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10.

‘중국 풍선’ 공동 대응 나선 미국

 

 



최근 미국이 미 본토로 날아온 이른바 ‘중국 풍선’(아래 풍선)을 문제 삼아 중국을 겨눈 공세에 나섰다. 열릴 예정이었던 미중 외교장관 회담은 무기한 연기됐고, 지난해 11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미중정상회담 이후 다소 잠잠해진 듯했던 미중 간 대립도 다시 격화하는 모양새다.

여러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버스 2~3대 크기인 풍선은 2023년 1월 28일(현지 시각) 미국 알래스카에 진입한 뒤 2월 4일까지 일주일 동안 미국을 횡단해 비행했다. 미국은 2월 4일 최신형 스텔스 전투기 F-22를 동원해 동남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인근 바다에서 풍선을 격추했다.

미국은 미 연방수사국(FBI)이 풍선의 잔해를 분석한 결과 고해상도 카메라가 탑재된 ‘정찰풍선’임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미국은 중국을 겨눠 공세를 높여 나갔다.

먼저 지난 2월 6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워싱턴에 있는 40개국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외교관 약 150명에게 중국의 잘못을 강조하는 설명회를 열었다. 중국 주재 미국대사관도 중국 현지 각국 외교관들을 대상으로 6일과 7일 이틀에 걸쳐 미국의 조사 결과를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7일 국정연설에서 “중국이 우리의 주권을 위협하면 우리는 행동할 것”이라면서 “분명히 말한다. 중국이 우리의 주권을 위협하면 우리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행동할 것이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후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2월 8일 “우리는 전 세계 동맹, 파트너들과 이 문제를 논의하고 미국이 파악한 정찰풍선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했다.

카린 장-피에르 미 백악관 대변인도 같은 날 “중국의 정찰풍선들은 모두 감시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개발된 중국 풍선부대의 일부다. 다른 나라들의 주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중국이 5개 대륙에서 풍선을 이용한 정찰 활동을 벌여왔다”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정작 바이든 정권은 일주일 동안 풍선이 미 본토를 통과하도록 보고만 있었다. 미국의 주장대로면 ‘중국의 정찰·감시용 풍선’을 잠자코 내버려 뒀다는 얘기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 이유로 사람과 시설에 피해가 없도록 “격추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바다로 나간 뒤 12마일 한도 안에 있을 때라고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안전을 위한 조치였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의문은 좀처럼 가시질 않는다. 왜 바이든 정권이 사람과 시설이 드문 알래스카에 풍선이 막 진입했을 때가 아니라 굳이 미 내륙을 통과할 때까지 기다렸는지 설명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F-22가 풍선을 격추하던 당일 많은 미국 시민들이 격추 장면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했고, 이 영상은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격추 작전’에 나선 미군이 근처 시민들의 접근을 막지 않은 것인데 안전을 고려했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뒤늦게 풍선 격추에 나선 ‘미국의 목적이 따로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나오는 이유다.

국립외교원 원장을 지낸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지난 2월 6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F-22는 F-35와 함께 미국 주력기 중 최고인데 어마어마하게 과장된 행동을 하며 (풍선을 겨눠) 미사일을 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풍선이면 격추를 할 것이 아니라 그냥 끌어내려도 됐을 텐데 미국은 굳이 전투기를 동원했다’고 의문을 나타냈다.

 

 


중국 풍선은 안 되고 대북 전단은 된다?

 



중국은 풍선이 정찰·감시용이라는 미국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2월 4일 성명에서 “어떤 주권국가의 영토와 영공을 침범할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라면서 “풍선이 기상 연구에 사용되는 민간 비행정이고 바람의 영향과 제한된 제어 능력으로 인해 의도한 경로를 벗어났다”라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는 풍선이 격추되고 다음날인 2월 5일 “미국이 민간 무인기를 공격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과 항의를 표시한다”라며 “중국은 검증을 거쳐 이 비행선이 민간용이고 불가항력으로 미국에 진입했으며 완전히 의외의 상황임을 이미 여러 차례 미국에 알렸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의 정찰풍선이란 것을 확신한다”라면서 “주권 침해이자 국제법 위반”이라고 받아치며 공세를 높여가는 상황이다.

다른 나라들과 공동 대응에 나서겠다고 한 미국의 움직임이 앞으로 과연 얼마나 효과를 거둘 것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미국이 풍선 사건을 “주권 침해”라며 국제 사회에 ‘중국 악마화’를 시도하려는 노림수는 읽힌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미국의 주장을 인용한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자국에 들어온 풍선을 “주권 침해”라고 비판하는 미국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적어도 다른 나라의 주권을 침해하지 않았어야 한다.

하지만 미국은 195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꾸준히 중국, 소련 등으로 감시·정찰용 비행기구를 날려 보냈다. 이런 점에서 마치 자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투로 중국만 비난하는 미국의 태도는 ‘내로남불’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미국의 내로남불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그동안 미국이 국내 탈북자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독려, 방조해왔기 때문이다. 중국 풍선에는 “주권 침해”라고 화를 내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주권을 위협하는 대북 전단은 옹호하는 미국의 이중기준이다.

윤석열 정권 들어 윤 대통령이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를 언급하고 통일부가 헌법재판소에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이 위헌이라는 의견서를 내는 등 대북 전단을 옹호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그동안 대북 전단 살포를 적극 지원해온 ‘물주’라는 점에서 윤석열 정권보다도 더 위험해 보인다.

미국은 1990년대 후반부터 국무부 산하 NED(미국 민주주의 국가기금)를 통해 대북 전단을 날려 보내는 탈북자 단체에 자금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2019년 한해에만 대북 전단 살포 등을 이유로 지원한 금액이 400만 달러(약 50억 원)로 알려졌다. 이를 볼 때 미국이 지금까지 대북 전단 살포에 지원한 금액은 수백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탈북자 박상학 씨가 운영하는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반북 단체는 북한 방향으로 여러 차례 대북 전단을 뿌렸다. 이에 북한은 줄곧 강경하게 대응해왔다.

지난 2020년 6월 16일,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대북 전단 살포를 비판하며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대북 전단 살포가 이어졌고 북한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이후 북한은 같은 해 10월 26일 책자 「화근」에서 대북 전단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입됐다면서 대북 전단 살포를 ‘북침전쟁 도발의 전주곡’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대북 전단은 한반도의 주권을 넘어 평화와 안전을 심각하게 침해한다. 하지만 미국은 한반도의 상황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듯 대북 전단 살포를 용인, 옹호해왔다.

대북 전단을 옹호하는 미국의 분위기는 바이든 정권 들어서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8월 19일, 데이먼 윌슨 NED 회장은 VOA(미국의소리)와 대담에서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을 비판하면서 사실상 대북 전단을 옹호했다. 

중국 풍선이 자국에 들어오는 건 안 된다면서 ’대북 전단은 북한에 보내도 된다‘는 미국이 얼마나 모순과 자가당착에 빠졌는지 알 수 있다.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