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 26.

북한 사회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한 사회 구조와 작동 원리를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좋은 교재는 북한 헌법이다.
헌법을 분석하다보면 북한 사회의 기본 이념과 국가 정체성, 사회 구조와 작동 원리, 국가 정책과 노선을 잘 알 수 있다.
이에 nk투데이 편집부는 북한 헌법을 하나하나 파헤쳐보는 연재를 기획하였다.
분석할 북한 헌법은 현재 한국에서 입수할 수 있는 가장 최신판인 2019년 8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2차 회의에서 수정보충한 헌법을 기준으로 한다.
또한 표기법은 한국의 맞춤법을 따르되 불가피한 경우 북한 표기를 그대로 두었다.
북한 헌법은 통일부, 법무부, 법제처가 공동 운영하는 통일법제 데이터베이스(https://unilaw.go.kr)에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제7조 각급 주권기관의 대의원은 선거자들과 밀접한 연계를 가지며 자기 사업에 대하여 선거자들 앞에 책임진다. 선거자들은 자기가 선거한 대의원이 신임을 잃은 경우에 언제든지 소환할 수 있다.

 

각급 주권기관의 대의원이라고 하면 최고인민회의와 지방인민회의 대의원을 뜻한다.

 

한국으로 치면 국회의원, 지방의원쯤 된다.

 

한국에는 ‘정치인’이 직업인 직업정치인이 있다.

 

다른 직업 없이 국회나 지방의회를 전전하며 선거 때마다 바빠지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북한에는 이런 직업정치인이 없다.

 

예를 들어 2014년 3월 9일 실시한 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결과를 보면 다음과 같다. (김평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3기 대의원자격심사위원회 보고」, 노동신문, 2014.4.10.; 오경섭 외, 「북한 선거에서 대표선출방식에 대한 연구」, 선거연수원, 2018, 10쪽에서 재인용.)

 

대의원 총 687명 중
공장․기업소 노동자 12.7%, 협동농장원 11.1%, 군인 17.2%
39살 이하 3.9%, 40~59살 66.9%, 60살 이상 29.2%

 

노동자, 농민, 군인을 합치면 41.0%다.

 

나머지는 중앙·지역의 당 간부, 내각 간부, 지역 인민위원장 등이다.

 

즉, 모든 대의원이 자기 직업이 있거나 당이나 국가기관의 간부로 평소에는 자기 일을 하다가 1년에 1~2차례 1~2일 정도 평양에 모여 회의한다.

 

대의원을 직업으로 삼고 그 일만 하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도·시·군 인민회의 대의원 2만 7,876명(2019년 기준)도 마찬가지다.

 

헌법에 따르면 이들은 평소에 자기 일터에서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다가 이들을 대표하여 각급 인민회의에 참석해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다.

 

2019년 8월 29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14기 2차 회의 장면.

 

한편 북한은 모든 대의원에 국민소환제를 적용하고 있다.

 

유권자들이 투표로 대의원을 선출하듯 투표로 대의원 자격을 박탈하는 것이 국민소환제다.

 

한국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장과 지역구 지방의회 의원, 교육감이 국민소환제(정확히는 지방정부를 대상으로 하므로 주민소환제다) 대상이며 국회의원은 대상이 아니다.

 

국민소환제는 국민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에서 도입하는 제도라고 한다.

 

하지만 이익집단이나 정치집단이 반대파 정치인을 쫓아내는 데에 악용할 소지가 있으며 그로 인한 정치 혼란은 고스란히 국민의 피해로 이어진다는 단점도 있다.

 

따라서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나라에서는 섣불리 도입하기 어려운 제도이기도 하다.

 

북한은 다당제가 아니며 노동당 내에도 계파가 나뉘지 않기 때문에 국민소환제를 도입해도 정치 혼란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