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2. 9.

▲ 지난 11월 10일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조, 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단체들의 긴급 기자회견 모습. 이들은 대통령 전용기에 MBC 기자를 못 타게 한 윤석열 정권을 비판했다.

 

 

“언론의 자유와 취재원 보호를 확실히 하면서 진실이 아닌 기사에 대해선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확실한 책임을 지워야 한다.”

“진실을 왜곡한 기사 하나가 언론사 전체를 파산하게도 할 수 있는 강력한 시스템이 언론 인프라로 자리 잡는다면 공정성 문제가 없다.”

 


지난 2월 12일 대통령 후보였던 윤석열은 이처럼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진실’이 아닌 기사라고 전제를 달았으나 언론사를 파괴할 수 있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속내는 끊임없이 제기되는 윤 대통령 부부의 범죄 의혹을 ‘진실이 아닌 거짓’으로 매도하겠다는 것, 의혹들을 보도하는 언론사를 없애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윤 대통령의 언론에 대한 선전포고는 몇 개월도 안 돼 현실이 됐다.

지난 9월 21일(미국 현지 시각)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48초 정상회담 후 “국회에서 이 **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팔려서 어떡하냐”라는 말을 했다는 것이 국내외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알려졌다.

보도를 접한 국민은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속담을 떠올렸다. 

국민은 평상시에 윤 대통령이 ‘이 **, 저 **’ 등의 욕을 자주 했다는 이준석 전 국힘당 대표의 말을, 후보 시절 열차 의자에 구둣발을 버젓이 올려놓았던 모습을 떠올렸다. 본바탕이 좋지 않으면 어디를 가나 그 본색이 드러난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나 윤석열 정권은 사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언론사 죽이기에 나섰다.

윤석열 정권은 이 보도를 한 언론사 중 유독 문화방송(MBC)만 짚어 대대적인 탄압을 가했다. MBC가 영상 자막을 조작했다는 것이었다. 

국힘당의 항의 방문을 시작으로 박성제 MBC 사장 등 4명 고발을, MBC에 광고를 줘서는 안 된다는 협박을 했다. 또한 MBC의 민영화를 거론했다. 국세청은 MBC 세무조사를 착수했다. 

이에 국내외 언론단체들은 한목소리로 윤석열 정권의 MBC 탄압을 규탄했다.

“21세기 한복판에 권력의 의도대로 언론보도를 통제하는 게 국익이라고 착각하는 윤석열 정권의 시대착오적 언론관은 어찌해야 한다는 말인가.”- 9월 27일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공동 성명.

“MBC 한 언론사에 대한 공격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언론 자유에 대한 위협이다.”-9월 30일 KBS, SBS, YTN, JTBC, OBS 기자협회 공동 성명.

 

 

“윤석열 대통령실과 여당이 한국의 방송을 협박하고 있다.”-10월 2일 미국의 외교 안보전문지인 ‘디플로맷’ 기사 제목.

“명예훼손으로 언론을 고발하는 것은 협박의 전형적인 예입니다. 윤 대통령은 보도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책임져야 하며, 언론인들을 은폐를 위한 구실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10월 4일 국제기자연맹 성명.

 

 

국민은 대통령이 잘못했는데 애먼 언론사를 죽이려 한다고 비판하면서 윤석열 퇴진 촛불집회에 대규모로 참여했다. 

 

 

▲ [사진출처-노동과 세계]


이런 비판이 있었어도, 윤석열 정권은 MBC에 대한 탄압을 더욱 강화하면서 다른 언론사 길들이기 작업에 들어갔다. 

윤석열 정권은 지난 11월 동남아 순방에 나서면서 대통령 전용기에 MBC 기자를 못 타게 했다. 특정 언론사를 대통령 전용기에서 배제한 것은 헌정사상 최초다. 

이에 대해 “대통령 전용기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적 공간이지, 개인 윤석열의 사유재산이 아니다. 시혜를 베푸는 식으로 언론을 선택해 탑승시키는 것은 전근대적 권위주의 시대의 행태”, “대통령실이 권력 비판을 이유로 특정 언론사에 대해 취재 제한 및 전용기 탑승을 배제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언론탄압이자 폭력이며, 헌법이 규정한 언론 자유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MBC 기자의 전용기 배제에 대해 “헌법수호 책임의 일환”이라고 말해 온 국민을 아연실색게 했다. 

행동으로는 민주주의의 기본권인 언론을 탄압하면서, 말로는 스스로 헌법적 가치를 수호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한 헌법 21조에 있는 표현의 자유를 무시하면서 헌법을 수호하겠다는 것은 궤변이다.

욕설 사건을 MBC만 보도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윤석열 정부가 MBC만 탄압하는 의도는 뻔하다. 

정부에 찍히면 ‘이렇게 된다’라는 것을 모든 언론사에 보여줘 언론들이 정부의 눈치를 보게 만들려는 것이고, 더 나아가 정부의 입맛에 맞지 않는 기사를 쓰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윤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기간에 정권의 언론 길들이기 작업은 노골적으로 진행됐다. 

대통령 전용기에서 MBC 기자를 배제한 뒤에 윤 대통령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인도네시아 발리로 이동하는 중에 채널A와 CBS 기자만 따로 불러 1시간여 동안 대화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말 잘 안 듣는 언론사는 죽이고, 말 잘 들을 것 같은 언론들은 특별 대우해주겠으니 다른 언론사들은 알아서 잘하라’라는 의미를 기자들에게 직접 준 것이다.

그리고 동남아 순방 기간 윤석열 정권은 언론을 아예 통제했다. 한미·한일정상회담에 기자들의 취재를 완전히 배제하고 대통령실의 서면 보도자료로 대체했다. 

그래서 한미·한일정상회담 내용은 윤석열 정부가 공개하고 싶은 것만 공개됐다. 정상회담의 결과가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마치 이 모습은 전두환 정권의 ‘보도지침’을 떠올리게 한다. 

전두환 정권은 보도지침을 통해 ‘가(可), 불가(不可), 절대 불가’ 등의 단언적 지시용어를 구사해가며 사건이나 상황, 사태의 보도 여부는 물론, 보도 방향과 내용 및 형식까지 구체적으로 시달했다. 

이 보도지침의 결과 전두환 정권에서는 언론이 정권을 비판하는 기사를 전혀 쓸 수 없었고, 찬양하는 기사만 쓸 수 있었다. 만약 정권에 조금이라도 해가 되는 기사를 쓴다면 그 언론사들은 군홧발에 무참히 짓밟혔다.

윤석열 정권의 언론탄압은 MBC에만 자행되는 것이 아니다. 

국힘당이 과반을 차지하는 서울시의회는 정권에 쓴소리하는 방송인 김어준 씨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있는 교통방송(TBS)의 예산지원을 2024년 1월부터 중단하는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TBS는 연간 예산 500억 원 중 70% 이상을 서울시 출연금에 의존하고 있었기에 조례안 통과로 존폐 위기에 몰렸다. 

결국 김어준 씨는 라디오 프로그램 제작진에게 하차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박성중 국힘당 국회의원은 지난 7일 김어준 씨가 하차한다면 2023년도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교통방송을 지원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는 돈줄로 방송사의 목줄을 죄더니 윤석열 정권의 입맛에 맞는 방송을 하면 목줄을 풀어주겠다는 의미다.

또한 경찰은 윤 대통령과 김건희 씨, 그리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해 줄기차게 의혹을 제기하는 ‘시민언론 더탐사’를 지난 7일 압수수색했다. 이에 앞서 경찰은 8월 25일 강진구 더탐사 기자와 사무실 등 여러 곳을 압수수색했다.

그리고 대통령실은 지난 6일 대통령 관저 이전에 천공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김종대 전 국회의원과 방송 진행자인 김어준 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대통령실은 이들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이라며 고발했다. 

윤석열 정권의 언론탄압은 공영방송, 유튜브 채널, 방송인, 출연자를 가리지 않는다. 

윤석열 정권이 탄압하는 언론사, 언론인들의 공통점은 정권에 비판적이거나 의혹을 제기한다는 것이다. 

언론사들이 줄지어 정권의 탄압을 받는데 정권에 아부하는 조중동 등은 이를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

윤 대통령의 욕설 사건과 관련해 조선일보와 이데일리 등은 MBC 제3노조 주장을 인용해 각각 「MBC 노조 ‘뉴스룸, 尹발언 엠바고 언제 풀리냐며 신나 떠들썩했다 한다」(조선일보, 9월 28일), 「MBC뉴스룸, 尹 발언 엠바고 언제 풀리냐며 신난듯 떠들썩했다」(이데일리, 9월 28일)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여기서 윤 대통령의 발언은 욕이 담긴 영상을 의미한다. 

 

 

▲ 조선일보와 이데일리 기사.


MBC 제3노조는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에 가입하지 않은 노조로 수구 성향의 노조로 평가받는다. 

조선일보와 이데일리 보도에 대해 MBC는 “(9월) 22일 오전 6시부터 엠바고가 풀린 오전 9시 40분 사이 MBC 뉴스룸에는 기자들이 거의 없었고 매우 한산했다”라며 “여느 방송사나 신문사와 마찬가지로 이 시간에는 대부분 기자가 출입처나 취재 현장에 나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문을 냈다.

또한 조선일보는 MBC 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와 관련해 지난 11월 11일 자 사설 「대통령실의 감정적이고 단선적인 MBC 대응」에서 “지금 MBC는 도저히 정상적 방송사로 볼 수 없는 지경”이라며 정권이 아닌 MBC를 공격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 언론은 다른 언론사 탄압을 즐기는 모양새이다.

정권의 언론탄압은 특정 언론사나 기자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전 사회적 문제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조금 상승한다는 것이 보도되고 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이 언론에 대한 탄압을 고강도로 하는 것을 보고 국민이 솔직한 자기 의견을 밝히는 것을 꺼린다는 주장이 나온다.

언론을 탄압하고 통제했던 전두환 정권 시절을 떠올려보자. 전두환 찬양 보도가 넘쳐났고 비판하는 보도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광주에서 수많은 국민이 전두환에 의해 학살당했고, 정권을 비판하던 대학생들은 고문을 받다가 목숨을 잃기도 했다. 경찰이 성고문을 자행했어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던 사회였다. 

국민은 전두환 정권 시대를 민주주의가 말살된 시대로 기억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은 대한민국을 민주주의가 말살된 시대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 그래야 정권의 치부를 가릴 수 있고, 정권에 대한 국민의 저항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국민의 피로 이룩한 성과이다. 

국민의 피로 이룩한 성과를 무너뜨리려는 윤석열 정권을 계속 방치하면 그 대가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대한민국이 과거로 다시 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윤석열을 퇴진시켜야 한다. 

 

 

김영란 주권연구소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