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28.

 

러시아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가 연일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스푸트니크 V를 접종하는 러시아 등 12개국에서의 이상 반응 발생 관련 정보 수집을 외교부에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스푸트니크 V의 경우 다른 제약사에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과 비교해 정보 접근이 쉽지 않아 해외 자료를 수집하는 차원에서 공문을 발송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스푸트니크 백신은 현재 개발된 백신들 가운데 화이자나 모더나에 비해 비용도 절반에 불과하고 AZ(아스트라제네카)보다 면역률이 높으며 국내 생산 중이라 조달이 쉽다는 이점이 있다”라며 “AZ 이상의 안전성만 검증된다면 러시아산이라고 제외할 이유가 없다. 쥐만 잘 잡으면 되지, 고양이 털 색깔이 무슨 상관이겠느냐”라고 글을 올려 스푸트니크 V 백신 도입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1.  스푸트니크 V는 어떤 백신인가?


스푸트니크 V는 2020년 8월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개발해 승인한 코로나19 백신이다. 현재까지 60개국(총인구 30억 명 이상)에 등록되어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11일 스푸트니크 V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백신으로 공식 등록했다고 발표했다. 백신 이름은 1957년 소련이 인류 최초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의 이름 ‘스푸트니크’를 본떴다.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연구소’와 러시아 국방부 산하 제48 중앙과학연구소가 러시아 국부펀드인 ‘직접투자기금(RDIF)’의 지원을 받아 스푸트니크 V를 개발했다. 스푸트니크 V는 2차 임상시험을 마친 상태에서 국가 승인을 받았다. 

가말레야 연구소가 스푸트니크 V 웹사이트를 통해 밝힌 내용을 보면, 이 백신은 2020년 8월 1일로 임상 1상과 2상 시험을 마쳤다. 3상 임상시험은 등록 이후 9월부터 현재까지 진행 중이고 점차 스푸트니크 V 생산에 동참하는 국가도 늘어나고 있다. 강력한 항체와 세포 면역 반응을 유도했으며 아직 큰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았다. 3상 임상시험에서도 스푸트니크 V 백신의 효능은 91.6%였다.

스푸트니크 V를 개발한 러시아 가말레야 연구소는 에볼라 바이러스와 메르스 바이러스에 대한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백신을 개발한 경험이 있다. 

스위스 제네바 주재 러시아 대표부는 2016년 2월 15일 유럽 유엔본부에서의 기자회견을 통해 15개월의 연구 끝에 가말레야 연구소가 ‘감에박(GamEvac)’과 ‘감에박 콤비(GamEvac-Combi)’라는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 2종을 개발하고 초기 실험의 효과를 확인했음이 알려졌다. 당시까지 에볼라 백신이나 치료 약은 개발된 적이 없었기에 이 두 가지 백신은 에볼라에 대한 임상용 백신으로 세계 최초로 공식 등록 및 승인되었다.

현재는 에볼라 발병 위험이 있는 지역으로 여행하는 러시아 의사와 기타 전문가들의 예방접종에 사용되고 있다. 또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019년 12월 러시아의 에볼라 예방 백신을 공식 승인하기도 했다.

2.  스푸트니크 V와 화이자·모더나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제조업체 화이자와 모더나는 자사 백신의 2회 접종을 마친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3번째 접종용 백신 공급 의사를 밝혔다. 화이자와 모더나가 3번째 접종 의사를 밝힌 건 면역력을 더욱 보강하고 확산세를 보이는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미국에서 화이자와 모더나를 3차까지 접종한다면 한국을 포함한 세계 대부분 국가의 백신 수급 상황은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하게 계산해봐도 미국 내에 필요한 백신 물량이 1.5배 늘어나기 때문이다. 송만기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차장은 “미국이 백신 수출을 막고, 자기들은 대체할 백신이 많다고 얀센 백신 접종 (및 생산)도 중단해서 다른 나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 모두 다른 면역반응을 유도하기 어렵고 증상 발현만 막아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모더나와 화이자 모두 임상 관련 상당수 데이터를 비공개하고 있다. 그래서 제대로 꼼꼼히 한 것인지, 안정성에 문제는 없는지 등의 문제 제기가 있다.

화이자, 모더나 등 서구의 백신의 경우 통상적인 절차보다 훨씬 압축적인 과정으로 개발되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긴급사용 권한이 허가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긴급사용이 승인된 백신들은 기존 백신과는 달리 mRNA를 이용한 기술이다. 하지만 화이자와 모더나를 미국과 유럽에서 접종한 후 부작용에 따른 사망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화이자 대표는 미국의 CNBC 방송에 출연해 백신을 접종받을 거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나는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건강한 59세이며 의료진과 같이 일선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므로 백신을 접종받을 필요가 없다.”

노르웨이 정부에서는 “화이자는 코로나19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초고령층이나 말기환자들에게 접종하기에 적합하지 않을 만큼 위험하다”라고 위험성을 경고하는 발표를 했다. 

이 두 가지 말을 종합해서 해석해보면 화이자는 고위험군인 노령층에 사용하기에 부적합하고 건강하고 젊은 사람들은 접종할 필요가 없다. 즉, 일선에서 코로나19와 싸우는 의료종사자들에게 한정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부정적으로 볼 수 있다.

유럽 최초로 스푸트니크 V 백신 접종에 들어갔던 헝가리가 5가지 백신의 안정성과 효능에 대한 최신 결과를 발표했다.

헝가리 정부의 공식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2월 26일부터 2021년 4월 20일 사이에 2차 접종을 모두 마친 10만 명 가운데 스푸트니크 V 접종자는 95명이 감염됐고 1명이 사망했다. 이는 700명이 감염되고 7명이 사망한 아스트라제네카(AZ) 접종자보다 감염률과 사망률이 모두 7분의 1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177명이 감염되고 20명이 사망한 모더나 접종자와 비교하면 감염률은 약 2분의 1, 사망률은 20분의 1 수준이다. 555명이 감염되고 32명이 사망한 화이자 백신과 비교해선 감염률은 6분의 1, 사망률은 32분의 1 수준이다.

스푸트니크 V 개발을 지원하고 해외 공급 및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러시아직접투자펀드는 4월 19일 스푸트니크 V를 2회 모두 접종한 러시아인 380만 명에 대한 코로나19 감염률 자료 분석 결과 백신의 예방효과가 97.6%로 나타났다고 발표한 바 있다.

세계적 의학 학술지 ‘랜싯’은 2021년 2월 스푸트니크 V 예방효과에 대해 1·2차 접종을 모두 마친 1만9천866명 이상의 3상 시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백신 효능이 91.6%인 것으로 확인됐다는 중간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3. 우리나라는 왜 스푸트니크 V를 고려하지 않나


우리나라는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미국과 영국에서 제작한 백신에만 관심을 두고 고가에라도 수입할 계획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020년 12월 “정부는 기존에 임상에서 성공률을 보였던 미국과 영국 중심의 백신 외에도 3상에 들어가 있는 모든 백신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를 하고 있다”라며 “다만, 러시아와 중국 백신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에서는 구매 계약을 하거나 구매에 나선 적은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임인택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스푸트니크 백신이 아직 임상 결과가 정확하게 오픈되지 않았고 신뢰성이나 이런 부분들에 대한 검증이 다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는 러시아 백신에 대한 구매 검토를 진행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4월 24일 화이자 백신 2,000만 명분, 즉 4,000만 회분을 추가로 계약해 한국 전체 인구의 약 2배가 접종받을 수 있는 물량이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도 4월 26일 러시아 백신 도입의 필요성이 없을 것 같다는 뜻을 밝혔다.

우리 정부는 노바백스나 화이자, 모더나, 얀센의 백신을 2분기에 도입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모두 현재까지도 도입 물량이나 도입 시기조차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얀센의 경우 3월 15일 정부가 2분기 예방접종 계획을 발표할 당시 805만 명분을 공급하겠다고 했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는데, 정작 얀센 측은 여기서 더 줄어든 50만 명분을 공급하겠다고 우리 정부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이자와 모더나 역시 미국 내에서 접종하는 데 급급해 우리나라에 공급이 지연되는 상황이다. 4월부터 접종이 시작된 75세 이상 고령자 350만 명에게 접종할 화이자 백신이 3월 50만 명분, 4월 50만 명분 들어오는 등 공급이 빠르지 않아 좀처럼 접종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4월 22일 0시 기준으로 이 접종군의 접종률은 접종 대상자 대비 15%다. 모더나는 오는 7월 말까지 미국에 추가로 1억 회분 백신을 우선 공급한다며 미국 외 지역 공급망은 1분기 더 늦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가 백신 접종 초기에 제시한 ‘11월 집단 면역’이 가능해지려면 추가적인 백신 공급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백신이 시급히 필요하다.

우리 정부가 도입 대상으로 보고 있는 노바백스, 화이자, 모더나, 얀센 모두 미국이 주된 공급처인 코로나19 백신들이다. 우리 언론은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 개발과 유통에 있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제약회사들에 큰 신뢰를 보이고 홍보용 보도를 하고 있다. 반면, 미국 제약회사가 아닌 러시아, 중국, 영국의 백신에는 의혹만을 제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산 백신의 도입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러시아의 백신 스푸트니크 V나 중국의 사노피 백신을 국내에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용호 의원은 4월 1일 “전 세계의 ‘백신 자국주의’로 국내 백신 수급에도 빨간불이 켜졌지만 방역당국은 러시아와 중국의 백신 도입은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어 백신 수급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백신 수급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스푸트니크 V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스푸트니크 V 공급에 차질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2020년부터 국내의 바이오 업체 ‘이수앱지스’에서 스푸트니크 V 백신을 위탁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 승인만 이루어진다면 공급은 어렵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러시아 백신 도입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38.3%인 것에 비해 ‘러시아 백신 도입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51.1%에 달했다.

스푸트니크 V는 분말 제품으로 보관할 경우 2~8도에 냉장 보관이 가능하고, 액상은 영하 18도에서 6개월가량 보관할 수 있다. 화이자처럼 영하 70도 초저온 유통이 필요한 백신에 비해 운송과 보관이 편리한 것이다.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은 영하 70℃를 유지해야 최대 6개월까지 보관할 수 있다. 일반 냉장고에선 길어야 5일을 버틸 수 있고, 상온에선 2시간이 시한이다. 고가의 극저온 냉동고가 없으면 백신이 환자한테 도착하기 전에 상해 버린다.

스푸트니크 V의 가격도 두 번 접종에 20달러, 약 2만 2천 원으로 30달러가 넘는 모더나 등 미국·서유럽 백신보다 저렴한 편이다.

우리 정부와 언론이 아직도 미국산 백신만 들여다보는 이유는 고질적인 친미사대주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번 백신을 둘러싼 우리 정부와 언론의 시각은 미국이 하는 것은 옳다는 것, 미국에 군소리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에서 기인한다. 

언제 도입될 수 있을지도 모를 백신을 붙잡고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다. 화이자, 모더나 보다 안정적인 스푸트니크 V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인선 주권연구소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