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6.

지난 2월 8일은 북한의 조선인민군 창건 75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날 북한은 열병식을 비롯해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였다. 북한의 군사력이 한반도는 물론 국제 질서에 미치는 영향이 날로 커가는 가운데 북한의 군대를 역사적으로, 학술적으로 자세히 살펴보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이에 주권연구소는 4회에 걸쳐 기획연재를 준비하였다. 

차례
1. 김일성 주석과 조선인민군
2.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조선인민군
3.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조선인민군
4. 조선인민군의 3가지 특징


3.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조선인민군


1) 인민군 최고사령관 추대


북한은 선군정치를 자신의 정치 방식으로 내세운다. 따라서 국가 지도자가 군사를 잘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일찍부터 군사 업무를 익힌 것으로 보인다. 그것도 책으로 익힌 게 아니라 직접 몸으로 부딪쳐가며 익혔다고 한다.   

김승재 기자는 자기 저서에서 “김정은은 젊은 시절 신분을 감춘 채 최전방부대에서 신병으로 입소해 6개월 정도 고된 군 생활을 체험했다”, “일반 병사와 똑같이 불침번도 서고 얼차려까지 받았다. 6개월 군 생활 동안 호위병 1명이 대동했을 뿐 해당 부대에서는 누구도 김정은의 신분을 몰랐다”라고 하였다. (『인도에 등장한 김정은, 그 후의 북한 풍경』, 선인, 2015, 38~39쪽.)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탱크와 전투기 조종도 배웠다. 북한이 공개한 기록영화 「백두의 선군혁명 위업을 계승하시어」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0년 1월로 추정되는 시기에 ‘근위 서울 류경수 제105 탱크 사단’(아래 ‘105 탱크 사단’)에서 탱크를 직접 모는 장면이 나온다. 또 비행기 조종 장면도 나온다. 그러면서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보병, 포병은 물론 공군, 해군을 비롯한 군종, 병종, 전문병 분야에 완전히 정통하시고 전군을 지휘 통솔할 수 있는 뛰어난 영군술”을 보여주었다고 하였다. (「김정은, 2009년 北미사일 발사 현장 참관」, 연합뉴스, 2012.1.8.)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행기를 조종하는 장면. [출처: 신화통신]


이처럼 일찍부터 군사에 관하여 다양한 교육을 받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여러 군사 지도를 하기도 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07년 “인민군대에서 근위부대 운동과 ‘오중흡 7연대 칭호 쟁취 운동’을 밀접히 결합하여 더욱 힘있게 밀고 나가도록” 했다. 여기서 ‘오중흡 7연대 칭호 쟁취 운동’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96년 시작한 대중운동이며 근위부대 운동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새로 강조한 대중운동으로 보인다. 근위부대란 “당의 유일사상체계가 튼튼히 서고 당의 자위적 군사사상과 군사노선을 관철하는 투쟁에서 특출한 위훈을 세운 조선인민군 부대 연합부대”에 수여하는 칭호라고 한다. (김동완 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현대사 2』, 4.27시대, 2021, 181~182쪽.) 

또 앞서 언급한 기록영화 「백두의 선군혁명 위업을 계승하시어」에 따르면 2009년 4월 5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함께 미사일 관제 지휘소를 방문해 발사 장면을 참관했는데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번에 인공지구위성을 요격하겠다던 적들의 책동에 반타격을 가한 것이 우리 김 대장(김정은 국무위원장)”이라며 “그가 반타격 사령관으로서 육·해·공군을 지휘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2010년 8월 25일 인민군 전체 장병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노동당 제3차 대표자회에 참석할 대표로 추대하였다. 비정기적으로 열리는 노동당 대표자회에 참석하는 대표들은 부문, 지역에서 정해진 수만큼 선출하게 되어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인민군이 추대했다는 점, 특히 8월 25일은 196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05 탱크 사단을 현지지도한 날로 북한이 ‘선군혁명영도 개시일’로 보는 날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선군정치의 계승자로 선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갑식, 「김정은 정권의 출범과 정치적 과제」, 『통일정책연구』 제21권, 통일정책연구원, 2012.)

2010년 9월 28일 열린 노동당 제3차 대표자회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선출하였다. 하루 전날인 2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최고사령관 명령 제0051호 ‘조선인민군 지휘 성원들의 군사칭호를 올려줄 데 대하여’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인민군 대장으로 임명하였다. (「北, 김정은에 대장 칭호 수여」, 통일뉴스, 2010.9.28.)

2012년 1월 18일 자 노동신문 보도에 따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11년 10월 8일 “일꾼들이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진심으로 받들어야 한다. 일꾼들은 앞으로 당의 주위에 한마음 한뜻으로 굳게 뭉쳐 일을 잘해 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그전에도 “김정은 동지는 당과 수령의 영도를 받드는 데서 최고이며 신념과 의지, 담력과 배짱이 강하고 혁명 동지에 대한 의리심이 깊으며 지략과 통솔력이 뛰어나고 군사에 능통할 뿐 아니라 문무를 전면적으로 겸비하고 있는 다재다능한 백두산형의 장군”이라고 하였다고 한다. (「김정일 위원장의 10월 8일 유훈은 “김정은을 진심으로 받들 것”」, 통일뉴스, 2012.1.18.)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11년 12월 17일 급서하였고 일꾼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에 따라 12월 3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추대하였다. 


2)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군 현대화 사업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2년부터 2020년 6월 30일까지 여러 부문의 대상에 대해 총 2,113회의 공개 활동을 하였는데 이 가운데 군사 관련 공개 활동은 489회였고 이 가운데 군사력 강화 활동이 278회, 군대 관리 활동이 211회였다. (고재홍, 「김정은 집권 이후 군 관련 공개활동 특징과 전망」, 『ISSUE전략보고』 108호, 국가안보전략 연구원, 2021.)

이 가운데 인민군을 현대화하는 내용이 특히 주목된다. 군 현대화는 크게 무기 현대화, 전법 현대화, 부대 현대화로 나눠볼 수 있다. 

무기 현대화의 핵심은 핵무기 개발이며 북한은 이를 최대한 빠르게 강화하고 있다. (전경주, 「김정은이 공식화한 혁명무력발전의 새 단계」, 한국국방연구원, 2022.5.9., 4쪽.) 여기서 말하는 핵무기는 핵폭탄은 물론 투발 수단, 즉 전략미사일, 초대형 방사포, 전략잠수함까지 포함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2017년 12월 13일 한국일보 칼럼 「북한 군수공업대회 메시지와 2018년 전망」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3년에 2014~2018년 기간을 상정한 ‘군 현대화 5개년 계획’을 수립”하였다면서 2016년 5월 열린 노동당 제7차 대회 사업 총화 보고에서 “지금 우리의 국방과학기술은 최상의 경지에 올라섰으며 국방공업 부문에서는 정밀화, 경량화, 무인화, 지능화된 우리 식의 첨단 무장 장비들을 마음먹은 대로 만들어내고 있습니다”라고 한 점을 주목했다. 

2016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형 전략무기 지도가 집중된 해다. 이 해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시험을 비롯해 중거리 탄도미사일, 신형 대구경 방사포,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등 신무기 시험 현지지도를 13회나 하였다. 이 무기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2년 직접 개발을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 언론 보도를 보면 공개된 현지지도 외에도 비공개 현지지도가 다수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신형 대구경 방사포와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은 각각 13차례씩의 비공개 현지지도가 있었다고 한다. 이런 핵무기 개발 지도는 2017년에도 이어졌다. 핵시험 1회를 비롯한 전략군 현지지도가 4회, 전략무기 시험 현지지도가 10회에 달했다. (고재홍, 앞의 글)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7년 3월 18일 신형 고출력 로켓엔진 지상 분출시험을 현지지도하며 관계자를 업어주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하였다. 그만큼 국방과학기술자를 믿고 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예상을 뛰어넘는 신무기 개발 속도를 보여주는 배경이기도 하다. 

 

로켓엔진 개발에 관여한 과학자로 추정되는 인물을 업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2016년 6월 23일 조선중앙통신은 탄도미사일 개발 과정에 수차례나 실패하였다고 밝히며 “실패에 위축되고 주눅이 들세라 더 큰 사랑과 믿음을 주시고 다 할 줄 모르는 힘과 용기를 북돋아 주시며 성공에로 이끌어주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연을 보도하였다. 즉,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실패의 책임을 추궁하기보다는 성공할 때까지 격려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관해 2016년 6월 29일 사와다 가쓰미(澤田克己) 일본 마이니치신문 전 서울지국장은 「실패해도 격려하는 김정은 위원장, 북한붕괴론은 현실성 없다」는 글을 통해 “최고위가 직접 시찰하는 중대한 프로젝트에서 2개월 사이에 4회 연속 실패했지만 그 조직의 책임자가 경질되거나 하지 않았다”라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상당한 수완가인지도 모른다”라고 평가했다.

또 2016년 7월 7일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도 동아일보 칼럼에서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도 과학기술자들이 주눅 들지 않고 책임 추궁을 당할 걱정 없이 성공할 때까지 연구개발에 몰두할 풍토를 만들어주는 것이 북한의 가장 큰 힘”이라면서 실패하면 여론의 몰매를 맞고 예산과 인력이 삭감되는 우리 풍토와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절대적인 신뢰와 격려 속에서 북한 국방과학기술자들은 세상에 아직 없거나 소수 군사강국만 보유한 무기들을 속속 선보였다. 여기에는 세계 최대 차량 이동식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을 비롯해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포-8형, 열차 이동식 탄도미사일, 저수지 발사 탄도미사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장거리 전략 순항미사일, 초대형 방사포 등이 포함된다. 

북한은 2017년 12월 11일 제8차 군수공업대회를 열었다. 1~7차 대회는 한 번도 공개한 적이 없어서 외부에서는 저런 대회가 있는지조차 몰랐다. 임을출 교수는 앞의 글에서 제8차 군수공업대회를 공개한 배경으로 “첨단 핵심기술과 재료를 스스로 연구 완성했다는 자신감”이 작용한 듯하다고 분석했다. 

또 북한은 2021년 10월 11일 3대혁명전시관에서 국방발전전람회를 열어 최신 무기를 대거 공개하였다. 열병식이 아닌 무기 전람회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기념 연설에서 “우리 공화국의 건국 역사에 일찍이 가져보지 못하였던 세계적인 막강한 국방력을 떠올리고 우리 인민의 오랜 숙망을 풀어주는 특출한 최신 성과들을 이룩” 하였다고 밝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무기 현대화와 함께 전법 현대화도 추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09년을 ‘전법 혁명의 해’로 지정하였다. ‘전법 혁명’이란 “전법 분야에 남아있는 도식적이며 낡고 뒤떨어진 것을 극복하고 주체적인 군사전략전술 사상과 전법을 구현하여 새로운 전법들을 적극 창조하며 능숙히 활용하기 위한 투쟁”이라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당시 인민군 지휘 성원 속에 변화하는 현대전 양상을 고려하지 않고 기존의 낡은 전법에만 매달리는 현상이 남아있어 전법 혁명 방침을 제시했으며 이후 여러 독창적인 작전방안을 고안하였다고 한다.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인민군대 안의 모든 부대에서는 고정 격식화된 규범에만 매달려 훈련을 진행하지 말고 현대전에서 제기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정황을 설정하고 현실적인 훈련을 많이 진행해야 한다”라고 하였다. (「北 김정은 “인민군 훈련 제일주의 확립”…연합훈련 참관」, 뉴스1, 2014.11.23.)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부대 현대화도 추진했다. 무기 현대화의 성과에 맞춰 2012년쯤 전략군을 신설하였으며 올해 2월 8일을 전후로 부대를 대폭 개편하였다. 노동신문은 올해 2월 13일 보도를 통해 “인민군대의 많은 군종, 병종 부대들이 확대 개편되고 새로운 정세환경에 맞게 중요 작전 전투 임무들이 부과되었으며 전반적 부대들의 전략전술적 사명이 변화되었다”라고 하였다. 북한은 구체적인 개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3) ‘군민일치’


북한은 군대와 국민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군민일치’를 오래전부터 강조해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군민일치는 우리 사회의 밑뿌리이며 선군혁명의 천하지대본이다”, “군민협동작전은 군대와 인민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완강한 공격전을 벌여나가는 위력한 투쟁방식이다”라고 하였다. (「[어록분석] 김정은의 군에 대한 생각은?」, NK뉴스, 2018.10.9.)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군민일치를 위해 군대가 국민을 돕는 ‘원민’과 국민이 군대를 돕는 ‘원군’을 독려하며 지도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2년 4월 15일 열병식 연설에서 “군민일치는 우리 사회의 밑뿌리이며 선군혁명의 천하지대본입니다. 인민군대는 항일 빨치산의 전통을 이어 군민대단결을 반석같이 다져나가는 데서도 언제나 주동이 되고 선구자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 인민군대에서는 위대한 장군님(김정일 국방위원장)께서 제시해주신 ‘인민을 돕자!’라는 구호를 계속 들고 나가야 합니다”라고 하였다. 이는 군민일치의 기본이 ‘원민’임을 말해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인민군이 국민을 위한 시설인 양덕온천문화휴양지, 중평채소온실농장, 중평양묘장, 순천인비료공장, 연포온실농장, 평양시 대규모 살림집 등을 건설하였으며, 태풍 등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도 복구하였다. 

가장 최근에는 코로나19 방역 위기가 발생했을 때 군의가 출동해 평양의 약품 공급을 안정화하고 사태를 수습한 것을 꼽을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2년 8월 10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 연설에서 “당 중앙군사위원회 특별명령으로 수도에 파견된 인민군대 군의 부문 전투원들이 인민 사수의 전방에서 특출한 공훈을 세웠습니다. 당의 신임과 기대에 무조건적으로 보답하려는 충성의 열정과 인민에 대한 열렬한 사랑으로 충만된 군의 부문 전투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의하여 수도의 약품 공급이 안정되고 전염병 형세가 역전되었을 뿐 아니라 당에 대한 인민의 절대적 신뢰와 군민일치의 고귀한 전통이 보위되었습니다”라고 군의들을 높이 평가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원군’도 강조하고 있다. 

올해 2월 8일 열병식에는 특별대표로 초청된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원군 미풍 열성자’였다. 

북한은 전국에서 모범적으로 원군 활동을 한 사람들을 위해 특별 초대석까지 마련해주었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이들은 양덕온천문화휴양지에서 온천욕을 즐기고 스키를 탔으며, 문수물놀이장, 릉라인민유원지와 개선청년공원 유희장에서 휴식을 즐기고 국립교향악단, 국립교예단, 피바다가극단, 국립연극단, 청년중앙예술선전대의 공연도 관람하였다. 나아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사진도 찍었다. 

 

양덕온천문화휴양지에서 스키를 즐기는 원군 미풍 열성자들.
자연박물관을 둘러보는 원군 미풍 열성자들.


3월 1일 자 노동신문 기사 「위대한 태양의 품이 있어 애국의 삶은 빛난다」에 따르면 이들의 일정은 물론 식단까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짜느라 새벽 2시까지 집무를 봤다고 한다. 그만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원군’ 사업을 중요하게 여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