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 11.

북한 사회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한 사회 구조와 작동 원리를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좋은 교재는 북한 헌법이다.
헌법을 분석하다보면 북한 사회의 기본 이념과 국가 정체성, 사회 구조와 작동 원리, 국가 정책과 노선을 잘 알 수 있다.
이에 nk투데이 편집부는 북한 헌법을 하나하나 파헤쳐보는 연재를 기획하였다.
분석할 북한 헌법은 현재 한국에서 입수할 수 있는 가장 최신판인 2019년 8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2차 회의에서 수정보충한 헌법을 기준으로 한다.
또한 표기법은 한국의 맞춤법을 따르되 불가피한 경우 북한 표기를 그대로 두었다.
북한 헌법은 통일부, 법무부, 법제처가 공동 운영하는 통일법제 데이터베이스(https://unilaw.go.kr)에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2) 김일성 주석의 ‘국가건설 업적’

 

 

두 번째 문장부터는 김일성 주석의 ‘국가건설 업적’이 나온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창건자이시며 사회주의조선의 시조이시다.” [서문2]

 

김일성 주석의 ‘국가건설 업적’을 크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창건자’와 ‘사회주의조선의 시조’ 두 가지로 꼽았다.

 

각각에 대한 해설이 이어진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는 영생불멸의 주체사상을 창시하시고 그 기치 밑에 항일혁명투쟁을 조직 영도하시어 영광스러운 혁명전통을 마련하시고 조국광복의 역사적 위업을 이룩하시었으며 정치, 경제, 문화, 군사 분야에서 자주독립국가 건설의 튼튼한 토대를 닦은데 기초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창건하시었다.” [서문3]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창건자’에 대한 내용인데 6가지로 나눠 간단히 살펴보겠다.

 

첫째, ‘주체사상을 창시’했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이 1930년 6월 30일 카륜회의에서 발표한 연설 ‘조선혁명의 진로’를 주체사상의 창시로 본다.

 

이 연설문에는 기존 반일운동에 대한 평가와 혁명의 기본 원리가 담겨 있다.

 

기존 반일운동에 대한 평가는 “반일민족해방운동을 ‘지도’한다고 자처한 사람들은 대중을 떠나 상층부의 몇몇 사람끼리 모여앉아 말공부만 하고 싸움질만 하면서 실지 혁명운동에 인민대중을 조직 동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또) 사대주의사상에 물젖어 우리 혁명에 엄중한 손실을 가져다주었습니다”라고 정리하였다.

 

또 혁명의 기본 원리에 대해서는 “혁명을 승리에로 이끌기 위하여서는 인민대중 속에 들어가 그들을 조직 동원하여야 하며 혁명에서 나서는 모든 문제를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여 해결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책임지고 자기의 실정에 맞게 자주적으로 해결하여야 한다”, “조선혁명의 주인은 조선인민이며 조선혁명은 어디까지나 조선인민 자체의 힘으로,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게 수행하여야 한다는 확고한 입장과 태도를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정리하였다.

 

이런 내용들은 훗날 정립한 주체사상의 핵심 원리로 고스란히 들어간다. 그런 이유로 이 연설을 주체사상의 창시로 보는 것이다.

 

둘째, ‘항일혁명투쟁을 조직 영도’했다.

 

북한의 역사 기록에 따르면 김일성 주석은 1926년 10월 17일 만주에 있는 화성의숙에서 반일운동단체인 ‘타도제국주의동맹’을 결성하였고 1927년 8월 27, 28일에는 각각 반제청년동맹과 조선공산주의청년동맹을 결성하였다.

 

1930년 6월 30일~7월 2일 진행된 카륜회의에서 항일혁명의 노선과 전략전술을 수립하였으며 그에 따라 7월 3일 당조직 건설, 7월 6일 조선혁명군을 결성하였고 이후 1932년 4월 25일 반일인민유격대(후에 조선인민혁명군으로 개편)를 건설해 본격적인 항일무장투쟁을 진행하였다.

 

과거 한국에서는 김일성 주석의 항일운동 경력에 대해 논란이 있었지만 지금은 정부의 공식 입장이나 학계의 입장도 대체로 항일운동 경력을 인정하는 편이다.

 

심지어 김병관 동아일보 회장은 1998년 10월 방북취재를 가면서 김일성 주석의 보천보전투를 담은 1937년 동아일보 신문 원판을 순금으로 제작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선물했다.

 

또 광복 60년 기념사업 추진위원장이었던 강만길 교수는 2005년 4월 11일 임시정부 수립 86주년 기념식을 앞둔 기자 간담회에서 “김일성 주석의 항일 빨치산 운동도 독립운동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평화박물관 이사인 한홍구 교수는 2004년 7월 8일 한겨레21 기고글에서 일제의 기록을 인용해 “(김일성 주석은) 일제의 압박에서 벗어나 광복을 쟁취하고자 했던 우리 겨레의 염원에 대해서 무한한 용기와 기대, 그리고 신념을 솟구쳐주는 원천이며 그 상징”이었다며 “민족영웅”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셋째, ‘혁명전통을 마련’했다.

 

혁명전통이란 항일혁명 과정에서 김일성 주석이 창조한 주체사상, 혁명정신, 혁명업적, 풍부한 투쟁경험, 혁명적 사업방법과 인민적 사업작풍 등 다양한 내용을 포괄한 개념이다.

 

북한은 혁명전통을 ‘혁명의 뿌리’라고 표현하며 혁명전통을 지키고 가꾸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북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산도 학습도 생활도 항일유격대식으로’라는 구호 역시 혁명전통을 계승하여 현실에 구현할 것을 강조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