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 2021년 09월 10일
기사 제목 : “절박해야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수 있다” 다큐영화 <실행자들> 시사회
“우리 스스로 공안조직의 절박함을 뛰어넘는 절박함을 가지고 있어야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수 있다. 같이 마음 모아서 저도 열심히 해보겠다.”
-다큐멘터리영화 <국가보안법의 실행자들>에서 각본과 내레이션을 맡은 류성 경험과상상 대표가 전하는 말.
어떤 사람들은 대한민국에서 국가보안법이 사실상 사문화됐다고 말한다. 촛불혁명으로 박근혜 정권이 쫓겨나면서 국민이 종북, 빨갱이로 내몰리는 세상이 끝났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보안법의 공포는 없어진 것일까? 국가보안법을 무기처럼 휘둘러 사람들을 억압해온 공안기관의 위협은 정말로 사라진 것일까? 다큐영화 <실행자들>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강조한다.
지난 9월 9일 오후 7시, 다큐영화 <국가보안법의 실행자들>의 온라인 시사회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1부 시사회, 2부 제작진과의 대화로 진행됐다. 실행자들 제작위원회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 유튜브와 줌을 통해 제작위원들과 후원자들을 만나는 비대면 자리를 마련했다.
시사회에서 사회를 맡은 정종성 6.15공동선언실천 청년학생본부 상임대표는 영화의 제작 과정을 이렇게 소개했다.
“국가보안법으로 이득을 보고 그걸 유지하게 하는 실행자들이 누구인지 실행자들을 추적하는 내용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4~5월부터 영화 기획, 자료수집을 시작했고 6월 말, 7월 초에 제작위원회를 구성하고 영화 펀딩(모금)을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왔다.”
제작진들은 영화를 만들게 된 취지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총연출을 맡은 서지연 주권방송 편집국장은 “국가보안법은 정권이 바뀌어도 살아나 민주주의와 통일을 막아왔다”라며 “우리 모두가 국가보안법의 피해자임을 이야기하는 영화를 만들었다”라고 밝혔다.
각본을 맡은 류성 경험과상상 대표는 “정보기관이 국민을 위해 일하는 국가기관이 될 수 있게 정상화하려면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라며 “(국정원이) 수장 갈아치우고 정치개입 안 하겠다고 해서 정상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정보기관을 그대로 두면 위험하다”라고 말했다.
국가보안법과 관련이 깊은 사람들이 영화를 본 뒤 각기 다양한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이시우 작가는 “국가보안법이 누구나 대충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있는데 새로운 형식으로 다른 사람들의 관심 주목을 받게 만드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라며 “새롭게 접근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종문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 사무처장은 “10월 5일부터 16일까지 국가보안법 폐지 대행진으로 제주에서부터 전국을 함께 걸으면서 시민들과 영화를 나누고 올 생각”이라며 “이번에는 그 힘으로 국회에서 폐지법안이 발의될 수 있도록 많이 걸어보겠다”라고 강조했다.
심재환 변호사는 “이승만 시대 때 특무대를 소재로 삼은 게 굉장히 인상 깊었다”라며 “이 분야가 잘 연구가 안 돼 있는데 이를 발굴해서 국가보안법의 실행 주체들이 갖고 있는 목적을 잘 보여줬다”라고 호평했다.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국정원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영화로 보니까 좋았다”라며 “정말 (영화를) 널리 알려서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겠다”라고 말했다.
이재선 천도교청년회 회장은 “천도교 최고 수장 두 분이 월북하면서 교단이 위축되는 과정을 직접 봤다”라며 “실행자들이 법 위의 법(국가보안법)을 이용하는 내용이 영화에 잘 담겨 있다. 영화를 널리 알려야겠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시사회에는 국가보안법으로 고통받은 재일동포 피해자가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영화의 출연자이기도 한 재일동포 김병진 선생은 한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간첩 조작사건으로 보안사에 끌려갔고, 그 뒤 보안사에서 일본어 통역사로 강제 근무하며 고문받는 동포들의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김병진 선생은 “내가 보안사에 시달린 지 벌써 40년”이라면서 “국가보안법을 하루빨리 없애버려야 한다. 여러분의 분투를 빌겠다”라며 당부를 전했다.
이날 시사회는 제작진들이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는 그날까지 <실행자들> 제작진들도 함께 싸우겠다”라고 포부를 밝히면서 마무리됐다.
사회자는 “여러분이 이 영화의 홍보자가 되어주시고 배급사가 되어주셔서 영화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주춧돌이 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부탁드린다”라고 호소했다.
영화 <실행자들>이 만들어지기까지 각계각층의 연대와 협력이 있었다. 제작위원에 126명이 이름을 올렸고 46개 단체가 함께 했다. 이밖에도 314명의 후원을 받아 모금 목표였던 2천만 원을 조기 달성하는 성과를 냈다.
시사회를 통해 영화의 만듦새도 호평을 받은 만큼 앞으로 <실행자들>이 우리 사회에서 큰 반향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높다.
한편 <실행자들>은 ‘국가보안법에 따른 한국 사회의 자기검열 내재화, 일상화’를 알린 다큐영화 <게임의 전환>의 후속작이다.
다큐영화 <실행자들>은 오는 13일, 여러 진보민주개혁진영 유튜브 채널을 통해 동시 공개하는 방식으로 온라인 개봉한다. 실행자들 제작위는 코로나19 방역 상황을 고려해 공동체상영, 제작진과의 대화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