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 2.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미국의 대북압박, 강경행보가 기승을 부리면서 우려를 낳았다. 아니나 다를까 북한의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15일 평양 주재 외신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열어 미사일 시험을 재개할지, 북미협상을 계속할지 재검토 중이라고 선언했다. 이에 전 세계가 긴장하며 북미가 다시 협상의 장에서 핵대결의 장으로 자리를 옮길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1.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관련국의 움직임

(1) 미국

2월 28일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어 크게 3가지 내용을 이야기했다. ▲북한이 완전한 제재 해제를 요구했고 이를 들어줄 수 없어서 회담을 끝냈다(이후 AP통신 보도로 거짓임이 드러남) ▲영변 핵시설 외에 추가로 발견한 핵시설도 폐기할 것을 요구하자 북한이 놀랐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CVID)를 요구했냐는 질문에는 명확하게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사흘이 지난 3월 3일(현지시각), 2차 북미정상회담 방해의 주범으로 지목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입을 열었다. 그는 북한이 비핵화할 때까지 대북제재를 강화해 최대 압박을 가하겠다면서 “핵·미사일은 물론 생화학 무기를 포함한 광범위하게 정의된 비핵화”를 언급했다. 그동안 나오지 않던 대량살상무기(WMD) 개념이 등장한 것이다. 그는 이런 내용을 정리한 한글과 영어 2개의 문서를 2차 북미정상회담 확대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했다.

볼턴 보좌관의 발언이 나온 뒤 트럼프 대통령, 폼페이오 국무장관, 스티브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등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하였다. 비건 특별대표는 11일(현지시각) “점진적 비핵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일괄타결, 이른바 ‘빅딜’을 주장하였고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얻어야 제재 해제를 할 것”이라며 한동안 꺼내지 않았던 FFVD도 다시 언급했다.

한편으로 북한이 미사일 발사 재개 움직임을 보인다는 보도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를 시작으로 여러 연구소와 언론들은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북한은 서해위성발사장이라 부른다) 에서 새로운 움직임이 포착됐다며 당장에라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미국의 대안언론 언즈리뷰(The Unz Review)는 3월 12일 ‘북한에 관한 언론의 6대 거짓말’이란 기사를 통해 “언론이 공개한 사진들을 분석하면 미사일 발사 재개 활동이 전혀 포착되지 않는다”며 북한을 믿을 수 없는 존재로 인식시키려는 심리전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14일(현지시각)에는 비건 특별대표가 유엔안전보장이사회 15개 회원국 대표 등을 만나 FFVD가 이뤄질 때까지 대북제재가 확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하면서 북한이 다른 길을 가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하였다.

이처럼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미국의 움직임을 보면 지난해 1차 북미정상회담 이전으로 돌아간 것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적대적이고 강경한 태도가 나타났다.

(2) 한국

2차 북미정상회담 직전만 해도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2월 2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북한 경제가 개방되면 주변 국가와 국제기구, 국제 자본이 참여하게 된다”며 “그 과정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잃으면 안 된다”면서 조급함마저 드러냈다. 아마도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최소한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 정도는 합의될 것으로 예상했던 것 같다.

그러나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났다는 보고를 받고는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3.1절 기념사에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방안을 이야기하면서도 “미국과 협의할 것”이라고 하였고 3월 4일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도 “남북협력사업들을 속도감 있게 준비해주길 바란다”면서도 “제재의 틀 내에서”라는 전제를 달았다. 철저히 미국이 그어놓은 선 안에 머물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분야 입장을 비교적 정확히 대변하는 것으로 알려진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의 입장도 주목된다. 문 특보는 3월 12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협상의 흐름에 있어 판을 깬 것은 미국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귀책사유가 더 크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랬다가 나중에 “쌍방의 책임이 있는 만큼 귀책사유란 표현은 철회한다”며 그 자리에서 입장을 번복했다. 미국의 책임론을 이야기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북한이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보인다며 “상황을 재앙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북한이 영변 핵시설 플러스 알파로 나온다면 사태 반전이 가능”하며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해보고 지켜보자”고 했다. 또 14일(현지시각)에는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실린 기고문에서도 같은 입장을 반복하면서 “미국은 한국에 남북경협에 대한 유연성 확대와 같은 지렛대를 허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문재인 정부의 입장 변화는 2차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따른 충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후에 있은 미국의 압박도 영향을 준 듯하다.

3월 6일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 군축담당 특보는 “남북 경협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행보는 미국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3월 6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미국을 방문해 비건 특별대표와 회의를 한 다음날인 7일 미국 국무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에 대한 제재 면제를 검토하지 않겠다고 명백히 밝혔다. 남북협력사업을 추진하지 말라는 경고나 다름없었다.

3월 8일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특사는 “2차 정상회담을 통해 대북 제재가 북한의 아픈 곳을 찌른다는 것이 드러난 지금 굳이 제재 완화라는 당근을 북한에 줄 필요가 없다”며 “오히려 대북 제재는 최소한 현재 수준을 유지해야만 협상의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도 “한국 정부가 대북 제재 완화를 암시하거나 미국이 제재 강화를 위협하는 것 모두가 (비핵화란)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처럼 미국은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직간접적으로 차단했다. 이런 미국의 입장은 전부터 계속되던 것으로 2월 16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방미 결과와 관련 “미국 입장은 주로 남북관계 속도가 미북관계 속도보다 빠른데 대해 우려하고 있었다”고 한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더 특이한 일도 있었다. 지난 2월 27일 한국을 방문한 국제통화기금(IMF) 연례협의단이 한국은행 등 경제 관련 여러 단위들을 방문한 후 3월 12일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한국의 경제성장은 중·단기적 역풍을 맞고 있다”며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어 거시경제 정책은 성장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이행돼야 한다”, “한국은행은 명확히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가져야 한다”, “올해 성장률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추경이 최소한 국내총생산(GDP)의 0.5%를 넘는 수준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언론은 IMF가 ‘명확히’, ‘해야 한다’, ‘역풍’ 등 강한 어조의 표현을 쓴 것은 이례적이며, 추경 규모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도 드물다며 한국 경제에 대한 강한 경고라고 분석했다. IMF가 미국의 입맛에 따라 움직이고 한국 정부에 강한 영향을 미쳐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이 문재인 정부에게 함부로 움직이지 말라는 경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

나경원 원내대표 발언도 눈길을 끈다. 나 대표는 1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그 무슨 ‘수석대변인’이라고 발언해 큰 파문이 일었다. 야당이 정부를 비난하는 일이야 늘 있지만 이날은 작정하고 강한 표현을 쓴 것으로 보인다. 연설 후 국회를 나서는 나 대표는 지지자들에게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만족해하였다. 평소 미국과 일본을 노골적으로 대변해온 나 대표의 언행을 보면 이날 발언도 미국의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나 대표는 또 14일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반민특위로 인해 국민이 분열했다”고 주장해 파문을 낳았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우파는 곧 친일이라는 프레임”을 만든다고 비판했는데 이는 한일관계를 빨리 회복해 한일군사동맹을 추진하라는 미국의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3) 북한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28일 기자회견에 대해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어 반박하였다.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하지 않았고 일부 민간 영역의 제재해제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또한 영변 핵단지 전체에 대한 영구적 폐기를 처음 제안했는데 이를 받지 않은 것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친 것이나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3월 1일 노동신문 보도를 통해 2차 북미정상회담이 북미관계를 두 나라 국민의 이익에 맞게 발전시키며 한반도와 지역, 세계의 평화와 안전에 이바지하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즉, 성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또 대화를 계속 할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이후 북한의 입장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12일에도 우리민족끼리는 ‘완전한 비핵화에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란 기사를 내보냈다.

그런데 15일 최선희 부상이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의 강도적 요구가 상황을 위험에 빠뜨렸다”며 “그 결과 정상회담이 의미있는 성과 없이 끝났다”, “어떤 식으로든 미국의 요구에 굴복할 생각이 없으며 그러한 협상에 관여할 뜻이 없다”고 강한 경고를 던졌다.

북한이 이렇게 강경한 입장을 보인 것은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미국이 FFVD, WMD, 빅딜 등을 전면에 들고 나오고 미사일 발사 움직임 논란 등으로 북한을 압박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그늘 아래에서 더 이상 남북관계를 돌파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모습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다.

2. 현 상황에 대한 평가

(1) 미국의 모습

일단 미국의 태도에는 일관성이 없다. 비핵화 목표를 보면 CVID에서 FFVD로 바꿨다가, 언급을 피했다가, 다시 전면에 내세우는 등 종잡을 수 없는 모습을 보였다. 비핵화 방식에서도 1차 정상회담 전에는 일괄타결 방식을 주장하다 이후 단계적 해법을, 다시 2차 정상회담 후 일괄타결을 주장하며 오락가락했다.

일관성이 없을 뿐 아니라 일방적이다. 목표나 방식을 바꾸면서도 아무런 근거나 배경, 이유 설명도 없이 갑자기 입장을 바꾼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트럼프 특유의 ‘미치광이 전략’이라고 추켜세우지만 원래 미국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또 내용에서 패권적이다. CVID든 FFVD든 모두 북한의 핵을 완전히 없애겠다는 것으로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북한 비핵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반도 핵문제의 본질인 미국의 대북핵위협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한다. 또 자신들은 대북적대정책을 계속 유지하면서 북한에게만 먼저 비핵화를 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최선희 부상이 미국을 두고 “강도적 요구”를 했다고 비난하자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전에도 그런 얘기를 들었다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자신들은 약속을 지키지 않고 북한에게만 일방적인 요구를 들이미는 미국을 두고 전 세계가 양아치 깡패를 보듯 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2) 한국의 모습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를 북미관계의 종속변수로 놓고 있다. 북미관계가 풀려야 남북관계도 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입장에 보조를 맞추는 친미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애초에 2차 북미정상회담 결과를 보고 남북관계를 풀어나가자는 입장부터가 모든 것을 미국의 뜻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친미사대적 입장이었다.

여기에는 미국에게 굴복하는 측면과 함께 스스로 미국의 주장에 동조하는 측면도 있다. 한미관계의 특성상 미국이 한국 정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건 사실이다. 만약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정책을 따르지 않고 독자적으로 남북관계를 발전시킨다면 여러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핵위협은 거론하지 않고 북핵폐기만 주장하는 등의 모습은 강요에 따른 것이 아닌 자발적 동조행위다.

이런 문재인 정부의 태도는 본인이 이야기한 “한반도 운명의 주인은 우리”라는 말과도 다르며 남북이 합의한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원칙도 어기는 것이다. 그리고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계속 강조하는 ‘중재자의 역할’도 할 수 없게 만든다. 최선희 부상이 문재인 정부를 두고 “미국의 동맹이기 때문에 플레이어(player)이지 중재자가 아니다”고 한 말을 곱씹어봐야 한다. 문재인 정부를 ‘플레이어’라고 표현한 것은 북미 사이의 중립적 중재자가 아니라 미국의 연장선에 불과하다는 의미인 듯하다.

(3) 북한의 모습

북한은 대외 정책을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드러낸다. 이번만이 아니라 줄곧 그래왔다. 최한욱 기자는 자주시보 기사(2018.4.3.)에서 “북한의 외교를 이해하는 방법은 아주 단순하다. 그들의 말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 된다. 그러면 북한의 외교는 얼마든지 예측 가능하다...(중략)...북한은 언제나 패를 다 내놓고 게임한다”고 설명했다. 문정인 특보도 2018년 10월 29일 강연에서 “북이 하는 말 모두를 정치적 선전으로 생각하는데, 북한 관영매체인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을 잘 들여다보면, 부분적인 진실이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입장 변화도 거의 없이 초지일관하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도, 단계적 동시행동이라는 방법도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았다.

내용도 합리적이다. 북미 양국의 신뢰 수준에 따라 전면적인 대북제재 해제는 미국이 부담스러우므로 민수 분야의 제재만 해제하라고 요구한다거나, 미국의 상응조치에 따라 앞으로 비핵화 과정이 더 빨리 전진할 수 있다고 한 것은 누가 봐도 합리적이다. 이는 북한의 일방적인 이익이 아닌 북미 양측이 모두 이익을 볼 수 있는 제안이다.

3월 1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위 위원장은 “지금은 평화협정 전 단계로, 북한이 핵시설의 50~80%를 차지하고 있는 영변 핵시설에 미국 전문가를 참여시켜 검증을 통해 영구적으로 폐쇄하겠다고 한 것은 대단히 획기적인 제안”이라고 평가하면서 “전반적인 경제 제재 해제와 교환하자고 한 것도 아닌데, (미국이) 영변 이상을 요구한 것은 우리가 봐도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뤼차오 중국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연구원 역시 2차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북한이 더 큰 행동을 하면 제재도 더 많이 해제돼야 합리적”이라면서 미국의 요구가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3. 전망

(1) 미국의 구상

미국은 과연 뭘 하자는 것일까? 대화와 협상을 계속 하자는 걸까, 핵대결로 가자는 걸까? 미국의 의도는 제재로 북한을 계속 압박하면서도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을 재개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자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을 재개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북한이 경제건설을 하려면 국제 지원이나 외국자본의 투자가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서는 제재가 풀려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핵·미사일 활동을 재개하면 제재가 강화되고 국제적으로 고립되므로 미국이 아무리 북한을 압박해도 북한은 핵·미사일 시험 재개를 못하며 현상유지가 가능하다고 여길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말하는 자력갱생으로는 경제개발이 불가능하다고 여긴다.

(2) 북한의 입장

북한은 과연 핵·미사일 시험 유예(모라토리엄)를 못 깰까? 북한은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을 언급했고, 이번 최선희 부상 기자회견에서도 핵·미사일 활동 재개 가능성을 언급했다. 북한은 핵대결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가능할까?

북한은 자력갱생, 자강력으로 경제개발을 하지 외부 지원이나 미국과 협력을 통해 경제개발을 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 미국의 예측은 북한에게 통하지 않는다.

좀 더 본질적으로 살펴보자. 원래 북한은 미국의 핵위협에 맞서서 핵무력을 강화하고 시위하였다. 그런데 지금도 미국의 핵위협은 유지되고 있다. 미국의 핵무기와 전략자산도 그대로 있고 비록 이름도 바꾸고 축소하기는 했지만 한미연합훈련도 계속 한다. 따라서 북한은 핵·미사일 활동을 재개할 이유가 있다. 만약 주한미군, 주일미군, 괌 주둔 미군이 철수하고 이곳에 있는 모든 핵자산이 철수했다면 북한이 다시 핵대결의 장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수 있겠지만 말이다.

또한 북한의 선제적인 비핵화 조치들에 따라 미국이 종전선언 등 약속한 것이 있는데 미국은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 북한 입장에서는 더 이상 미국에게 기대할 이유도 없고, 혼자만 약속을 계속 지킬 필요도 없다. 최선희 부상은 기자회견에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유예를 계속할지는 전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북한 내 민심은 어떨까? 자신의 최고지도자가 먼 길을 다녀왔는데 미국의 억지 주장으로 합의가 무산됐다는 점에 대해 내부에서는 미국을 응징해야 한다는 여론이 무섭게 폭발할 것으로 보인다. “저것들과는 대화가 안 된다, 핵몽둥이로 후려쳐 묵사발을 만들자”는 요구가 치솟을 것이다. 최 부상도 기자회견에서 “인민, 군부 등에서 김정은 위원장 앞으로 핵을 절대 포기하면 안 된다는 청원을 수천 건이나 보냈다”고 언급했다.

북한을 자극한 사건이 또 있었다. 2차 북미정상회담 직전인 2월 22일 10명의 괴한이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 침입해 8명을 묶고 구타한 뒤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가져간 사건이 있었다. 김혁철 대미 특별대표가 2017년까지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였음을 고려하면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정보를 탈취하려는 시도였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로 스페인 언론은 괴한 10명 중 2명이 미 중앙정보국(CIA)과 연계되어 있으며 괴한들이 한국어를 사용했고 아시아계 공범도 있어 괴한들이 한국인일 가능성까지 보도했다. 일부 언론은 모종의 탈북자 단체 소행이라고 했으나 이 단체의 실체도 불분명하고 국제활동까지 벌이는 이들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도 의혹투성이다.

북한이 이런 사건을 참고 그냥 넘어갈 나라가 아니다. 2007년 북한 화물선 대홍단호가 모가디슈 근해에서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된 사건이 있었는데 선원들이 해적들과 총격전을 벌여 해적 2명을 사살하고 5명을 제압하여 배를 탈환, 붙잡은 해적을 수장시키려는 걸 미군 함정이 만류하여 참은 일이 있었다. 이것이 북한 국민이 불의를 처리하는 방식이다. 이번 북한대사관 습격사건은 미국이 잘못 건드린 것 같다.

세계 여론도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 재개 가능성을 보여준다. 지금 한국 국민을 포함한 세계적 여론은 미국의 일방적 태도에 대한 비판으로 채워지고 있다. 세계의 화약고인 한반도에서 극적인 대화 분위기가 어렵게 형성되었는데 미국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북한에게만 비핵화를 요구하는 바람에 다시 위기가 고조될 수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북한은 핵대결 결과를 예측해볼 때 100%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는 그간의 북한 입장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런 모든 요인을 종합해볼 때 북한은 핵대결장으로 돌아갈 것이다.

(3) 핵대결 이후

2차 북미정상회담 전후 사정을 돌아볼 때 만약 북미가 다시 핵대결장으로 들어간다면 이는 미국이 북한을 대결장으로 떠밀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대화의 장에서 대결의 장으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다면 핵대결은 어떻게 전개될까?

모든 대화가 그렇지는 않지만 어떤 대화는 누가 승자고 누가 패자인지 불분명한 경우가 있다. 1차 북미정상회담의 경우 북한과 미국 모두가 승자였다. 하지만 핵대결은 다르다. 핵대결은 승자와 패자가 분명히 갈린다.

핵전쟁전력에서 북한이 미국의 우위에 있음은 이미 이전 글에서 밝혔다. ([아침햇살10]북미대결이 국제질서의 중심축 역사적으로 보면 첫 북미교전인 한국전쟁 오산전투에서 스미스특수부대가 대패한 것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미국이 패배해왔다. 핵대결이 재개된다면 이번에도 역시 북한이 이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긴 이후는 어떻게 될까?

문재인 정부는 북미가 핵대결장으로 돌아가면 일단 남북관계를 모두 차단하고 미국 편에서 북한을 비난할 것이다. 2017년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면 북한이 승리하고 나서도 그 태도를 유지할까? 2018년 초에 그랬던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도 사실 원래부터 평화·번영을 원했다’면서 관계개선을 하자고 할 것이다.

중국, 러시아, 베트남 등 주변국이 어떻게 나올까?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재개했으니 상대 안 하겠다고 할까, 아니면 정상회담을 하면서 발전적 방향으로 갈까?

2017년 북미 사이에 핵대결이 최고조에 달했다가 2018년 이후 갑자기 한반도에 대화의 바람이 불었던 상황을 돌아보자. 남북정상회담 전격 개최 소식에 전 세계가 환호했다. 중국도, 베트남도 정상회담을 했고 러시아도 정상회담을 추진했다. 교황이 방북 의사를 밝혔고 시리아 대통령도 정상회담을 희망했다. 이렇게 보면 이번에 다시 핵대결을 해서 북한이 미국을 실력으로 눌러버리면 전 세계적 차원에서 북한과 정상회담을 요구하는 행렬이 줄을 서지 않을까 싶다.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

 

※ 이 글의 저작권은 주권연구소에 있습니다.
글 인용시 출처를 밝혀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