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6. 23.

 


지난 5월 21일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주목받은 용어로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이 있다. 

한미 정상은 5월 21일 기자회견에서 “한미동맹을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목표를 공유하고 그 이행 방안을 긴밀히 논의했다”라고 밝혔다.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은 미국이 한국을 지켜준다는 전통적 한미동맹에서 벗어나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념을 토대로 정치, 경제, 국방 등 모든 분야에서 한국이 미국의 세계 패권 유지를 위해 복무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의 뿌리는 200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가 찾아볼 수 있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한미정상회담에서 ‘전략동맹’을 합의했다. 

정부는 가치동맹, 신뢰동맹, 평화구축동맹을 표방하며 한미관계를 격상했다고 자화자찬했지만, 본질은 한국이 미국의 패권 정책에 더욱 종속되는 동맹이라 할 수 있다. 

전략동맹이 기존의 한미동맹과 다른 점은 기존의 한국 방어라는 목적을 뛰어넘어 동북아 지역과 세계로 시야를 넓힌다는 점이다. 

즉, 미국이 세계 곳곳에서 벌이는 전쟁에 한국이 함께 하기로 약속한 게 바로 전략동맹이다. 

당국은 합의 배경의 하나로 ‘한국의 국력 신장에 따른 한국의 역할 확대’를 꼽았다. 

한국의 국력이 커졌으니 자국 방어에만 매달리지 말고 미국이 세계 곳곳에서 벌이는 전쟁에도 동참하라는 뜻이다. 

2010년 42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한미 양국은 한미동맹을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키기로 합의했다. 

‘포괄적’이라는 말에는 안보 중심의 동맹에서 벗어나 외교, 경제까지 범위를 넓히겠다는 구상도 들어있다. 

즉, 미국이 주도하는 대러 제재나 미·중 무역전쟁에 한국도 미국 편에서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미국 경제를 위해 한국의 대기업들이 미국에 투자를 강요받는 것도 포괄적 전략동맹의 일환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는 한국이 국제문제에서 미국을 위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글로벌’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애초에 전략동맹의 개념에 ‘글로벌’이 포함되어 있으니 옥상옥이라 하겠다. 

그만큼 미국은 지금 한국에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세계 패권이 곳곳에서 무너지고 심지어 탈레반에 쫓겨 야반도주하는 신세다 보니 한국은 우크라이나도 지원해야 하고, 중국도 봉쇄해야 하고, 미국에 ‘투자’도 해야 하는 등 요구받는 게 많다. 

한마디로 한국이 미국과 한 몸이 되어 미국을 위해 ‘미국의 적’들과 싸워야 한다는 것인데 이를 두고 김광수 박사는 5월 23일 자 민플러스 기고문에서 ‘현대판 내선일체’라는 표현을 써가며 강하게 비판하였다. 

일제강점기에도 일제는 ‘내선일체’를 표방하면서 조선인을 아시아 곳곳의 전선에 강제로 끌고 가 총알받이로 앞세웠고, 강제노역으로 살인적인 노동을 시켰으며, 심지어 성노예 ‘위안부’까지 강요하였다. 

일제강점기 ‘내선일체’는 ‘조선과 일본은 한 몸’을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일본이 종주국, 일본인은 일등국민이고 조선은 식민지, 조선인은 식민지 노예였다. 

마찬가지로 한미동맹도 말이 좋아 ‘한국과 미국은 한 몸’일 뿐 실제로는 미국이 종주국, 미국인이 일등국민이고 한국은 추종국, 예속국에 불과하다. 

그리고 한국은 ‘포괄적 전략동맹’이란 미명 아래 세계 곳곳의 전선에 끌려다니고, ‘미국 투자’라는 이름으로 대미 퍼주기를 해야 하며, 경제 파국을 각오한 채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에 등을 돌려야 한다. 

이처럼 포괄적 전략동맹은 한국을 미국에 완전히 예속시키는 예속동맹이다. 

포괄적 전략동맹의 또 다른 문제는 반북전쟁동맹의 성격이 있다는 점이다. 

포괄적 전략동맹은 ‘가치동맹’을 표방하는데 이는 자유민주주의라는 공동의 가치를 추구한다는 뜻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한미정상회담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에 입각한 평화통일 구상을 명시했다. 

달리 말하면 한미가 북한 체제를 붕괴시키기로 합의했다는 말이다. 

이처럼 포괄적 전략동맹은 근본적으로 북한 체제 붕괴를 목표로 하는 동맹인데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것처럼 확장억제 공약, 한미연합훈련 확대, 미군 전략무기 투입 등 북한을 겨냥한 군사 행동들을 동반하기에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는 위험천만한 동맹이다. 

예속동맹, 반북전쟁동맹인 포괄적 전략동맹을 강화하고 있는 윤석열 정권을 막지 않으면 우리 주권과 평화를 결코 지킬 수 없다.

 

 

 

김민준 자주시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