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18.

자유북한운동연합은 ‘북한자유주간’을 맞아 2021년 4월 25~29일 사이 비무장지대(DMZ)와 인접한 경기도·강원도 일대에서 두 차례에 걸쳐 대북전단 50만 장과 소책자 500권, 미화 1달러 지폐 5000장을 북한을 향해 날려 보냈다고 밝혔다. 전단은 대형 풍선 10개에 나눠 담겼다고 한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박상학을 대표로 수년간 대북전단을 살포해 온 민간단체이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통일부가 대북 전단 집계를 시작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60여 차례 걸쳐 대북전단을 날려왔다.

대북전단 살포 행위는 환경 문제와 인근 주민 불안 증폭·재산 손괴 문제, 남북 합의 위반 문제, 전쟁 위기 고조 문제 등을 낳고 있다.

이에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의 일환인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이하 대북전단금지법)이 2020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후 약 3개월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2021년 3월 30일부터 공식 시행되었다. 이 법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 시각 매개물 게시, 전단 등 살포를 할 경우 최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중심이다.

그럼에도 박상학은 처벌도 두려워하지 않고 지난 4월 25일에서 30일 사이 대북전단살포를 강행했다. 박상학이 거리낌 없이 대북전단을 살포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대북전단 살포의 배후, 미국


미 국무부는 2021년 4월 28일 성명에서 북한의 인권상황을 비판하며 인권 문제를 부각하려는 탈북자들과 민간단체들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계속해서 북한의 인권 학대와 위반을 조사하고 대북 정보의 접근 및 유입을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무부는 이보다 앞서 스캇 버스비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 담당 부차관보와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2021년 2월 9일 만나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국무부 대변인은 박상학의 국무부 방문에 대해 “북한 주민들의 정보 접근을 촉진하기 위해 비영리 단체 및 다른 국가의 동반자 단체들과 계속 협력하고 있다”라며 대북전단 살포에 미국의 지원이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대변인은 “논의의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할 수 없다”라면서도 “북한으로의 자유로운 정보유입을 증대하는 것은 미국의 우선순위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박상학을 만나는 것도 모자라 대북전단금지법을 향한 비난도 일삼고 있다. 미국의 입장은 대북전단금지법이 표현, 사상, 양심, 종교, 집회, 결사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 인권기준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미 의회 산하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공동의장인 크리스 스미스 공화당 하원의원 등은 대북전단금지법과 관련한 청문회 개최까지 준비하며 박상학을 증인으로 부르는 모습을 보였다. 미 국무부는 ‘2020 한국 인권보고서’에 대북전단금지법이 탈북민의 대북 인권 활동을 압박하는 정책으로 싣기도 했다.

그레그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은 2021년 2월 23일 국민의힘 조태용 의원 주최로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북전단금지법 관련 토론회에 참석했다. 스칼라튜 총장은 토론회 축사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이 한국의 헌법과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을 위반한다는 의견을 한국 통일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는 곧 미국 정부와 의회가 대북전단 살포 행위의 뒷배가 되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미 국무부는 매년 NED(미국 민주주의 국가 기금, 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와 HRDF(인권과 민주주의 기금, Human Right and Democracy fund)를 통해 반북 민간단체에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NED는 2016~2019년 4년 동안 반북단체에 총 1,122만 2,533달러(원화 약 135억 원)를 지원해왔다. 

NED에게 지원을 받은 한국 반북단체로는 자유북한운동연합, NAUH(나우), 북한인권시민연합, 북한인권정보센터, 열린북한방송, 자유북한방송, 데일리NK 등이 있다. 이 단체들은 모두 북한을 적대적으로 대하며 한반도에서 전쟁을 만들고자 하는 반북성향을 갖고 있다. NED의 2019년 회계연도에 따르면 NED는 북한발전연구원에 28만 달러, 북한인권정보센터에 22만 달러, NK워치에 21만 달러, 나우에 12만8000달러, 국민통일방송에 60만 달러, 데일리NK에 40만 달러 등 갖가지 반북단체들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NED의 북한발전연구원 지원 내역 (출처 : https://www.ned.org/wp-content/themes/ned/search/grant-search.php)


NED의 지원을 받아온 자유북한방송의 설립자 김성민은 “NED의 기금과 지원이 없었다면 자유북한방송은 현재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유사하게 자유조선방송의 설립자 이광백도 “방송을 가능하게 한 것이 NED”라고 밝혔다. 박인호 데일리NK 대표는 “우리는 올해(2012년) 14만 달러(약 1억 4000만 원) 정도를 지원받았다. 단체별로 적게는 수만 달러에서 많게는 수십만 달러는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NED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곳일까?

NED가 마냥  비영리 민간단체(NGO) 같지만 그 본질은 사실상 ‘비밀공작’으로 악명 높은 미 중앙정보국(CIA)과 함께 반체제 공작을 해온 기관이다. 미국은 1970년대 들어 세계 곳곳에서 공작과 국가전복 범죄를 저질러온 CIA를 지탄하는 국제여론이 높아지자 민간 시민단체로 위장한 대안 조직을 계획했다. 이에 CIA는 고위급 선전 전문가 등을 보내 1983년 NED가 공식 창설되기 이전까지 NED의 활동 기반을 다진 바 있다.

알렌 와인슈타인 NED 창립자는 1991년 상원의회 청문회에서 “오늘 우리(NED)가 하는 많은 일은 CIA가 25년 전 비밀리에 했던 일들이다”라고 말하며 CIA의 지휘·조종·재정지원을 받는 단체임을 밝혔다.

NED는 미 국무부의 재정지원 속에서 CIA가 하던 역할을 이어서 하고 있다. 폼페이오 전 국무부 장관이 CIA 국장이었던 점, 바이든 행정부가 CIA 국장에 윌리엄 번스 전 국무부 부장관을 지명한 점만 보아도 국무부와 CIA의 관계가 얼마나 끈끈한지 생각해볼 수 있다.

NED는 실제로 1980년대 이란-콘트라 스캔들, 코스타리카에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오스카 아리아스 대통령의 반대 세력 지원(1986-1988), 칠레 선거(1998), 니카라과 선거에서 샤모로 지원(1989-1990), 체코슬로바키아(1990) 등 타국의 내정에 개입해 왔다. 그들의 목표는 진보적 운동들을 와해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친미 반체제 인사들에게 돈, 기술적 지원, 훈련프로그램, 대외 관계 지원 등을 아끼지 않는다.

대북전단 살포의 주된 인물로 수잔 숄티 미국 북한자유연합과 디펜스포럼 대표를 빼놓을 수 없다. 수잔 숄티는 여러 차례 방한해 박상학과 함께 대북전단을 살포해왔다. 

데일리NK의 보도에 따르면 수잔 숄티는 NED 소속이라고 한다. 실제로 수잔 숄티와 칼 거쉬만 NED 회장은 미국 내 가장 힘 있는 북한 인권 단체로 알려진 ‘북한인권위원회’(HRNK) 이사진 명단에 이름을 올린 상황이다.

수잔 숄티가 이끄는 북한자유연합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2020년 8월 12일자 서한에는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정치인들의 서명도 있다. 이 편지는 “북한인권단체들을 위협하고 괴롭히는 문재인 정권은 이러한 정책을 재검토하고, 탈북자 단체의 북한인권 개선 노력을 지지하라”라고 날을 세웠다.

미국의 내정간섭을 이겨내고 대북전단 살포 중단해야


 박상학은 이번 대북전단 살포를 두고 “처벌이 두려웠다면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3년 징역, 3000만 원 벌금? 다 필요 없다. 3년 징역이 아니라 30년을 받더라도 대북전단을 계속 보낼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상학은 2021년 5월 10일 서울경찰청에 출석하면서 자신이 감옥에 가면 다른 이들이 계속해서 대북 전단을 날릴 것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행동에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박상학이 안하무인(주변 사람을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는 사람) 태도를 보일 수 있는 것은 미국의 지원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대북전단 살포를 이어가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제정한 법조차 고치라고 내정간섭을 일삼고 있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와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미국을 찾아 각각 수잔 숄티(미 북한자유연합, 디펜스포럼재단 대표)와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만난 이유도 미국이 대북전단 살포의 주된 지지자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만남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옹호하고 대북전단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다며 비난했다.

한편, 국민 여론은 대북전단금지법이 필요하다고 얘기하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기관 4곳이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5월 2주 차 전국지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1%가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 및 남북관계를 고려했을 때 필요한 법”이라고 답했다. 반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법”이라는 응답은 37%였다.

만약 우리가 미국의 눈치를 보며 박상학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고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보고만 있으면 남북관계는 큰 낭패를 보게 될 것이다. 2020년 대북 전단 살포 이후 정부의 늑장 대응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되었던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진정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원한다면 분단·전쟁 상황을 유지하고 대북전단 살포를 멈출 생각이 없는 박상학과 미국 정부와 관련자들을 엄벌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아무리 미국이 내정간섭을 해오더라도 이겨내고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해야 한다.

 

이인선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