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 4.

북한 사회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한 사회 구조와 작동 원리를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좋은 교재는 북한 헌법이다.
헌법을 분석하다 보면 북한 사회의 기본 이념과 국가 정체성, 사회 구조와 작동 원리, 국가 정책과 노선을 잘 알 수 있다.
이에 nk투데이 편집부는 북한 헌법을 하나하나 파헤쳐보는 연재를 기획하였다.
분석할 북한 헌법은 현재 한국에서 입수할 수 있는 가장 최신판인 2019년 8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2차 회의에서 수정보충한 헌법을 기준으로 한다.
또한 표기법은 한국의 맞춤법을 따르되 불가피한 경우 북한 표기를 그대로 두었다.
북한 헌법은 통일부, 법무부, 법제처가 공동 운영하는 통일법제 데이터베이스(https://unilaw.go.kr)에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2. 서문에서 밝힌 북한의 국가 정체성

 

 

보통 헌법 서문에는 그 나라가 어떤 역사를 계승하며 무엇을 지향하는지, 한 국가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을 드러낸다.

 

따라서 북한도 헌법 서문을 보면 국가로서의 정체성을 파악할 수 있다.

 

북한 헌법 서문은 대한민국 헌법 전문(前文)에 비해 상당히 긴 편이다.

 

그 내용을 하나씩 살펴보자.

 

 

(1)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국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와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의 국가건설사상과 업적이 구현된 주체의 사회주의국가이다.” [서문1]

 

첫 문장에는 북한의 국가 정체성이 집약되어 있다.

 

즉,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상과 지도활동을 통해 탄생한 북한은 ‘주체의 사회주의국가’라는 것이다.

 

‘주체의 사회주의국가’란 주체사상이 구현된 북한 특유의 사회주의국가를 의미한다.

 

더 구체적인 내용은 뒤에서 차차 분석하기로 한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가의 정체성을 형성한 역사를 3.1운동과 4.19혁명에서 찾았다.

 

반면 북한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상과 지도활동에서 찾는다.

 

이는 북한 특유의 지도자 이론, 즉 ‘수령론’에 따른 것이다.

 

북한은 국가 최고지도자가 국민의 뜻을 하나로 모으고 대변해 국민의 힘으로 그 뜻을 실현하는 구심점의 역할을 한다고 본다.

 

즉, 지도자의 사상과 활동이 곧 국민의 사상과 활동인 것이다.

 

이런 원리로 북한에서는 지도자의 우수함은 곧 국민의 우수함이고, 지도자에 대한 자긍심은 곧 국민 자신의 자긍심이다.

 

따라서 헌법 전문에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상과 활동만 언급됐다고 해서 북한의 국가 정체성을 두 ‘개인’이 만들었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는 북한 문헌 해석에서 간과하기 쉬운, 그러나 가장 중요한 내용이다.

 

그렇다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국가건설사상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북한 문헌은 이를 ‘김일성-김정일주의 국가건설사상’이라 부르며 크게 3가지 내용으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는 ‘자주의 혁명노선’이다.

 

북한은 자주 노선을 지키는 것이 김일성-김정일주의 국가건설사상의 핵심이라고 부른다.

 

북한은 자주 노선을 지켜야 나라의 존엄과 국민의 운명을 수호하며 자기 실정에 맞게 자기 힘으로 사회주의를 건설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분단까지 된 현실 조건에서 자주 노선을 지키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북한은 사대주의, 교조주의를 반대하며 외세의 압력을 배격해왔다고 한다.

 

또한 자기 힘을 키우고 사회의 모든 분야를 독자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북한의 자주 노선은 ‘정치에서 자주, 경제에서 자립, 국방에서 자위’ 노선으로 세분화된다.

 

둘째는 ‘인민대중제일주의’다.

 

‘인민대중제일주의’란 국민을 혁명과 건설의 주인으로 보고 국민에 의거하며 국민을 위해 멸사복무(자신을 깡그리 바쳐 이바지한다)하는 정치이념이다.

 

‘인민대중제일주의’라는 표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3년 1월 29일 제4차 당세포 비서대회 연설에서 “김일성-김정일주의는 본질에 있어서 인민대중제일주의”라고 하면서 처음 등장했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민위천’ 사상을 계승한 것이 ‘인민대중제일주의’이며 “모든 것을 인민을 위하여, 모든 것을 인민대중에게 의거하여”라는 구호에 이것이 응축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또 모든 국가 정책이 국민의 복리증진에 집중되고 있으며, 간부들의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를 반대하는 것도 이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셋째는 국가의 전반 사업에 대한 노동당의 영도를 보장하는 것이다.

 

원래 사회주의국가는 공산당(북한은 노동당)이 사회 전체를 영도한다.

 

당이 정부는 물론 지방기관, 대중단체, 기업소, 협동농장 등 모든 영역을 다 지도한다.

 

북한은 이를 사회주의국가의 본성적 요구며 국가 활동의 생명이라고 주장한다.

 

당이 국가에 대한 지도를 못하면 결국 체제가 붕괴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자주노선’, ‘인민대중제일주의’, ‘당의 영도’ 3가지가 북한이 말하는 ‘김일성-김정일주의 국가건설사상’의 주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