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14.

 

 


국민은 적폐를 청산하고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민주권이 실현되는 새 나라를 만들기 위해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 국민은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정권을 만들어줬고 2018년 지자체 선거에서도 민주당에 압도적 지지를 보내줬다. 2020년 총선에선 국힘당 세력을 100석 즈음으로 몰아넣고 민주당과 친여권에 180석을 안겨줬다. 

국민은 3가지 선거를 통해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에 국민이 만들어 줄 수 있는 모든 정치적 환경을 높은 수준으로 완성해줬다. 만약 검찰총장을 직선제로 선출할 수 있었다면, 국민은 검찰총장도 직접 갈아치웠을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국민은 2016년부터 타오른 촛불의 염원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했다. 

그러면 남은 건 무엇인가.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이 국회 의석 180석을 가졌고 대다수 지자체장, 지방의회까지 석권했다.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이 의지를 갖고 노력한다면 촛불 염원을 얼마든지 실현할 여건이 됐다. 이제는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이 촛불에서 건네받은 압도적 권력을 촛불 염원 실현에 사용할 차례였다. 

그러나 문재인 청와대와 민주당은 촛불개혁을 하지 않고 오히려 촛불민심에 역행하는 반동적 행태를 거리낌 없이 자행했다.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은 힘이 없어서 촛불 염원을 실현하지 못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촛불을 배신했다. 

1. 적폐청산 의지가 없었다


먼저, 국민은 검찰개혁을 강렬히 바랐다. 촛불국민은 적폐검찰과 적폐언론의 난도질에 맞서 수백만 검찰개혁 촛불로 맞서 싸웠다. 민주당은 이렇게 국민이 싸우는 데도 검찰개혁에 뜨뜻미지근했다. 촛불국민은 조국 사태 여파 속에서도 총선에서 민주당과 친여권에 180석을 몰아주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든 국회에 윤석열을 탄핵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끝까지 윤석열 탄핵을 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권은 적폐언론을 청산하라는 요구도 외면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20년 4월 TV조선과 채널A가 심사 기준점수를 넘지 못했지만 종편 재승인을 해주었다. 기준점수에 미달한 이를 합격시켜주는 건 엄연히 불법이다. 문재인 정권이 불법까지 저질러가며 TV조선과 채널A에 재승인 허가를 내준 것이다. 

문재인 정권의 종편 편들기는 한 번만이 아니다. 2019년엔 MBN이 종편을 출범할 당시 자본금을 불법으로 충당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자본금을 불법으로 충당하면 종편 승인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2020년 10월 MBN에 대한 종편 허가를 취소하지 않고 6개월 업무정지라는 처분을 내리는 데 그쳤다. 이래서야 문재인 정권이 종편을 보호해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9년엔 일본이 우리나라에 수출규제 조치까지 하며 경제침략을 해왔다. 이에 국민은 반일 촛불을 들고 한일 지소미아를 파기하라고 요구했다. 문재인 정권은 지소미아를 파기하려는 듯이 행동했지만, 종료 6시간을 앞두고 지소미아를 연장했다. 

문재인 정권은 일본이 수출규제를 철회해야 한다며 조건부 연장이라는 걸 강조했다. 그러나 일본은 지금도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하지 않았다. 지소미아를 조건부 연장한 지 1년이 넘도록 일본이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면 이제라도 조건부 연장을 취소하고 지소미아를 파기하는 게 옳지 않은가? 하지만 문재인 정권은 지소미아를 파기할 수 있다는 말도 꺼내지 못한다.

또한, 문재인 정권은 미국의 도를 넘는 내정간섭에 순응한다. 트럼프가 “한국은 우리의 승인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건 2018년 10월 10일이다. 그로부터 이틀 후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발언을 “한·미 간에 긴밀하게 협력하고 보조를 맞춰 나가야 한다는 원론적인 말씀이라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트럼프에게 항의를 해도 모자랄 판에 트럼프를 두둔해 나선 것이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의 ‘승인’에 얽매여 꼼짝못하게 되었다. 각종 남북합의를 미국의 ‘승인’을 받지 못해 이행하지 못했다. 남북 철도 도로 연결 사업도 미국의 승인을 받지 못해 추진하지 못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신년사에서 대가 없이 개성공단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수 있다는 파격적인 제안까지 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미국의 승인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미국은 3월 30일 발간한 인권보고서에서 조국 전 장관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윤미향 의원, 김홍걸 의원을 거론하며 한국이 부패하고 정부가 투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보궐선거를 코앞에 둔 때였다. 민주당을 궁지에 몰고 국힘당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은 미국의 눈에 들고자 그렇게 노력했지만, 미국에 버림받는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재보궐선거 이후엔 미국 언론이 대대적으로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을 비난하고 국힘당 세력을 띄워주었다. 뉴욕타임스는 ‘내로남불(naeronambul)’이란 단어를 소개하면서 “유권자들이 사면초가에 몰린 지도자(문재인 대통령)에게 또 하나의 ‘치명적인 일격(crushing blow)’을 가했다”라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한국의 보수가 돌아왔다”라고 보도했다. 한국에 정권교체가 일어나길 바라는 기우제와도 같은 보도들이다.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은 이런 보도들을 보면서 미국이 어떤 존재인지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살펴본 것처럼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은 충분히 할 수 있는데도 적폐청산을 하지 않았다. 이런 사례는 너무 많지만, 여기에선 대표적인 것만 꼽아보았다.

2. 권력을 위임받은 자로서 책임감이 없었다


이번에 LH사태가 터졌을 때 민주당은 과거 정부의 문제라는 투로 변명했다.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2009년 이명박 정부가 토지공사·주택공사를 통합한 이후 너무 많은 정보와 권한이 집중됐다”라고 말했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윗물은 맑은데 바닥에 가면 잘못된 관행이 많이 남아 있다”라고 주장했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은 “부동산 시장의 부패 사정이 제대로 되지 못한 데는 검찰의 책임이 가장 크다”라고 검찰에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이들의 말이 맞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 과거 정부의 잘못이나 검찰의 문제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건 자기 책임을 회피하고 합리화하는 무책임의 극치다. 

민주당이 이해충돌방지법만 진작 제정했어도 LH사태는 크게 비화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해충돌방지법이 있었다면 LH사태는 그저 이해충돌방지법을 적용해 해당 직원을 처벌하면 끝났을 사건이다. 애초에 이해충돌방지법이 제정돼있었다면, 부정부패행위를 이렇게 노골적으로 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해충돌방지법은 2013년 김영란법과 함께 발의되었지만, 여태껏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후 8년 동안 국회 상임위에도 여러 차례 올랐고 공청회와 토론회도 수없이 열렸다. 21대 국회에서도 2019년 손혜원 의원 논란, 2020년 박덕흠 의원 논란이 불거졌을 때 이해충돌방지법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 법은 여전히 국회 상임위에서 공회전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 3월, 재보궐선거가 코앞인데도 이해충돌방지법은 제자리걸음이었다. 최근에서야 이해충돌방지법 논의가 진행 중인데, 민주당과 국힘당은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원회에서 이해충돌방지법 대상에서 공직자의 시가와 처가를 제외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그러면 공직자들은 양가 부모 명의를 이용하면 이해충돌방지법을 피하면서 당당히 사익을 추구할 수 있다. 이정도면 이해충돌방지법이 아니라 이해추구조장법이 아닌가?

민주당은 대체 왜 이러는 걸까? 그 이유는 뻔하다. 민주당과 정권 실세 중에도 이해충돌방지법에 걸릴만한 사람이 상당히 많기 때문이 아닌가? 이해충돌방지법을 만들면 자기들도 걸려들기 때문에 이해충돌방지법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으면서,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과거 정부 탓으로만 돌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정말 무책임한 일이다.

추미애 전 장관의 발언도 무책임하긴 마찬가지다. 추미애 전 장관의 말을 따르자면, 정권을 쥐고 국회 170석 넘게 가지고 있어도 검찰이 저항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말인가? 국민은 적폐의 저항을 진압하라고 문재인 민주당에 정권과 국회 권력을 쥐어 주었다.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의 임무가 바로 그 권력을 이용해 적폐의 저항을 진압하는 것이었다. 

적폐가 저항해서 적폐청산을 못했다고 이야기하면, 누가 그런 자에게 권력을 주겠나. 그래서 민주당이 재보궐선거에서 심판받은 것이다. 권력을 줘도 국민이 바라는 걸 하지 못하는데 대체 뭘 보고 뽑아주겠는가.

또 하나 되돌아봐야 할 것은 재난지원금 문제다.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서울시민에게 재난위로금으로 10만 원씩 지급하겠다고 공약을 냈다. 이는 재난기본소득, 보편적 재난지원금의 성격을 띤다. 

이는 무척 기만적인 공약이었다. 민주당은 재난지원금을 보편적으로 지급하라는 요구를 끈질기게 무시하고 줄곧 선별지급을 해왔다. 그래놓고 박영선 후보는 선거철이 되자 서울시민에게 재난지원금을 보편적으로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참 의아한 일이다. 박영선 후보는 민주당의 후보가 아닌가? 그런데 왜 민주당의 정책과 박영선 후보의 정책이 다른 것인가? 이러니 박영선의 공약은 진정성 없는 표 구걸행위로 보이지 않겠는가.

이런 식의 행태가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 전반에 퍼져있다. 더 이상 일일이 사례를 들 필요도 없다. 전체적으로 이런 식이다. 

3. 무능하다


부동산 문제를 살펴보자. 문재인 정권은 임기 초 집값을 잡는다면서 임대주택활성화 정책을 폈다. 그러면서 임대3법을 추진했는데, 이 법이 다주택자에게 엄청난 세금 혜택을 주었기 때문에 오히려 투기를 부추겼고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게 됐다.

과거에 미리 집을 사두었던 사람들이야 집값이 오르면 좋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새로 집을 사야 하는 비교적 젊은 사람들은 이미 비싸질 대로 비싸진 집을 대출을 받아 살 수밖에 없었다. 이 상태에서 집값이 떨어지면 매우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집값이 내려가지 않으면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를 믿고 기다린 사람들은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박영선 후보는 “집값이 급격하게 오르는 것도 나쁘지만,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부동산 문제 해결을 갈망하는 국민에게 이런 발언은 정말 무능하게 들린다.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은 이제는 집값이 내려가도 비난을 받고, 안 내려가도 비난을 받는 상황에 빠졌다.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그야말로 무능의 극치다. 이런 행태는 마치 전쟁을 하는 데 아무런 작전도 없이 전투하는 것과 다름없다. 전투 중간에 잘못을 반성하고 뒤늦게 작전을 짠다고 부산을 떨어도 이미 병사들은 목숨을 잃은 뒤이다.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정책은 권력을 잡은 자가 정책을 잘못 펴면, 어떻게 국민이 죽어나는지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다. 

4. 양심과 도덕에 문제가 있다


적폐는 당연히 적폐청산을 거부하며 더 나아가 죽기 살기로 반격하기 마련이다. 수십 년 동안 권력과 돈을 다 차지하고 대한민국을 제멋대로 주무르던 자들이 그렇게 ‘좋은 세상’을 그냥 내놓겠는가. 그래서 개혁은 일대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적폐세력들은 자기들이 위기감을 느낄 때면 흔히 남베트남의 예를 든다. 2020년 9월 18일 김선경 국힘당 부산 동구 기초의원이나 2018년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 등은 남베트남이 적화된 역사를 언급하며 한국도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투로 말했다. 이들은 왜 이렇게 남베트남의 사례에 집착할까?

당시 남베트남 정권은 부정부패에 썩을 대로 썩은 집단이었다. 그래서 전쟁이 일어났을 때도 민중은 북베트남군을 반겼을 정도다. 적폐들은 부정부패한 남베트남 집권자와 자기 자신을 동일시하는 듯하다. 그래서 적폐들은 자기들이 돈과 권력을 다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세상이 되면, 남베트남이 패망했듯 자신이 몰락한다고 여긴다. 그러니 적폐세력들이 적폐청산을 기를 쓰며 막고 온갖 반격을 가한다.

이런 적폐세력을 청산하려면 우리도 죽자 살자 싸워야 한다. 죽기 살기로 싸우는 데서 기본은 적폐들에 반격할 명분을 내어주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개혁을 하려는 자는 그 누구보다 깨끗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어떤 모습을 보였나.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임대차 3법 시행을 이틀 앞두고 전셋값을 대폭 인상했다. 임대차 3법에서는 임대료를 5% 이상 올리지 못하게 제한했는데, 김상조 전 실장은 14.1%를 인상했다. 이런 자가 양심과 도덕이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

박주민 의원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박주민 의원은 임대차 3법을 대표발의한 사람인데, 법 시행 한 달을 앞두고 임대료를 9% 인상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기존엔 보증금 3억 원에 월세 100만 원을 받았는데,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185만 원으로 신규계약을 맺은 것이다. 당시 전월세상한률이 4%였기 때문에 보증금을 낮춘 걸 고려하면 월세를 9% 인상한 셈이다. 하지만 박주민 의원의 경우 기존 계약을 갱신한 게 아니라 신규 계약을 한 것이기 때문에 임대차 3법이 시행됐더라도 법적으로 저촉되는 일은 아니긴 했다. 또한, 인상된 월세도 주변 시세보다는 쌌다고 한다.

하지만, 박주민 의원 입장에서는 월 100만 원을 받던 월세를 185만원으로 높여 받았다는 점에서 변하는 건 없다. 박주민 의원도 양심에 걸렸던지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캠프 홍보디지털본부장직에서 사임했다. 

박주민 의원은 세월호 변호사로 이름을 날렸는데, 국회 입성 후 세월호와 관련해 제대로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세월호 피해자들을 위한 어느 정도의 지원을 한 것을 제외하고는 박주민 의원이 국회 활동에서 이뤄낸 성과라 할 만한 것이 없다. 

이런 사례를 보면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은 입으로는 개혁을 외치지만 그저 출세를 위한 것일 뿐이다. 뒤로는 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챙기는 데 몰두하는 비양심적이고 비도덕적인 행동을 벌이고 있다.

다산 정약용은 통치자가 지켜야 할 지침을 밝힌 목민심서에서 “목자가 청렴하지 못하면 백성들은 그를 도둑으로 지목하고 그가 지나가는 거리에선 더럽다 꾸짖는 소리로 들끓을 것이니 부끄러울 노릇이다”라며 청빈과 검소함을 통치자의 기본 덕목으로 꼽았다.

개혁을 하려는 자는 청빈해야 한다. 청빈해야 한다고 해서 배를 곯고 집도 없이 살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집은 자기 살 집만 가지면 충분하지 투기 놀음을 해선 안 된다. 그리고 공무원 월급을 가지고 소박하게 생활을 해나가자는 것이다. 그렇게 청빈하고 검소하게 살려고 해야 한다.

어떤 이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삶의 보람을 ‘부’에서 찾는다. 그러나 개혁을 하겠다는 사람은 삶의 보람을 ‘부’에서 찾아선 안 된다. 그렇다면 어디서 삶의 보람을 느껴야 하는가. 개혁에 성공할 때 국민이 보내주는 지지, 사랑, 믿음. 여기에서 삶의 보람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개혁을 내세우면서 느껴지는 자기 만족감, 그리고 뒤에서는 적당한 권력의 맛, 돈맛을 같이 보려고 한 것이다.

선거 기간 박영선 후보의 도쿄 아파트가 화제가 된 적 있다. 박영선 후보는 도쿄에 아파트를 산 건 이명박 정권에서 박해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박영선 후보가 이명박 정권 시절 BBK 의혹을 제기하자 이명박이 보복을 했고, 이 보복 때문에 박영선 후보 남편이 일본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사유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후다. 박영선의 남편은 2013년 귀국했다. 도쿄에 아파트를 산 게 단지 이명박의 박해를 피하기 위한 것뿐이라면, 귀국하면서 이를 처분을 하는 게 자연스럽다. 하지만 박영선 측은 이 집을 팔지 않고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임대했다. 박영선은 “남편이 한국에 들어온 뒤 갑자기 집을 팔 수 없어 임대를 준 기간이 있다”라고 변명했는데, 7년이나 임대를 했으면 갑자기 집을 팔 수 없었다고 변명하기 궁색하다. 

박영선은 서울시장에 출마하게 되자 그제야 처분하려 들었다. 이런 과정을 보면 국민은 박영선 후보가 도쿄 아파트로 부동산 수익을 노렸다고 여기게 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국민은 박영선 후보를 적폐 기득권과 별반 다르지 않게 보게 되는 것이다. 그게 객관적인 시각에 보이는 박영선 후보와 민주당의 모습이다. 과연 이들에게 도덕과 양심이 있다고 할 수 있는가.

5. 그들은 겸손하지도 않다


박영선 후보는 20대 지지율이 낮다는 기자의 질문에 “20대 같은 경우는 아직까지 과거의 역사 같은 것에 대해서 30~40대나 50대보다는 경험치가 좀 낮지 않은가”라며 “지금의 여러 가지 벌어지는 상황들이 지금의 그 시점만 보는 그런 경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자기중심적인 오만의 극치다. 

박영선이 경험치가 낮다고 비하한 그 20대들은 불과 1년 전 총선과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을 전폭적으로 밀어줬던 세대다. 21대 총선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20대의 지지정당은 민주당 56.4%, 미래통합당에 32%로 나타났다. 2018년 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20대의 64.7%가 정부·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대답했고 정부·여당을 견제해야 한다는 답변은 17.8%에 불과했다. 

오늘날 20대는 세월호참사를 직접 겪은 세대다. 그 아픔을 겪고 박근혜의 행태에 분노해 학생 신분으로 박근혜 탄핵촛불에 전면 동참했던 세대이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20대가 국힘당에 표를 던져주었다 하더라도, 이 표는 60대 이상 연령층이 오세훈 지지표를 던진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60대 이상 연령층은 실제로 국힘당을 지지하는 성격이 상당하지만, 20대의 오세훈 표는 국힘당 지지가 아니라 민주당 심판의 성격이 더 크다. 민주당을 향한 회초리표다. 

그렇기 때문에 박영선은 20대의 지지율이 왜 낮냐는 질문에 ‘우리가 그동안 너무 잘못해서 20대가 우리를 혼내주려는 것입니다. 그래서 20대가 오세훈을 지지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반성하겠습니다’라고 해야 했다. 이게 국민을 중심으로 보는 것이고 객관적이며 타당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대고 경험치가 낮다느니 운운하는 건 대체 무슨 경우인가. 자기는 무조건 옳고 국민이 무지몽매하다는 태도가 아닌가.

박영선 후보는 선거 첫 활동으로 편의점 알바를 했다. 이 과정에서 편의점 알바생이 박영선 후보에게 고충을 털어놓았다. 박영선 후보는 이 이야기를 들은 후 마땅히 철야근무 수당을 더 올리겠다는 등의 이야기를 해야 했다. 알바생이 원하는 대답도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박영선 후보는 이 알바생에게 야간에는 무인점포를 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알바생 앞에서 알바를 해고하라는 말을 한 것이다. 박영선 후보는 무인점포를 하면 알바 자리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자, 편의점주가 무인 편의점을 통해 늘어난 매출을 주간 알바생에게 더 나눠주면 된다고 이야기했다. 야간 알바가 자신의 고충을 토로하는데 무인점포로 얻은 이익을 주간 알바에게 나눠주자니, 이게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차라리 박영선 후보는 뒤늦게라도 “잘 몰라서 그랬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잘못 말한 것 같다. 야간 편의점 알바가 힘들다면 야간 수당을 올려야겠다고 생각을 고쳐먹었다”라고 했어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오만에 빠져 자신이 한번 뱉은 말은 모두 무조건 옳다는 듯한 태도로 황당한 변명만 늘어놓았고, 도통 반성할 줄 몰랐다.

이런 행태를 더 나열하자면 부지기수이다.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 전반에 겸손하지 못하고 자기를 절대화하는 태도가 퍼져있다고 볼 수 있다. 

6. 적폐·기득권과 타협한다


이러한 한계는 민주당을 적폐, 기득권과 손잡게 했다. 민주당은 적폐와 기득권을 인정하고 그들과 손을 잡는 쪽으로 가고 있다. 

예컨대 작년 의대생들이 의사 인력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에 반발하며 국가고시를 거부하는 사태가 있었다. 국민은 의대생의 이기적인 행태에 분노했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이 2020년 10월 14일에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의대생이 반대한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을 찬성하는 국민 여론은 61.4%, 반대하는 여론은 25.5%였다. 의대생을 국시에 재응시하도록 해줘야 한다는 의견은 36.9% 의대생 국시 재응시를 반대하는 여론은 57.9%였다. 이런 여론에도 문재인 정권은 의대생의 요구조건을 들어 공공의대 신설과 의대정원 확대를 보류하고 의대생에게 국시를 다시 보게 해주었다. 국민 여론을 거슬러 의대생의 편을 들어준 것이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이명박·박근혜를 사면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 대놓고 적폐를 인정하고 손을 잡겠다는 주장이나 마찬가지였다. 국민의 엄청난 반발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이와 비슷하게 대선을 준비하고 있다고 알려진 이광재 의원은 2월 23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협치나 연정이 옳다고 본다”라며 “민주당은 집권 재연장보다는 협치나 연정을 통해 새로운 정권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연정이라 함은 국힘당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노골적으로 촛불을 배신하고 적폐와 손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올해 1월 4일, 청년·대학생들이 이낙연 전 대표의 이명박·박근혜 사면론을 철회하고 윤석열을 탄핵하라며 민주당사에 들어갔던 적이 있다. 이때 민주당은 이 청년·학생들을 어떻게 대했던가. 촛불국민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들었던가? 그렇지 않았다. 대학생들의 면담 요청을 거부하고 경찰을 불러 청년·학생들을 고립시켰다. 먹을 것을 들여보내지 못하도록 막고 그 추운 겨울날 난방이나 방한용품 반입도 막았다. 청년·학생들에게 주어진 건 작은 이동식 방열기가 전부였다. 민주당은 이 상황이 알려져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게 되자 겨우 음식을 반입하게 해주었다. 건물 관리인은 이 광경을 보다 못해 사비를 털어 이불을 사서 청년·학생에게 주었다. 이렇게 민주당이 청년·학생을 홀대하는 모습은 적폐와 하등 다를 게 없었다.

이 대학생들은 어떤 대학생들이었나. 2020년 총선 때 오세훈 낙선운동을 해서 낙선을 성공시킨 학생들이었다. 오세훈이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을 얼마나 무서워했던지, 경찰이 대진연을 수사할 때까지 선거운동을 잠정 중단했을 정도였다. 오세훈은 총선에서 낙마한 뒤에도 패인으로 대진연을 꼽았다. 민주당은 이 청년·학생들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지 못할망정 엄동설한에 먹을 것, 입을 것도 모두 차단하고 고립시켰다. 어디 이게 사람이 할 짓인가.

결론 내리자면,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은 국민이 적폐를 척결하라고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줬음에도 촛불염원을 배반하고 적폐 기득권과 손잡았다. 그리고 자기들의 기득권을 쌓아가는 데 그 권력을 악용했다. 그래서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이 심판받은 것이다.

7. 국민의 준엄한 심판


한국 사회에 부는 전 국민적인 심판 투표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을 보면, 대선에서 아무리 반트럼프 바람이 불었어도 투표 결과는 바이든 51%대 트럼프 46% 정도였다. 큰 표 차가 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다르다. 압도적으로 쓸어버린다. 국민은 2018 지방선거에선 민주당에 광역단체장, 광역의원의 80%를 몰아줬다. 총선에서는 180석, 60%를 진보개혁세력에 줬다. 그러더니 이번 보궐선거에서는 민주당을 득표율 차가 20%에 가까이 나도록 크게 심판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선거 결과가 엎치락뒤치락 하는 게 아니라 어느 한쪽으로 표심이 완전히 쏠리는 현상을 볼 수 있다. 다른 나라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이는 국민의 높아진 주권의식의 결과로 봐야 한다. 민심이 오락가락하는 게 아니라 매 선거에 확고한 자기 표심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런 민심은 본질적으로 국민을 무시하는 자들, 국민의 뜻을 어기는 자를 응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ㄱ이 잘못하면 ㄱ을 혼내주기 위해 ㄴ을 선택하고, ㄴ이 잘못하면 ㄴ을 혼내주려 ㄱ을 택하는 투표행태를 보인다. 이는 국민이 뚜렷한 대안세력이 없는 상태에서 자기 말을 안 듣는 자를 혼내는 최고수준의 주권의식, 주권행사이다.

미국 같은 경우엔 민주당과 공화당의 진영싸움으로 굳어졌다. 고정적인 민주당·공화당 지지자가 있어 그 누가 선거에서 이기더라도 표 차가 크게 나진 않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선거는 민주당의 고정 지지자 대 국힘당 고정 지지자의 대결이 아니다. 우리나라 선거는 민주당 대 국힘당이라는 진영대결이라기보다는 국민 대 반 국민의 대결이라고 보는 게 합당하다. 국민은 국민의 말을 듣지 않는 세력을 압도적인 표심을 발휘해 심판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압도적인 선거 결과가 나오는 이유이다.

8. 진보세력이 나서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뼈아픈 것은 바로 진보정당이다. 국민은 자기를 진정으로 대표할 대안세력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민주당과 국힘당을 번갈아 심판하는 식으로 자신의 주권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국민이 한쪽을 혼내려고 다른 한쪽을 선택하는 시소타기를 하게 둘 수 없다. 민주당이나 국힘당이나 둘 다 기득권세력이고 촛불국민의 뜻과 의지를 실현할 의향도, 능력도 없다. 

그래서 참된 진보세력이 나서야 한다. 촛불국민에 기반을 두고 촛불의 명령을 집행할 의지와 능력을 갖춘 정치역량을 마련하고 키워가야 한다. 

바로 이 점에서 진보세력은 자기를 냉철히 돌아봐야 된다. 우리가 진보를 지향한다지만 정말로 우리가 적폐들과 다른지 돌아봐야 한다.

국민은 누가 진보를 말하는지, 보수를 표방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이들이 실제로 하는 행동은 어떤지를 다 지켜보고 파악하고 있다. 진보를 표방하는 자가 진보다운지, 아니면 적폐와 같은 족속인지 국민이 꿰뚫어보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 진지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첫째, 진보세력은 과연 적폐청산의지가 확고한가. 

자기 자신을 돌아보자. 나도 돈을 모아 아파트를 사서 요행수로 내 이름으로 된 아파트 가격이 오르길 원하고 있지 않은가? 단지 돈이 없어서 투기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뿐이진 않은가? 적폐를 청산하길 바라는가? 적폐처럼 되고 싶어 하지는 않은가?

때론 정세판단을 잘못해서 적폐들에 놀아나는 일이 일어나진 않은가? 적폐청산의 의지가 확고하면 그 어떤 복잡한 상황에서도 적폐청산의 길을 흔들리지 않고 갈 수 있다. 그러나 적폐청산의 의지가 확고하지 못하면 언뜻 들리는 이야기에도 신념이 흔들리고 엉뚱한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자기도 인식하지 못하는 새에 적폐들에 놀아나게 된다. 

둘째, 우리는 국민의 뜻을 실현하는 데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가. 

우리 속에서도 어느새 국민의 뜻을 뒷전으로 밀어버리진 않는가? 자신의 패권과 집단이기주의, 내가 옳다는 잘난 맛, 자아도취에 빠져 국민을 등한시하는 경향은 없는가? 

진보진영 내에 이런 현상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는 반드시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셋째,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을 무능하다고 하지만 진보는 과연 유능한가. 

집권하기 위해 필요한 실력은 많다. 진보진영은 과연 민주당과 국힘당에 맞서 국민을 설득할 실력이 있는가. 조직을 운영하고 사람을 얻을 실력이 있는가. 자신의 실력을 갈고닦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혹, 현실은 정말 한심한 수준의 실력에 머무르고 있으면서도 조그만 성과에 만족하면서 자고자대(스스로 잘난 체하며 교만함)하고 있진 않은가. 냉철히 돌아봐야 한다.

넷째, 과연 진보세력은 도덕적, 양심적인가. 

최근 화제가 많이 되는 자녀문제를 보자. 우리는 우리 자녀를 자신과 함께 진보세상을 위한 진보운동일꾼으로 성장시키려고 하고 있는가? 

우리는 자기 자식은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소위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가길 바라고 가능하면 의사가 되길 바라진 않는가? 내 자식만은 이 사회에서 출세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유학을 보내진 않는가?

우리는 청년·학생들이 더 많이 진보적 생각을 가지고 진보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자기 자식은 그런 청년·학생이 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는가? 여기서 양심이 있고 언행일치가 되는지 안 되는지를 볼 수 있다.

다섯째, 우리는 국민을 존중하고 높게 받드는가?

진보진영이 자신의 노선이 옳다는 신념을 갖는 것은 좋은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너무 경도돼서 자신의 판단 일체를 절대화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잘못된 판단, 잘못된 노선을 결정했을 때도 국민의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고 아집을 부리며 대중을 무시하는 행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대중에게 배우려 하지 않고 자기를 절대화하는 모습은 비일비재하게 존재한다. 

진보진영은 이번에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을 심판하는 국민의 무서운 행동을 보며 자기 자신을 가다듬어야 한다. 그래서 정말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정치세력으로 거듭나기 위해 자기 성찰과 노력, 혁신에 불을 달아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 현재 진보세력의 면면만 가지고는 절대로 국민의 마음을 얻고 진보 세상을 펼쳐나갈 수 없다. 

국민을 하늘처럼 떠받들고 국민과 하나가 돼서 국민의 염원인 자주, 민주, 통일을 실현할 세력은 진보세력밖에 없다. 진보세력이 정체해 있는 것, 자기가 부족한 데도 부족한 줄도 모르고 혁신을 게을리하는 것은 국민에게 죄를 짓는 일이다. 진보세력은 국민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고 자기 혁신을 부단히 해서 국민 염원을 실현하는 참된 정치세력으로 성장해 가자.

 

 

이형구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