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18.

북한 사회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한 사회 구조와 작동 원리를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좋은 교재는 북한 헌법이다. 
헌법을 분석하다보면 북한 사회의 기본 이념과 국가 정체성, 사회 구조와 작동 원리, 국가 정책과 노선을 잘 알 수 있다. 
이에 nk투데이 편집부는 북한 헌법을 하나하나 파헤쳐보는 연재를 기획하였다. 
분석할 북한 헌법은 현재 한국에서 입수할 수 있는 가장 최신판인 2019년 8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2차 회의에서 수정보충한 헌법을 기준으로 한다. 
또한 표기법은 한국의 맞춤법을 따르되 불가피한 경우 북한 표기를 그대로 두었다. 
북한 헌법은 통일부, 법무부, 법제처가 공동 운영하는 통일법제 데이터베이스에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제14조 국가는 ‘3대 혁명 붉은기 쟁취운동’을 비롯한 대중운동을 힘있게 벌여 사회주의 건설을 최대한으로 다그친다.

14조는 국가가 대중운동을 통해 사회주의 건설을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북한은 대중운동을 “근로인민대중이 자기의 자주적 요구와 이해관계를 실현하기 위하여 벌이게 되는 집단적 운동으로서 그 주체는 다름 아닌 근로대중”이라고 정의한다. 

북한은 주체사상에 따라 대중을 ‘역사의 주체, 사회 발전의 동력’으로 보기 때문에 사회주의 건설 역시 대중의 힘으로 수행하며 그 방법으로 대중운동을 제시한 것이다. 

북한의 대중운동에는 건국사상 총동원운동, 천리마운동, 천리마작업반운동, ‘3대 혁명 붉은기 쟁취운동’ 등이 있다. 

또 군대에서 진행하는 ‘오중흡 7연대 칭호 쟁취운동’ 등 특정 계층에서 하는 대중운동도 있다. 

헌법 14조는 대중운동의 대표 격으로 ‘3대 혁명 붉은기 쟁취운동’을 제시했다. 

여기서 ‘3대 혁명’이란 사상·기술·문화 혁명을 뜻한다. 

1970년 11월 노동당 5차 대회에서 처음으로 공식 제기된 3대 혁명은 사회주의 단계에서 공산주의 단계로 올라서기 위한 과업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사상혁명이란 사람들의 사상을 발전시켜 공산주의적 인간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며, 기술혁명이란 기술 발전을 통해 ▲중노동과 경노동의 차이를 없애고 ▲농업노동과 공업노동의 차이를 없애며 ▲여성을 가사노동에서 해방하는 것을 말한다. 

문화혁명이란 사람들이 사회주의적 생활양식과 생활문화, 생산문화를 수립하는 것이다. 

북한은 3대 혁명을 추진하기 위해 ‘3대 혁명 소조운동’을 시작했다. 

1973년 2월 시작한 ‘3대 혁명 소조운동’은 ‘정치·사상적으로 잘 준비되고 현대적 과학기술로 무장’한 노동당원, 대학생, 근로단체 종사자, 과학기술자를 20~30명씩 소조로 묶어 각 기업소와 농장에 파견해 현장의 분위기를 일신하는 운동이었다. 

특히 오래된 간부들의 보수성, 경험주의, 관료주의 등 낡은 사상을 혁신하는 데 힘을 기울여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북한의 3대 혁명 노선은 소련을 비롯한 다른 사회주의 국가와 크게 달랐다.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은 경제결정론에 따라 경제발전을 이루면 공산주의 단계로 올라간다고 보았지만, 북한은 경제발전(기술혁명)은 물론 사상과 문화 발전도 필요하며 특히 사상혁명을 기술혁명, 문화혁명보다 앞세워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또 중국은 사상·문화 개조를 문화대혁명이라는 폭력적인 방법으로 진행하였지만 북한은 3대 혁명을 ‘3대 혁명 소조운동’, ‘3대 혁명 붉은기 쟁취운동’ 등 비폭력적 사상운동의 방법으로 진행하여 차이를 드러냈다. 

당시 김일성 주석은 “(3대 혁명 소조) 동무들은 나가서 간부들을 일깨워주고 도와주어야 한다. 동무들의 투쟁 대상은 간부들이 가지고 있는 보수주의, 경험주의, 관료주의를 비롯한 낡은 사상이지 결코 간부들 자체가 아니다. 그러므로 간부들이 가지고 있는 낡은 사상을 반대하여 타협 없이 투쟁하되 그들을 존경하고 받들어 주어야 한다”라고 강조하였다. (「조선로동당 창건 30돐에 즈음하여」, 1975.9.10.; 김동원 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현대사1』, 4.27시대, 2021, 184쪽에서 재인용.)

북한은 ‘3대 혁명 소조운동’을 지속하는 가운데 1975년 11월 1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5기 11차 전원회의에서 ‘3대 혁명 붉은기 쟁취운동’을 시작하기로 결정하였다. 

이 운동은 이름 그대로 ‘3대 혁명 붉은기’를 받기 위한 대중의 경쟁운동이었다.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사상도, 기술도, 문화도 주체의 요구대로”라는 구호로 이 운동의 성격, 목표, 방향을 제시하였다. 

이 운동이 발전하면서 기업소, 협동농장뿐 아니라 군부대, 과학, 교육, 의료, 체육, 문화예술단체, 인민반 등 북한의 거의 모든 기관, 단위가 이 운동에 참여하였다. 

단, 이 운동을 지휘, 통제하는 당과 정권 기관, 출판·보도기관은 참가 대상에서 빠졌다. 

1977년 9월 북한은 ‘붉은기 수여 판정위원회’를 설치해 정해진 기준에 따라 ‘3대 혁명 붉은기’를 받을 단위를 판정하도록 하여 판정의 객관성을 높였다. 

‘3대 혁명 붉은기’는 보통 국가 주요 기념일에 수여하였으며 이 기를 받은 단위 성원들은 ‘3대 혁명 기수’로 불리며 ‘3대 혁명 명예 휘장’을 달고 다니고 축하 모임, 경험토론회 등에 참석한다. 

또 각종 행사에서 앞자리에 서며 각종 답사, 견학 사업에도 우선 선정된다. 

반면 때에 따라 ‘3대 혁명 붉은기 단위’에서 제명되거나 칭호를 박탈당하는 경우도 있다. 

북한은 ‘3대 혁명 붉은기 쟁취운동’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잡지 『3대혁명붉은기』도 발행한다. 

북한은 지금도 이 운동을 매우 중요한 대중운동으로 여기며 강조한다. 

2015년 11월 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차 ‘3대 혁명 붉은기 쟁취운동 선구자대회’ 참가자들에게 보낸 서한 「혁명발전의 요구에 맞게 3대혁명붉은기쟁취운동에서 근본적인 전환을 일으키자」에서 “3대 혁명 붉은기 쟁취운동은 강성국가 건설의 힘 있는 추진력이며 주체혁명 위업의 최후 승리를 앞당기기 위한 강위력한 무기”라고 강조하며 “3대 혁명 붉은기 쟁취운동을 더욱 힘 있게 벌여 사회의 모든 성원들을 참다운 김일성-김정일주의자로 준비시키며 우리 혁명의 정치·군사 진지를 철옹성같이 다지고 경제강국 건설과 문명국 건설을 다그쳐 이 땅 위에 국력이 강하고 모든 것이 흥하며 인민들이 세상에 부러운 것 없이 사는 사회주의강성국가를 일떠세워야” 한다고 하였다. 

또 2021년 11월 18일 5차 ‘3대 혁명 선구자대회’ 참가자들에게 보낸 서한 「3대혁명의 불길을 세차게 지펴올려 사회주의의 전면적발전을 이룩하자」에서는 “모든 혁명 진지를 3대 혁명화하자!”라는 구호를 제시하면서 ‘3대 혁명 붉은기 쟁취운동’의 대상을 시, 군, 연합기업소로 확대하였다. 

이는 지방 발전, 농촌 발전을 강조하는 정책과 관련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