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17.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제2의 국정농단이 터지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많았다. 

그 이유는 사이비 종교와 관련된 인물들이 윤석열 대통령 주위에 자주 등장했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국힘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섰던 홍준표 의원(현 대구시장)은 이른바 ‘건진 법사’가 윤 대통령 선거대책위에서 활동하는 것과 관련해 “최순실 사태처럼 흘러갈까 걱정스럽다”라며 “자칭 국사인 무속인 건진 법사가 선대위 인재 영입을 담당하고 있다는 기사도 충격”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적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윤 대통령의 스승으로 알려진 ‘천공’이 국정운영에 개입한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천공이 대통령 관저 이전에 관여했다는 것이다. 

 

 

 

▲ 지난해 5월 KBS시사직격에 출연한 천공. [출처: KBS]

 

 

이 의혹을 가장 먼저 폭로한 사람은 김종대 전 국회의원이다. 김 전 의원은 지난해 12월 5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국방부 고위관계자에 들었다며 천공의 대통령 관저 이전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잊힐 듯했던 이 사건은 올해 2월 다시 불거졌다. 이번에는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이었다.

앞서 김 전 의원이 말한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부 전 대변인이었다. 

부 전 대변인은 자신의 책 『권력과 안보: 문재인 정부 국방비사와 천공 의혹』(해요미디어, 2023.)에서 이와 관련한 내용을 자세히 다뤘다. 

지난해 4월 1일 서욱 국방부 장관과 미사일전략사령부 개편식에 동행한 부 전 대변인은 화장실에 잠깐 들렀다가 남영신 전 육군 참모총장으로부터 믿기지 않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말씀드릴 게 있다”라며 화장실로 이동하는 부 전 대변인을 뒤쫓아온 남영신 전 육군 참모총장이 귓속말로 “얼마 전 OOO과 천공이 한남동 육군총장 공관과 서울사무소를 방문했다는 보고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육군 서울사무소는 용산 국방부 영내에 있다.

이에 부 전 대변인이 “긴 수염에 도포 자락을 휘날리고 다니는 천공이 사람들 눈에 쉽게 띌 텐데 그게 가능하겠느냐”라고 묻자 남 전 총장은 “(공관 담당 부사관이) 무슨 의도로 내게 허위 보고를 하겠느냐”라고 말했다고 한다.

며칠 뒤에 부 전 대변인이 남 전 총장에게 전화해 ‘언론에 알려야 하냐’고 물으니 총장은 “자기는 괜찮지만, 현역인 부사관이 걱정된다며 절대 비밀을 지켜달라”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또한 천공의 관저 이전 개입 의혹을 가장 먼저 언급한 김 전 의원은 지난 6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부승찬 (당시 국방부) 대변인이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으로부터 천공이 다녀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것이 잘못됐을까 봐, 한 번은 전화로, 또 한 번은 육군본부의 다른 실무자한테 (확인해서) 두 번을 크로스 체킹했다”라며 천공이 한남동 육군총장 공관과 서울사무소를 다녀갔다는 것을 두 명 이상의 사람에게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전 의원은 실무자에 대해 “부사관과 육군 참모총장 사이에, 지휘 라인에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 실무자로부터 확인한 것은 차종, 동행한 인원을 포함해 더 자세한 내용으로, 사태 파악에 도움이 되는 정보들이라고 강조했다. 

천공의 관저 이전 개입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대통령실은 허위사실 유포라며 관련자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출처: 민주세상]

 

 

하지만 이런 합리적인 의혹 제기에 대통령실이 고발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천공이 육군총장 공관에 오지 않았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확인해 주는 게 상식적이다. 확인할 방법은 차량 출입 기록, CCTV 공개, 천공을 비롯해 언급된 사람들 직접 대면 조사 등이다.

그런데 경찰은 지난 13일 차량 출입 기록과 CCTV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식의 말을 하며 한 발 빼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14일 “(천공의) 국회 출석 요구도 국민의힘이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라면서 “대통령실, 여당, 경찰까지 (천공을) 성역시하는 것 아니냐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라고 성토했다.

그리고 육군총장 공관의 CCTV는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5일 “국방부에 육군참모총장 공관 CCTV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더니, ‘보존기간이 30일이라서 보관하지 않고 있다’라는 취지의 답변이 왔다”라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말했다. 

이에 사람들은 “포렌식을 해서 복구하자”, “일부러 삭제한 것 아니냐” 등의 댓글을 달며 국방부의 답변을 못 믿고 있다. 

대통령실을 비롯한 경찰, 국힘당의 모습은 오히려 천공의 국정 개입 의혹을 더 키우고 있다.

대통령의 관저는 대통령이 임기 내내 거주하는 공간이다. 관저를 옮기거나 결정하는 것도 국정과 관련된 중대한 문제이다.

그런데 천공이 대통령 관저 이전에 개입했다면 대통령과 사적인 관계의 인물이 국정에 개입한 것이며, 국정농단이라 할 수 있다.

지난 3일 한겨레는 사설에서 “구체적 실명 증언까지 나온 마당에 ‘사실무근’이라는 해명만으로는 의혹을 해소하기 어렵다. 무속인이 공적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면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만큼 객관적으로 사실관계를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이 최순실 국정농단에 분노했던 것은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을 아무런 공직도 없는 사람이 뒤에서 조종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심지어 사이비 교주로 판결을 받은 사람이 대통령 주위에서 계속 언급되고 국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윤석열이 이대로 대통령 자리에 있으면 최순실을 능가하는 사이비 교주의 국정농단이 벌어질 수 있다. 국격을 떨어뜨리는 심각한 상황이다. 대한민국이 이런 상황으로 처하지 않도록 윤 대통령을 하루라도 빨리 끌어내려야 한다. 

 

 

김영란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