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5. 16.

지난 대선 기간 윤석열 대통령의 여러 발언이 논란을 일으켰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선제타격’이다. ‘선제타격’은 윤석열 정권의 대북정책을 가장 잘 보여주는 발언이다. 대체로 윤석열 정권 시기 남북관계가 크게 후퇴하고 전쟁 위기도 고조될 것으로 전망한다. 윤석열 정권의 호전적 성격, 반통일 성격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반북대결을 선포한 윤석열

 

 

먼저 윤 대통령의 대북인식과 남북관계에 대한 견해를 살펴보자. 

윤 대통령은 1월 8일 이마트에서 장을 보며 ‘멸치’와 ‘콩’을 사는 사진을 올렸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시작한 이른바 ‘멸공 챌린지’에 동참한 것이다. 이게 논란이 되자 윤 대통령은 “제가 멸치 육수를 내서 많이 먹기 때문에 멸치를 자주 사는 편이다”라고 해명했지만 정작 사진 속 멸치는 조림용 멸치였다. 

공산주의세력을 없애버린다는 뜻의 ‘멸공’은 수십 년 전에나 유행하던 구호로 요새는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흔치 않다. 공산당이 통치하는 중국, 베트남이 한국의 무역순위 1, 3위인 현실에 ‘반공’도 아닌 ‘멸공’은 시대착오일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이 무슨 의도에서 멸공을 주장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북한, 중국 등 사회주의국가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인식은 10일 취임사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무려 35차례나 언급한 것에서도 엿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말한 ‘자유’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의미의 ‘자유’가 아니라 사회주의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사용된 단어로 ‘자유민주주의’를 뜻한다. 즉, 이념 투쟁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90년대 냉전 해체 이후 역대 정권은 이념보다는 실용을 내세우는 경향이 있었는데 윤 대통령은 냉전으로 회귀한 모양새다. 

왜 윤 대통령은 2022년 대한민국에서 이념 투쟁을 선포한 것일까? 

체제 대결의 관점에서 볼 때 ‘실용’은 사회주의에 침투해 체제를 변질시키고 자본주의권의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해 안에서부터 무너지게 만드는 방식이다. 겉에서 보면 마치 체제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고 이익만 되면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실용주의’로 보이나 실제로는 체제대결의 일환인 것이다. 냉전 해체 후 러시아와 동구권에 서방 자본이 대거 들어간 것이나, 중국을 자본주의 경제에 편입시킨 것, 노태우 정권이 이른바 ‘북방정책’을 펴면서 소련, 중국과 수교를 맺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데 이제는 이런 ‘실용’의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러시아의 경우 옐친 대통령과 달리 푸틴 대통령은 강한 러시아 재건을 내세우며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있으며, 중국의 경우도 시진핑 정부 들어 부정부패와 자본주의 문화를 일소하며 체제 정비에 박차를 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만을 둘러싼 긴장을 보면 러시아와 중국은 ‘차라리 전쟁을 하면 했지 타협은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인다. 북한의 경우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온갖 분야에서 침투를 시도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이처럼 ‘실용’의 방식이 더 이상 먹히지 않으니 다시 ‘이념’ 대결을 전면에 내건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1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주적은 북한”이라는 다섯 글자를 남기기도 했다. 적대적 관계를 가져가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이런 반북 의식의 토대에서 나온 발언이 ‘선제타격’이다. 

1월 1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질문에 “요격이 사실상 불가하다”, “조짐이 보일 때 3축 체제의 가장 앞에 있는 킬 체인(Kill-Chain)이라는 선제타격밖에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지금 없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이 나오고 나서 ‘선제타격’이 군사적으로 비현실적이라는 반론이 쏟아졌다. 그런데 군사적 측면에서 실효성이 있냐 없냐를 따지기 전에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때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과연 알고 있는지부터 의문이다. 조건과 명분이 어찌 되었든 선제타격은 명백한 선제공격이며 결과적으로 북침 공격을 하겠다는 말이 된다. 

대통령이 선제타격을 공언하면 당연히 북한도 이에 맞는 대응 태세를 갖출 것이며 한반도 정세는 전쟁으로 급격히 치달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북한은 윤석열 당선 이후 ‘선제타격’에 대응하는 ‘선제 핵공격’ 교리를 발표하였다. 핵무기가 한국을 겨냥한 게 아니라거나 “주적은 전쟁 그 자체”라고 했던 그 전까지의 입장과 온도 차가 분명하다. 

 


당선 후 달라진 모습

 


이처럼 대선 기간 반북적대의식과 호전성을 드러내던 윤석열은 대통령에 당선되자 일정한 변화를 보였다. 대표적 사례로 권영세 의원을 통일부 장관에 지명한 것을 들 수 있다. 

권 의원은 4선 중진이며 지난 대선에서 선거대책본부장과 사무총장을 겸임했고 인수위 부위원장까지 한 국힘당 실세, 윤석열 측근이다. 이런 비중 있는 인물을 통일부 장관에 지명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윤석열 정권 아래에서 통일부가 찬밥 신세가 되리라는 항간의 예측이 빗나간 것이다. 

권 의원은 2021년 7월 통일부 폐지를 주장한 이준석 당대표를 비판하며 통일부 존치를 주장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우리가 궁극적으로는 통일을 지향하지만, 지금 우리의 통일부가 할 일은 당장 통일을 이뤄내는 것이 아니라 분단을 극복하는 과정 중에서 남북한 간 교류협력을 담당하는 것”이라고도 했는데 이번에 통일부 장관이 되면 교류협력 사업에 무게를 실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도 지난 7일 VOA 인터뷰에서 “우리가 한 민족이라는 것은 틀림이 없기 때문에 문화와 체육 교류는 조금 원활하게 해야 하지 않느냐”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윤석열 정권이 남북관계 발전을 추구한다고 볼 수는 없다. 원래 역대 보수정권도 남북대화나 교류는 어느 정도 추진해왔다. 궁극적으로 북한 붕괴나 흡수통일을 추구한다 하더라도 당장의 위기관리는 해야 하고 전쟁위기 완화가 자신들의 치적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만 대북강경정책 일변도로 나갈 것이란 예상과 다른 점이 특이한데 이는 미국한테 모종의 신호를 받은 게 아닌가 싶다. 지금 미국은 본토를 겨냥한 북한의 핵실험, 미사일 시험에 매우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선제타격’과 ‘남북 교류’라는 상반된 내용을 보여준 윤석열 정권. 반북·반통일 정권의 본질을 그대로 드러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문재인 정권을 따라갈 수도 없어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 

 


110대 국정과제와 취임사로 보는 대북정책

 


10일 취임사에서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서도 그 평화적 해결을 위해 대화의 문을 열어놓겠”다면서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북한 경제와 북한 주민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다고 하였다. 대북정책은 이게 전부다. 

대북정책이라고 하면 어떻게 남북대화를 하고 무엇을 교류협력해서 통일을 앞당길 것인지 청사진을 내놓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취임사에는 북핵 얘기밖에 없다. 북한을 ‘통일의 대상’으로 보는 게 아니라 무장해제시켜야 할 적국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취임사에 나온 대화를 통한 북핵폐기, 경제 보상을 통한 비핵화 유도, 이런 것들은 이미 이전 정권들이 다 했던 실패한 정책이다. 이걸 아무런 평가나 대안 없이 그대로 들고 나온 건 뾰족한 대북정책이 없다는 의미다. 

핵문제에 대해 더 살펴보면 인수위가 ‘한반도 비핵화’ 대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쓰고, 한미정책협의대표단 박진 단장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즉 CVID를 다시 꺼내 들었다. 무조건 문재인 정권과 반대로 가겠다는 고집이 엿보이고 미국의 네오콘을 추종하는 모습도 확인된다. 

국정 방향을 좀 더 구체적으로 밝힌 인수위의 110대 국정과제를 들여다봐도 다르지 않다. 110개 과제 중 남북관계와 관련한 국정과제는 3개뿐인데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평화의 한반도를 만들겠습니다’라는 전체 기조 아래 ▲북한 비핵화 추진 ▲남북관계 정상화, 국민과 함께하는 통일 준비 ▲남북간 인도적 문제 해결 도모 등을 내걸었다. 전혀 구체적이지 않고 이전 정권들과 차별성도 없다. 대북정책에 대한 준비가 거의 안 되어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껏 나온 내용을 종합하면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윤석열 정권은 북한을 적으로 여기며 ‘선제타격’도 불사한다는 강한 대북적대의식, 호전성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윤석열 대북정책의 본질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윤석열 정권은 남북관계 발전이나 통일은 관심 없고 오로지 북핵폐기에만 관심이 있다. 따라서 대북정책이란 게 제대로 존재하지도 않는다. 물론 북핵폐기라는 목표는 북한 붕괴나 흡수통일을 위한 사전 단계이자 당면한 위기를 피하기 위한 것이다. 

셋째, 그럼에도 윤석열 정권은 반북대결정책을 마음대로 펼칠 조건이 안 되기 때문에 일정하게 남북대화도 표방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남북대화가 실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결국 윤석열 정권은 미국이 자신을 돌격대로 활용해 주기만 한정 없이 기다리다 자신의 수명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김민준 자주시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