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6.

 

 


(이어서)

4. 얄미울 정도로 이기적

북한은 미국을 상대로 얄미울 만큼 자신에게 유리한 건 모두 얻어간다. 곶감을 하나씩 빼먹다 결국 혼자 다 먹어버리는 것처럼 이기적이라고 할 정도다. 북한은 자신은 손해 보는 것 없이 일석삼조, 일석오조를 얻는 외교를 한다.

반면, 미국은 항상 대북정책을 실패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가 실패했다고 말하고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를 향해 ‘실패할 운명’이었다고 비난한다. 트럼프가 북미정상회담을 했을 때도 미국 내에선 비판 목소리가 일었다. 미국 여론이 자기들은 북한과 마주앉았다 하면 매번 뺏기기만 하고 이익을 얻는 건 결국 북한이라고 인정하기 때문에 나오는 현상이다.

실례로 지난 북미정상회담을 살펴보자. 

미국은 북미정상회담에서 무엇을 얻었을까? 볼턴 전 보좌관은 “북한과의 교섭에서 미국이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많이 잃었다”라고 평가했다. 북미정상회담을 했지만 한미연합훈련만 축소되었을 뿐,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에 성공할 기회를 줬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매티스 전 미 국방장관은 “우리가 하는 것은 미국을 파괴하는 방법을 실제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회담을 했더니 미국이 파괴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미국이 얻은 게 없다면 북한은 어떨까? 지금 다시 생각하면 북한은 엄청난 성과를 얻어갔다. 여기선 다섯 가지를 꼽아보려 한다.

북한이 얻은 첫째 성과는 바로 북중관계를 개선했다는 것이다. 

현재 북한과 중국은 매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2017년까지 북중관계는 무척 냉랭했다. 애초 중국은 북한의 핵보유를 상당히 견제했다. 중국은 북한 핵무기가 자신의 안보를 크게 위협할 것이라며 경계했고 그 결과 미국에 동조해 대북제재에 적극 나서기도 했다. 

북한과 중국은 같은 사회주의 나라이기 때문에 당연히 같은 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국제관계가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과거 소련도 중국이 핵무기를 개발할 때 반대한 바 있다. 중국과 소련의 갈등이 어찌나 심했는지 마오쩌둥이 ‘미국보다 소련이 더 싫다’라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소련은 이미 핵무기를 개발해 강대국의 반열에 올랐는데, 중국이 핵개발을 해 자신과 동등한 지위로 올라서길 바라지 않았던 것이다. 

2015년에는 북한의 모란봉악단이 중국을 방문했으나 공연 몇 시간을 앞두고 돌연 귀국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이 핵과 미사일이 등장하는 공연 장면을 수정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이에 현송월 당시 모란봉악단 단장이 “토씨 하나도 고칠 수 없다”라고 거부하면서 전격 귀국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당시 북중관계는 정말 심각한 상황이었다. 중국은 북중 국경지대에 각종 미사일을 배치하는가 하면 2017년 4월 25일, 북한이 조선인민군 창건 기념일을 맞아 군사행동을 할 수 있다고 하여 인민해방군 10만 명을 북중국경지대에 배치했다.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이런 북중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냐며 우려했다. 그런데 북한은 이런 북중관계를 단번에 전변시켰다. 어떻게 한 것일까?

2018년 3월, 북한과 미국은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다. 중국은 북미정상회담 소식을 듣고 위기감을 느끼게 되었다. 만약 북한과 미국이 관계를 개선하면 중국이 고립될 수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2018년 6월 10일, “중국이 북미정상회담에 초조해한다”라며 “중국은 미국이 통일된 한반도를 워싱턴의 동맹으로 삼기 위해 싱가포르 회담을 활용할 가능성을 우려한다”라고 보도했다. 

미국이 북한과 관계개선에 나선 데에는 바로 이러한 목적도 있었다. 중국과 소련 관계를 이간질했던 것처럼 북한과 중국 관계를 이간질하려는 것이다. 당시 중국은 미국과의 경제갈등이 점차 고조되고 있었기 때문에 북미정상회담 소식에 고립감,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이때, 북한이 북중정상회담을 전격 추진했다. 중국은 북중정상회담을 쌍수 들고 환영하며 아무 조건 없이 즉각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다. 북중정상회담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하게 진행됐으며 북중 사이엔 갈등 없이 서로 힘을 합치자는 이야기로만 채워졌다. 중국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황제급 의전을 선보였으며 엄청난 선물 공세를 폈다. 중국은 북중관계를 깨뜨리게 될까 봐 북한에 핵문제를 꺼낼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중국은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해줘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렇게 북한은 격렬하게 대립하던 북중관계를 일거에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마치 신의 경지에 이른 듯한 절묘한 외교였다. 

많은 사람들이 북한의 가장 중요한 외교 상대는 미국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오산이다. 북한은 신년사를 발표할 때에 대외관계 분야에서 대미외교보다 항상 사회주의 나라와의 외교를 먼저 배치하곤 한다. 북한은 사회주의 나라들의 단결·역량 강화를 대외관계의 제1 과제로 본다. 북한은 신비롭게도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사회주의 나라 사이의 단결과 역량 강화를 이뤄냈다.

북한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베트남과의 관계개선도 이뤄냈다. 북한과 베트남은 과거 베트남전 때 북한에서 비행사를 보내주면서 혈맹관계를 맺었다. 하지만 1990년대 북한이 ‘고난의 행군’을 겪을 때 베트남은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고 개혁개방을 추진하면서 북한의 도움 요청을 외면했다. 그때부터 북한과 베트남의 관계는 악화했는데, 2차 북미정상회담으로 관계를 개선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북한은 베트남과 관계가 좋아지면서 베트남 옆에 있는 라오스와도 자연스레 관계가 좋아졌다. 베트남과 라오스는 최근 8차 당대회가 개최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노동당 총비서로 추대될 때 가장 빈번하게 축전과 서한을 보낸 국가가 되었다.

북한이 얻은 둘째 성과는 미국에 ‘파괴’를 안겨준 것이다.

북한은 미국을 주적으로 바라본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 미국을 약화시키는 것은 큰 성과이다. 

미국은 북미정상회담 후 한미연합훈련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북한은 자기 앞바다에서 자신들을 대상으로 전쟁연습이 대대적으로 벌어지고 있었는데 이를 중단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두고 매티스 전 국방장관은 “우리가 하는 것은 미국을 파괴하는 방법을 실제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군대는 전쟁 시 이길 수 있도록 평소에 훈련하는 게 주 임무이다. 훈련하지 않는 군대는 종이호랑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주한미군이 훈련하지 못한다는 건 주한미군을 무력화해나가고 있는 것과 같다. 주한미군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미국의 동북아시아 전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한미군이 무력화되면 미국의 아시아 정책이 무너지기 때문에 매티스 전 국방장관이 위기감을 느낀 것이다.

바이든 정권은 대선 캠프 시절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하는 건 “어떤 대가도 얻지 못한 양보”라고 트럼프를 비난한 바 있다. 그러나 바이든 자신도 대통령에 취임한 후 한미연합훈련을 하면서도 기동훈련을 하지 않는 등 계속 북한 눈치를 봤다. 이렇게 미국은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힘을 쓰지 못하자 전 세계에서 미국의 위상이 추락해갔다. 세계 곳곳에서 미국을 상대로 강경정책을 쓰는 나라가 늘어났다. 오늘날 중국은 미국과 경제전쟁을 하지만, 과거에는 상황이 좀 달랐다. 2017년 중국은 미국이 무역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금융시장 개방, 쇠고기 수입규제 완화, 미국산 쌀 수입 등의 조치를 하겠다는 ‘100일 계획’을 채택해 미국에 대폭 양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중국은 미국의 공세에 물러섬 없이 맞서 강공책을 쓰고 있다. 미국은 중국에 여러 제재를 한다지만 소리만 요란할 뿐 중국을 제압하지 못하고 있다. 

터키도 미국에 맞서게 된 대표적인 나라이다. 터키는 친미국가였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터키는 미국의 무기 강매를 거부하고 러시아 무기를 수입하기로 하는 등 국익외교를 펴고 있다. 가격도 싸고 성능도 더 좋으며 기술이전까지 해주기로 했으니 미국 무기보다는 러시아 무기를 사는 게 국익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경제제재를 하며 압박하지만, 터키를 굴복시키지 못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것이 무슨 동맹인가? 이번 결정은 우리 주권에 대한 명백한 공격”이라고 미국을 비난하며 제재에 맞섰다.

이렇듯 미국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나라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이 흐름에 미국이 밀려나고 있다. 미국이 안팎으로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셋째, 북한은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일본을 공격하는 데 성공했다.

2018년부터 국제외교는 북한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특히 북한과의 정상회담은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미국, 러시아 같은 중요국가들이 모두 북한과 정상회담을 했다. 

일본도 북한과 정상회담을 하길 무척 간절히 바랐다. 북한과 정상회담을 해서 국제사회에서 위상을 높이고 싶었던 것이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물론 아베의 뒤를 이은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지금도 북한에 정상회담을 열자고 간청한다.

하지만 북한은 일본을 철저히 외면했다. 북한은 2018년 5월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하면서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언론사를 초청하면서도 일본은 쏙 빼놨다. 도쿄신문은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된 주변 6개국 중 정상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지 못한 나라는 일본뿐’이라며 동아시아에서 일본의 영향력이 현격히 떨어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일본 내에서도 ‘(동북아시아에서) 일본만 내버려진 것 아닌가’, ‘아베 총리만 모기장 밖에 있다’라며 일본 패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은 북한이 자신들을 상대하지 않자 미국에 북미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북 문제 이야기를 좀 해달라고 사정했다. 일본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미가 스톡홀롬에서 실무협상을 하자 북핵대표를 급파해 협상에 끼어보려 했다. 하지만, 이런 눈물겨운 노력에도 일본은 철저히 무시당했다. 그렇게 국제외교에서 일본의 입지는 형편없이 쪼그라들었다. 

넷째로, 한국에서 극단적 반북세력의 입지가 완전히 축소됐다. 

한국 사회를 지배해온 친미친일보수적폐가 기득권을 누리는 핵심 수단은 반북대결책동이었다. 극단적 반북세력은 ‘우리는 분단국가고 북한이라는 적이 있기 때문에 북한과 맞서야 한다’는 반북이데올로기를 편다. 이 반북이데올로기로 5.18광주학살을 저질렀고, 칼기폭파사건을 이용해 노태우 군사독재세력이 재집권하는 데 성공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극단적 반북세력의 힘이 세면 남북대결이 조장되어 긴장이 고조된다. 극단적 반북세력의 힘이 줄어들면 남북관계를 개선해나가는 데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한국의 극단적 반북세력의 입지를 축소시키는 건 의의 있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북미정상회담은 이런 친미친일보수적폐에게 심각한 타격을 안겨주었다. 북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는 남북대결이 아니라 평화 번영 통일의 담론이 대세를 이뤘다. 그러자 친미친일적폐세력은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에서 모두 참패를 면치 못했다. 

그러자 적폐세력은 북미회담에 경기를 일으키게 되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18년 1차 북미정상회담이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이었다며 “이런 게 북풍공작”이라고 억지를 부렸다. 2019년 11월엔 나경원 전 의원이 미국에 달려가 “내년 국회의원 선거 전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면 한반도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고 정상회담의 취지도 왜곡될 수 있다”라며 북미정상회담을 열지 말아 달라고 애원했다. 그만큼 북미정상회담의 파괴력이 컸던 것이다. 

다섯째로, 북한은 자신들이 말하는 ‘전략국가’라는 것을 현실에서 과시했다. 

북한은 자신이 전략국가의 지위에 올라섰다고 주장한다. 전략국가란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나라라는 뜻으로, 쉽게 말해 세계정세를 쥐락펴락하는 위치에 올랐다는 말이다.

실제로 북미정상회담은 그야말로 온 세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북한은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과 대등한 위치임을 과시했다. 트럼프는 2018년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오늘 함께 할 수 있어서 굉장히 영광”이라고 말하는 등 시종일관 저자세를 보였다. 낸시 팰로시 당시 미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북미정상회담을 보고 “북한을 미국 수준으로 격상시켰다”라고 지적했다. 

회담을 주도한 것도 북한이다. 애초 미국은 1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 이른바 CVID를 주장해왔다. 그러나 실제로 북미공동성명에는 북한이 주장한 북미관계 개선, 평화체제 구축이 담겼다. 미국 내에선 북미정상회담을 두고 “슬프게도 이번 회담의 승자는 북한(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가이익센터 국방연구국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승을 거뒀다(칼라 프리먼 존스홉킨스 국제관계대학원 외교정책분석연구소 이사)”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북한이 북미대결을 주도하자 미국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내분이 일어났다. 미국의 힘이 강할 때는 강경파와 온건파의 대립이 상대방을 향한 협공으로 작용한다. 강경파는 밀어붙이는 식이면 온건파는 합리적인 척하며 상대를 제압하려 드는 식이다. 그런데 미국이 질 때는 심각한 내분으로 비화한다. 지금 미국에선 북한을 상대로 강경책을 써야 할지, 온건책을 써야 할지 의견이 분분하다. 민주당 안에서도 제각기 의견이 다르며 공화당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어떻게 해야 북한을 제대로 대할 수 있을지 대책을 내지 못한다. 북미회담을 주도하는 건 북한이고 미국은 하염없이 끌려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행보는 하나하나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예컨대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하나 발표하면 전 세계 언론이 관심을 기울이고 문구를 하나하나 분석해 토론하는 게 일상이 됐다.

3월 26일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여기서도 어김없이 북한 질문이 나왔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 질문이 나오자 미리 답변을 적어온 메모를 꺼내 그대로 읽었다. 북한에 메시지를 보내는 데 있어서 한 치의 실수도 없게 하려는 것이다. 북한은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전략국가가 되었음을 현실에서 과시했고, 미국은 그런 북한을 매우 예민하고 조심스럽게 대한다는 걸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북한은 자신들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광경을 보며 자기 체제에 확신을 갖고 더 강화해 나설 것이다. 아마도 북한은 국민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안겨주는 엄청난 선전을 했을 것이다. 북한의 위상 변화는 북한 국민 사이에서 자신감이 커지고 단결을 강화하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렇게 북미정상회담 하나를 통해 다섯 가지를 넘는 이익을 챙겼다. 사실 보통 나라들은 정상회담 한 번에 한 가지 효과를 얻었다고 해도 충분히 훌륭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하곤 한다. 하지만 북한은 회담 하나로 큰 영향력과 파괴력을 갖는 효과를 다 얻어내니 얄미울 정도로 이기적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다. 어떻게 표현해야 적절할지... 외교가에 있는 사람이라면 북한의 외교술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5. 결론

“동북아 정세에서 확실한 한 가지는 가장 중요한 운영자가 그 어떤 대국도 아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라는 점”

- 중국 국무원 자문위원인 스인홍 인민대 교수의 2020년 11월 25일 발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신감과 확신에 차서 지휘하는 걸 봤다”, “결단력 있는 모습 잊을 수 없다”

- SBS 월드리포트가 2021년 3월 29일에 보도한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 인터뷰

 

중국은 자존심이 보통 센 국가가 아니다. 중국이라는 이름부터 자기들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의미다. 이런 중국의 권위 있는 교수가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가장 영향력이 크다고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영향력이 시진핑 주석보다 크다고 인정한 것이다. 

이건 중국 역사 통틀어서도 찾아보기 힘든 의아한 평가다. 과거 당 태종이 고구려를 침략하려다가 연개소문에게 처참히 패배한 일이 있다. 당 태종이 연개소문에게 얼마나 호되게 당했던지 “다시는 요하를 넘지 말라”, “요동을 공격하는 것을 그만두어라”라고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중국에서 연개소문은 “영웅”이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아마도 중국인들이 다른 나라 사람을 이렇게 높게 평가한 것은 연개소문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스인홍 교수가 이런 말을 한 것은 중국 내에 일반적인 여론을 반영한 결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스인홍 교수는 중국인에게 뭇매를 맞았을 것이다.

만약, 일본에서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을까?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사람은 바이든 대통령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을까? 이렇게 비교해보면 스인홍 교수 발언이 얼마나 무게감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금 전 세계에서 북한과 가장 적대적인 세력, 북한의 가장 반대편에 있는 사람은 볼턴이라고 할 수 있다. 볼턴은 북한을 악의적으로 대한다. 그런데 이런 볼턴도 북한의 지도자를 극찬했다. SBS 기자마저 “(볼턴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생각보다 더 높이 평가해서 놀라웠습니다”라고 인터뷰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진짜 명장은 적에게도 높은 평가를 받는 경우가 있다. 악랄한 일본군도 이순신 장군의 이름 앞에서는 벌벌 떨곤 했다. 이렇듯 명장 앞에서는 비록 적이라 할지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고 머리를 숙이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앞서 살펴봤듯 북한은 미국을 대단히 고압적이고 여유만만하게 대한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을 갖고 놀며 지나치게 얄미울 정도로 이익을 독식한다. 이 모든 중심엔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외교력은 어떤 경지에 오른 듯 신비하고 불가사의한 느낌을 준다. 우리는 북한을 가장 가까이 접하고 또 북한과 평화와 번영의 역사를 함께 써내려 갈 통일의 동반자인 만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주목하고 연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끝)

 

주권연구소 이형구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