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4.

▲ 이태원역 1번 출구.

 

156명이 목숨을 잃고 187명이 다치는 초대형 참사가 지난 10월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했다. 

막을 수 있는 참사였는데 막지 못했고, 목숨을 잃거나 다친 대부분이 20~30대의 젊은이들이라 국민은 비통에 빠져 있다.

우리 국민은 참사 당일, 뉴스를 보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면서 무고한 생명이 더 죽지 않기를 바랐다. 마치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2014년 4월 16일처럼.

2022년 핼러윈 즈음해 이태원에 수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누구나 예상했으나 윤석열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고 오히려 방치해서 대참사가 발생했다.



경찰력 분산의 원인은 윤 대통령



참사 당일 오후 6시경부터 많은 사람이 경찰에 신고했으나 경찰은 제대로 된 대응을 못 했다. 그러자 윤석열 정부는 이태원 참사의 원인을 일선 경찰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이태원 참사 특별수사본부는 용산경찰서를 압수수색하고, 정진석 국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태원 참사의 첫 번째 원인으로 용산경찰서를 지목했다. 

하지만 용산경찰서가 핼러윈을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운 여건이었다는 주장이 계속 나온다. 그 이유는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용산의 경찰력이 분산됐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5일 임호선 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용산경찰서 경비과 직원들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3개월(6월~8일) 동안 총 6,123시간을, 직원 1인당 월평균 86시간을 초과 근무했다. 그런데 경찰 경비과는 집회, 시위 등 혼잡 상황에서 대규모 인파 통제 및 질서유지를 담당하는 부서이다. 질서유지를 담당하는 경찰 부서가 대통령실을 지키느라 자기 임무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태원에 투입된 경찰 137명도 안전관리가 아니라 마약 단속이 주목적이었다. 경찰은 마약 단속 현장을 동행 취재해 달라고 기자들에게 요청했다가 이태원에 엄청난 인파가 몰려 취소했다고 한다. 

경찰이 안전관리보다 마약 단속에 집중했던 것은 윤석열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의 영향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아직 내세울 만한 성과가 없다. 

그래서 외국인도 많고, 유흥업소가 즐비한 이태원에 사람이 몰릴 때 성과내기식 ‘마약 단속’을 하려던 것이 아니냐는 후문이 있다. 



‘사과’하지 않는 윤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이후 공식적으로 ‘사과’를 한 적이 없다. 

윤 대통령이 지난 10월 30일 발표한 대국민 담화에는 ‘사과’란 단어가 아예 없다.

예상하지 못한 참사로 수많은 국민이 목숨을 잃었다면 국정 운영의 책임자인 대통령은 가장 먼저 참사로 희생당한 분들과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아직 사과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이렇다 보니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등도 사과하지 않다가 지난 1일 경찰 신고 녹취록 공개를 앞둔 시점에 우르르 사과했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이들의 사과는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녹취록 공개로 거세어질 여론의 비판을 피해 가려는 의도로밖에 안 보였다.

사과를 하지 않으면서 서울시청 광장에 마련된 분향소에 매일 조문하는 윤 대통령의 행보가 특이했다. 그리고 김건희 씨도 희생자들의 빈소를 찾아가기도 했다. 

그런데 그 이유는 천공의 지침이라는 설이 나오고 있다. 천공의 강연이 담긴 동영상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스승으로 알려진 천공이 “매일 아침 일어나서 세안하고 (중략) 온 국민이 이런 애도를 시작해야 한다”라고 말한 동영상이 지난 2일 공개됐다. 

천공은 같은 영상에서 이태원 참사에 대해 “엄청난 기회가 온 것”이라는 막말도 했다. 

천공의 영상을 비추어 봐 윤 대통령이 매일 빈소에 간 것이 미안함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정권을 위한 것이었다고 유추해볼 수 있다. 

자신들이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우지 않아 수백 명에 이르는 국민이 죽고 다치는 참사에도 사과할 줄 모르는 윤석열 정부다. 사과할 줄 모르는 사람은 반성할 줄 모르고 비슷한 일을 반복하게 돼 있다. 그래서 국민은 더 불안하다. 



검찰 시선으로 범죄자(?)를 찾는 윤 대통령



지난달 30일 사고 현장을 방문한 윤 대통령은 해밀톤 호텔 골목을 거닐면서 관계자들에게 “여기서 그렇게 많이 죽었다고?”라는 질문을 던졌다. 희생당한 국민을 떠올리며 가슴 아파하는 태도가 아니라 검사가 마치 범죄 현장을 조사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윤 대통령의 이런 모습을 보고 강진구 ‘더탐사’ 기자는 “기본적으로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나, 희생자나 유족들에 대해 공감하는 모습이 얼굴에 전혀 묻어나지 않는다”라며 비판했다.

그리고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이태원 참사’를 ‘본건’이라고 표했다. 본건은 ‘이 사건, 이 안건’이라는 의미이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수많은 국민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에 대해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 검사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사의 시선으로 보면 사건을 일으킨 범죄자를 찾아 처벌하면 끝이다. 윤 대통령이 이런 시각으로 이태원 참사를 보니 윤석열 정부의 대처방식은 자기가 범죄자가 안 되려고 다른 부서나 다른 사람들에게 참사의 책임을 떠넘기는 식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태원 참사에 경찰력을 동원하지 못한 이유를 29일 서울 시내에 있었던 집회 때문이라고 책임을 회피해 무수한 비판을 받았다. 

경찰청과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무정차를 놓고 서로 다투고, 일선 경찰과 서울경찰청은 기동대 파견을 놓고 다투며 참사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다.

수백 명의 사상자가 난 이태원 참사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지 않는 윤 대통령.

참사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도록 조장하는 윤 대통령.

이런 윤 대통령이 계속 대통령직에 있으면 제2의, 제3의 이태원 참사가 발생할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윤 대통령을 퇴진시켜야 한다. 

 


김영란 주권연구소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