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 2.

(중편에 이어)

 

(3) 국가적 자존심의 의의와 영향력

① 국격 고양

국가적 자존심이 강해서 자기 뜻대로, 자기 힘으로, 자기 손으로 국가를 발전시키는 나라는 전 세계의 인정과 존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세계는 다른 나라에 의존하는 나라, 정치 간섭을 허용하는 속국을 존중하지 않는다. 반면 강대국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노선과 정책을 고수하고 자력으로 이를 실현해나가는 나라는 모두가 호감을 느끼며 자연히 국격이 올라간다. 

개인의 인간사도 마찬가지다. 똑같이 사회적으로 성공해도 금수저 출신과 흙수저 출신 중 누가 더 높은 평가를 받는가. 금수저 출신이 성공하면 ‘부모 잘 만나서 출세했다’, ‘잘난 부모 만나면 누가 성공 못 하나’라는 평가를 받기 일쑤다. 반면 흙수저 출신이 성공하면 ‘어려움 속에서도 성공하다니 대단하다’, ‘나는 저렇게 못 할 텐데 훌륭하다’며 존경이 뒤따른다. 

북한은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나라로 오래전부터 여러 나라 인물의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1949년 3월 김일성 주석이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 스탈린 서기장은 환영연회를 마련하고 직접 축배사를 하면서 “김일성 동지는 동방에서 제국주의 침략에서 소련을 피로써, 무장으로써 옹호한 참다운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자이며 공산주의 운동의 귀감입니다”고 하였다. 

1975년 4월 김일성 주석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환으로 병석에 누워있던 마오쩌둥 주석은 “나는 세계적 위인인 김일성 동지와 가장 친근한 전우, 형제 관계를 맺고 혁명한 것을 무한한 행복으로 생각합니다. 세계혁명과 사회주의 위업의 승리가 김일성 동지의 어깨 우에 실려 있는데 부디 건강히 지내십시오”라고 하였다고 한다. 

중국의 바이두 백과에 따르면 호찌민 베트남 주석은 김일성 주석을 “이 세상 더없이 훌륭한 인민적 정치가”라고 하였고 카스트로 쿠바 평의회 의장은 “김일성 동지는 세계의 지도자 중 가장 노련하고 권위 있는 천재”라고 하였다고 한다. 

이런 말들은 김일성 주석에 대한 이야기지만 북한에 대한 평가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에 대해 여러 차례에 걸쳐 높이 평가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실제 존경하는 마음이 있는 듯하다. 아마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아베 일본 총리처럼 아부하고 쩔쩔매는 사람만 만나다가 자기 앞에서도 전혀 굽힘이 없고 당당한 인물을 만난 게 처음이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처음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미국의소리(VOA) 방송과 인터뷰를 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은 자기 국민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 옳은 일을 하고자 하며 북한에 좋은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하였다. 아마 ‘사나이 중의 사나이, 지도자 중의 지도자’라고 생각한 게 아닌가 싶다. 

한국의 대통령 가운데 해외 인사들에게 이런 존경을 받는 사람이 있을까? 사실 삼일운동, 4.19혁명, 5.18광주항쟁, 6월 민주항쟁, 촛불항쟁 등 국민이 이루어 낸 위대한 역사를 정치지도자가 다 깎아 먹었다. 어느 정치인이든 친미사대를 금과옥조로 삼아왔다. 문재인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 망언에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② 전 국민의 총화단결

국민은 본성상 자주적인 국가를 원한다. 자기 나라가 외세에 굴하지 않고 자주적인 모습을 보일 때 국민은 자긍심을 느낀다. 따라서 자존심이 강한 나라가 국민이 원하는 나라다. 우리 국민이 항일독립운동가를 존경하고, 외세와 맞서 싸운 5천 년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북한은 자존심이 강한 나라이기에 북한 국민은 조국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조국의 부강번영을 위해 총화단결한다. 북한의 높은 단결 수준은 여러 사례로 확인할 수 있다. 

2015년 8월 이른바 비무장지대 지뢰 폭발 사건으로 한반도에 전쟁 위기가 고조되자 김정은 위원장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긴급소집하고 21일 오후 5시부로 전선 지대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했다. 그러자 단 하루 만에 북한 전역에서 백만여 명의 청년들이 입대, 복대 탄원을 하였다고 한다. 이런 모습은 1993년 3월 전국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했을 때, 2013년 3월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이 발표됐을 때 등 전쟁 위기가 고조될 때마다 있었다. 전쟁 위기가 닥칠 때 혼자 살아남기 위해 어디에 숨을지 고민하기보다 나라를 지키겠다며 자진하여 군대에 가려는 모습에서 북한 사회의 높은 단결력을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은 2016년 6월 1일 ‘200일 전투’를 시작했다. 바로 직전인 5월에 열린 노동당 제7차 대회에서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첫해 목표 달성을 위한 것이었다. 북한은 200일 전투가 끝나자 결과 보도를 통해 려명거리 건설, 함경북도 북부지역 수해 복구와 함께 공업 부문에서 목표를 119% 초과달성하는 등 여러 부문에서 연간 계획을 기한 전에 초과 완수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이런 방대한 성과가 나올 수 있는 이유는 노동당의 200일 전투 지휘에 전 국민이 합심하여 평소보다 몇 배의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국론이 분열하고 나라의 발전에 관심이 없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처럼 북한 국민의 단결력이 높은 이유는 자존심 높은 자기 나라에 대한 자긍심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③ 창조적 능력 고양

창조적 능력이란 새로운 것을 발명하고 개발하며 첨단을 달리는 능력이다. 창조적 능력은 새로운 것을 향한 열정에서 나온다. 그런데 남에게 의존하는 사람은 창조를 모른다. 자기 힘에 대한 자신이 없으며 남에게 기대는 데 습관이 든 사람은 남의 것을 갖다 쓰려고 하지 굳이 자기가 새로운 것을 개발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런 행태가 반복되면 자신은 남보다 더 좋은 것을 개발할 수 없다는 패배주의에 젖어 악순환에 빠진다. 

국가적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자기 힘으로 나라를 발전시키겠다는 자존심이 없다면 국민의 창조적 능력은 퇴화하고 만다. 그래서 사대주의를 하면 멍청이가 되고 개돼지로 전락한다. 반면 자존심 강한 나라의 국민은 자기 손으로 모든 것을 해내겠다는 열정으로 새로운 것을 계속 만들어낸다. 

조선시대 이순신 장군은 명나라에 기대지 않고 자기 힘으로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 백성들은 이런 이순신 장군을 중심으로 총화단결하였으며 군인이 아닌 민간인들도 모두 나서서 이순신 장군을 도와 전민항쟁에 나섰다. 나라의 자존심을 걸고 싸우는 과정에서 여러 창조물이 탄생했다. 일본 수군을 공포에 몰아넣은 돌격전함 거북선, 산에 볏짚을 쌓아 군량미가 많은 것처럼 적을 속인 노적봉 전술, 석회가루를 계곡물에 풀어 쌀뜨물처럼 보이게 한 작전, 아군 병사 수를 많아 보이게 만든 강강술래, 최초로 수군에 적용한 학익진 등. 

반면 이런 창조적 능력이 수십 년 지난 병자호란 때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명나라를 섬기느라 백성을 죽음에 몰아넣은 인조를 위해 어느 국민이 단결하고 창의력을 발휘하겠는가. 

나라의 자존심이 강해야 국민의 창의력도 발전한다. 모든 것을 자기 힘으로 해야 하므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정신도 고도로 집중한다. 그래서 국민 전반이 우수한 인재가 된다. ‘전민과학기술인재화’를 국가 정책으로 내세운 나라는 북한밖에 없다. 그냥 구호가 아니라 실제로 북한은 모든 근로자에게 대학 졸업생 수준의 과학기술실력을 갖출 것을 강조하고 기술개발과 발명을 장려한다. 또 모든 공공기관과 공장, 농장에 과학기술보급실을 설치하고 연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었다. 

반면 미국은 전형적인 2:8 사회다. 20%의 엘리트 육성에 집중하고 80%의 국민을 위한 공교육은 사실상 포기 상태다. 미국의 공교육이 붕괴 수준이라는 건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미국식 교육에 환상을 가진 사람들은 자유롭고 창의적인 교육 방식이라고 미화하는데 그냥 공립학교가 교육을 포기한 거다. 반면 사립학교는 학습량이 공립학교에 비해 매우 높다. 

미국의 사립학교는 부유층의 인맥 쌓기, 즉 커뮤니티 형성의 중요한 공간이다. 예를 들어 헐리웃 배우 톰 크루즈의 딸이 다녔던 학교로 유명한 뉴욕 애비뉴 사립학교의 1년 학비는 최소 5800만 원으로 유치원생 전원에게 아이패드를, 고등학생에게는 맥북을 제공한다. 뉴욕 공립학교 학생의 80% 정도가 무료급식 수급자인 것과 비교된다. 

이처럼 부유층 자식들은 양질의 고액 교육을 받고 대다수 서민 자식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소수 엘리트가 우민화된 다수의 서민 위에 군림하는 게 미국 사회의 특징이다. 그런데 소수 엘리트가 정말 나라의 발전을 위해 가치 있는 일을 하느냐면 그것도 아니고 그저 돈 많이 버는 월가 등으로 진출할 뿐이다. 국방과학을 비롯한 첨단기술은 미국의 경쟁국인 중국, 인도, 아랍인에게 맡겨놓고 있다. 하지만 애국심 없는 인재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도 외국인 출신 연구원들의 첨단기술 국외 유출 문제로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 

북한의 전민과학기술인재화 정책과 미국의 2:8 우민화 정책은 장기적인 국력 배양에서 하늘과 땅 차이의 결과를 낳는다. 자존심이 강한 북한은 모든 것을 자기 손으로 하려고 하며 전민과학기술인재화 정책을 내세울 수 있지만 미국은 자만에 빠져 남을 약탈(대외적으로는 약소국을, 대내적으로는 엘리트가 서민을)할 생각만 하기에 도저히 그럴 수 없다. 

④ 국민의 참된 보람과 행복

사람이 개돼지와 다른 점은 자존심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자존심을 지키고 고양할 때 긍지와 보람, 행복을 느낀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국가적 자존심을 지키고 강화하고 빛낼 때 그 나라 국민이 긍지와 자부심, 성취감, 영광, 행복을 느낀다. 북한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하나같이 그곳 사람들이 자기 나라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가 굉장하다고 이야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사탕알이 없이는 살 수 있어도 총알이 없이는 살 수 없다”고 하였다. 경제발전을 위해 주권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반면 사대굴종과 외세추종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으면서 ‘우리 현실에선 어쩔 수 없다’며 합리화하는 나라는 본질에서 ‘배부른 개돼지’ 노선을 걷는 것과 같다. 개돼지처럼 살더라도 배부른 게 최고라는 철학이다. 

이완용은 을사늑약 체결과 경술국치 과정에서 자신의 친일매국행위를 변명하며 “조선은 스스로 쇄신할 힘이 없다”, “조선과 일본의 공동이익을 위해 주권을 잘라내자”, “이게 다 조선 백성을 위한 일”이라고 하였다. 삼일운동에 대해서는 시위에 나선 국민을 무식한 집단으로 비하하며 일본 병합 후 “백성이 향유한 복지가 막대”하다면서 일제 강점이 “장래 행복을 도모하는 최선의 방책”이라고 하였다. 자기 힘이 없으니 주권을 팔아 경제발전 하자는 논리로 ‘배부른 개돼지’ 노선과 동일하다. 

지금도 한국 사회 전반에는 이완용의 논리가 통하고 있다. 친일청산을 못했을 뿐 아니라 일제 덕에 경제가 발전했다는 뉴라이트의 ‘식민지 근대화론’이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으며 미국 없으면 나라가 망하니 싫어도 참고 미국의 요구에 순응해야 한다는 논리가 기득권층을 중심으로 주입되고 있다. 

2011년 10월 22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한미FTA 끝장 토론회’에 참석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조약을 체결한다는 것은 어떤 공동선을 추구하기 위해서 주권 중의 일부를 잘라내는 것이다”라며 이완용과 똑같은 논리를 폈다. 그러면서 “내가 이완용이라면 한미FTA를 지지하거나, 내가 하는 일에 찬성을 표하는 많은 국민이 똑같은 이완용일 것”이라며 국민을 싸잡아 매국노 취급했다. 

이러니 국민이 긍지와 자부심, 행복을 못 느끼고 자괴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한 것도 당연하다. 

(4) 북한은 자존심으로 이글거리는 나라

북한은 한 마디로 자존심으로 이글거리면서 돌진하는 태양과도 같은 나라라고 묘사할 수 있다. 태양이 스스로 핵융합을 통해 엄청나게 폭발하고 불타오르는 덩어리이듯, 북한은 전체가 자존심으로 불타오르고 이글거린다. 그리고 태양이 완전히 하나로 뭉친 덩어리이듯, 북한도 자존심으로 온 국민이 총화단결해 물샐 틈 없는 결정체로 단결한 나라다. 태양은 이글거리면서도 직녀성을 향해 1초에 220km라는 엄청난 속도로 돌진하는데, 북한도 국가 목표인 사회주의 강국을 향해 빠른 속도로 돌진하고 있다. 

북한은 자존심의 태양과도 같다고 비유할 수 있다. 자존심으로 단결하고, 폭발하고, 돌진하는 태양처럼 보인다. 그런 북한이 김정은 위원장의 시정연설 내용처럼 “세계를 앞서나가는 위대한 나라”로 나아갈지에 대해 관심이 가고 귀추가 주목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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