과 계속 갈등을 겪고 있다.
특히 미국이 북·중·러를 상대로 한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인 한반도와 일본에서 미군기지를 꺼리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 곳곳에는 도심 한복판에 미군기지가 있어 소음과 실탄 사격 위협, 독극물 유출 등 여러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용산 미군기지, 평택 미군기지, 포천 미군 로드리게스 사격장, 창원 주한미군 전용 사격장 등에서는 주민들의 항의와 미군기지 이전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마찬가지로 도심 한복판에 미군기지가 있는 일본 오키나와의 후텐마 미군기지 근처에서도 미군기지 이전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신뢰를 잃은 미군이 한국 곳곳에서 미군의 훈련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꺼내고 있다는 점이다. 한반도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산악 지형이 많아 1년 내내 병사들을 훈련하기 유리하다는 것인데, 한국 국민의 반대 목소리는 무시하는 모습이다.
미군이 지금처럼 해외에 주둔하는 이상 지역주민들과 갈등이 끊이지 않을 듯하다.
군사훈련을 둘러싸고 터져 나오는 미군의 ‘비상 상황’은 갈수록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계속)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