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14.

지난 2월 8일은 북한의 조선인민군 창건 75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날 북한은 열병식을 비롯해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였다. 북한의 군사력이 한반도는 물론 국제 질서에 미치는 영향이 날로 커가는 가운데 북한의 군대를 역사적으로, 학술적으로 자세히 살펴보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이에 주권연구소는 4회에 걸쳐 기획연재를 준비하였다. 

차례
1. 김일성 주석과 조선인민군
2.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조선인민군
3.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조선인민군
4. 조선인민군의 3가지 특징


 

4. 조선인민군의 3가지 특징


1) 수령의 군대, 당의 군대


일반적으로 군대는 ‘국가의 군대’, 즉 국군으로 존재하며 정부에 소속된다. 그러나 정당에 소속된 ‘당의 군대’, 즉 당군의 존재도 있다. 대표적으로 북한 인민군, 중국 인민해방군, 라오 인민군이 있다. 국군은 국가 방위 임무를 맡고 있다. 반면 당군은 당의 이념을 지키고 실현하는 임무를 맡는다. 물론 당의 이념을 지키기 위해 당연히 국가 방위도 한다. 

한편 이란의 경우 이란군과 별도로 혁명 수비대가 있다. 이란군 통수권자가 대통령인 반면 혁명 수비대의 통수권자는 종교 지도자인 라흐바르다. 국가 방위를 맡은 이란군과 달리 혁명 수비대는 이슬람주의 수호를 맡고 있다. 

북한은 노동당 규약을 통해 인민군을 ‘수령의 군대’, ‘당의 군대’, ‘혁명의 군대’로 규정하였다. (『2021 북한 이해』, 국립통일교육원, 118~119쪽.) 여기서 인민군이 ‘수령의 군대’, ‘당의 군대’라는 것은 인민군이 수령과 당을 위해 존재하고, 수령과 당의 사상으로 무장하며, 수령과 당의 뜻에 따르고, 수령과 당을 지키는 군대라는 뜻이다. 북한은 헌법 제59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무장력의 사명은 위대한 김정은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당 중앙위원회를 결사옹위하고 근로인민의 이익을 옹호하며 외래침략으로부터 사회주의 제도와 혁명의 전취물, 조국의 자유와 독립, 평화를 지키는 데 있다”라고 규정해놓았다. 

북한은 당군 건설의 본질에 관해 “모든 군인들을 당의 혁명사상을 세계관으로 하고 당과 수령에 대한 충실성을 제일 생명으로 간직한 참다운 혁명 전사로 만든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논설]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의 혁명적 당군건설 업적은 주체혁명의 승리적 전진을 담보하는 만년재보이다」, 노동신문, 2020.8.25.; 「북한, '선군절' 맞아 군에 충성 요구…“백두 혈통만 따라야”」, 연합뉴스, 2020.8.25. 재인용.)

북한은 인민군을 ‘수령의 군대’, ‘당의 군대’로 건설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노동당에 중앙군사위원회를 두었고 중앙군사위원장은 노동당 총비서가 겸직하도록 하였다. 또 중앙군사위원회가 인민군을 지휘하도록 규정하였다. 

한편 인민군 안에도 당원이 있으며 이들이 인민군 당위원회를 구성한다. 인민군 당위원회는 노동당 중앙위원회의 지도를 받는 직속 기관이며 집행 부서로 총정치국을 두고 있다. 총정치국은 대대급까지 정치부를 두고 연대급 이상은 정치위원을, 대대급 이하는 정치지도원을 파견하여 각급 부대가 노동당의 뜻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 각급 부대의 명령서는 지휘관과 함께 정치위원도 동의해야만 효력이 발생할 정도로 철저히 노동당의 지휘를 받도록 하고 있다. 

북한이 인민군에 대한 노동당의 영도를 중요하게 여기는 배경에는 1990년대 동구권 몰락이 있다. 동구권 국가들이 군대를 당군으로 건설하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군대가 사상적으로 와해하고 결국 혁명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노동신문, 앞의 논설) 

소련의 경우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도 군대가 속수무책으로 지켜만 보았는데 이는 고르바초프가 1990년 2월 5일 다당제 도입을 선언하면서 사실상 군대가 당군이 아닌 국군으로 되었기 때문이다. 국군이 된 소련 군대의 임무는 국가 방어에 한정되며 체제 수호는 임무가 아니었다. 같은 해 8월 18일 소련 사회주의 체제를 지키려는 쿠데타가 발발하자 소련군은 쿠데타에 합류한 군대와 옐친 러시아 대통령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군대로 갈라졌다. 그러나 쿠데타군도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하고 급격히 와해, 진압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소련은 군대 내 공산당 조직을 해체하고 활동을 금지하였다. 결국 이듬해 12월 26일 소련은 해체를 선언하였다. 

이런 현실을 보고 북한은 인민군의 ‘수령의 군대’, ‘당의 군대’ 성격을 더욱 분명히 하였다. (「북은 집단지도체제가 과연 가능한가?」, 통일뉴스, 2020.5.15.) 

2021년 2월 8일 건군절 73주년을 맞아 노동신문은 사설을 통해 “인민군대를 철저히 조선노동당화하는 것, 바로 여기에 우리 식 사회주의의 승리적 전진이 있고 우리 국가와 인민의 강대함과 창창한 전도가 있다”라고 주장하였다. 신문은 “혁명 투쟁에서 당과 군대는 불가분리의 관계에 있다. 혁명적 당은 군대를 틀어쥐어야 불패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고 혁명군대는 당의 영도를 받아야 무적 필승의 전투대오로 위용 떨칠 수 있다”라면서 인민군이 어떤 조건과 환경에서도 당의 명령과 지시를 무조건 접수하고 관철하는 혁명적 군풍을 더욱 철저히 확립하고 국가방위뿐만 아니라 사회주의 건설을 위한 군민 대단결에도 선도자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 건군절 맞아 ‘당의 영도를 받는 군’ 강조」, 통일뉴스, 2021.2.8.)


2) 국방과 경제를 제1선에서 맡아


군대가 국방을 맡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경제까지도 맡아 하는 것은 매우 특이한 모습이다. 

물론 군대가 대민 봉사를 하는 등 경제에 긍정적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는 군대가 소비하는 막대한 예산에 비하면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그렇다고 경제를 위해 무작정 군대를 축소하면 나라를 지킬 수 없다. 그래서 어느 나라나 적정한 군대 규모를 정하는 게 중요한 문제다. 한편 군부독재국가의 경우 군부가 국가 경제를 장악하고 주요 산업에도 진출하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군벌의 권력 유지를 위한 장치일 뿐 군대가 국가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북한처럼 아예 경제 건설을 군대의 주된 사명으로 못 박고 있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인민군이 내건 구호 ‘조국 보위도 사회주의 건설도 우리가 다 맡자’에서 볼 수 있듯 인민군은 국가 방어와 경제 건설 모두에서 주력군의 역할을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2년 4월 15일 열병식 연설에서 “우리 인민군대는 자기 이름에 인민이라는 글자를 새긴 때로부터 조국의 수호자로서뿐 아니라 인민의 행복의 창조자로서 부강 조국 건설에 뚜렷한 자욱을 남기었습니다”라고 하였다. 

인민군은 실제로 북한의 경제 건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최근 북한이 주요 경제 성과로 꼽는 양덕온천문화휴양지,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 중평채소온실농장, 연포채소온실농장, 검덕지구 광산 도시 등은 모두 인민군이 주축이 되어 건설한 것이다. 특히 북한이 5년 기한으로 건설 중인 평양시 5만 세대 살림집 건설의 주력을 인민군이 맡으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준공식장에서 김정관 국방상에게 건설 지휘부 깃발을 수여했다. 

 

건설 지휘부 깃발 수여 장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군수공업 부문에서) 여러 가지 농기계와 건설기계, 협동품들과 인민소비품들을 생산하여 경제발전과 인민 생활 향상을 추동하였습니다”라고 평가하였다. 2022년에도 군수공업 부문에서 농기계 5,500대를 제작해 황해남도에 보내주는 성과가 있었다. 

이처럼 인민군이 경제 건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다 보니 북한은 인구나 경제 규모에 비해 방대한 군대를 유지하지만 이게 다른 나라처럼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게 아니라 오히려 경제 발전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3) ‘군민일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군대와 민간인의 관계는 대체로 우호적이지 않다. 

애초에 군대는 지배층을 지키기 위해 탄생하였다. 지배층의 이익을 위해 복무하는 군대가 민간인과 사이좋을 수 없다. 군대는 민간이 갖출 수 없는 무장을 가지고 있기에 민간인을 억압하는 자리에 서기 쉬웠다. 경찰이 막지 못하는 민중 봉기를 진압하는 것도 결국은 군대다. 

또한 군대는 생산성이 없이 소비만 하는 집단이다 보니 결국 민간인이 낸 세금으로 운영된다. 민간이 군대를 먹여 살리는 셈인데 군대가 비대할수록 민간의 부담은 커진다. 이 역시 군대와 민간인의 관계를 나쁘게 만드는 요인이다. 

군대와 민간의 공간이 완전히 분리된다면 그나마 충돌이 적겠지만 그렇지 않다 보니 군대가 민간인, 그것도 자국민을 약탈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존재한다. 

인민군의 뿌리인 조선인민혁명군을 만들 때도 이런 문제가 부각되었다. 북한은 당시 민족주의 세력이 만주에 이주해서 힘들게 사는 조선인들에게 군자금을 무리하게 걷으면서 독립군과 민심이 멀어졌다고 설명한다. 또 중국인 부대인 구국군 일부는 마적으로 전락해 마을 사람들을 약탈하기도 했다. 

이런 속에서 김일성 주석은 조선인민혁명군을 만들면서 “고기가 물을 떠나서 살 수 없는 것처럼 유격대가 인민을 떠나서 살 수 없다”라고 강조하면서 군민일치의 전통을 만들었다고 한다. (서유석, 「바람개비 - 북한의 삶 이모저모」, 『월간북한』 2017년 2월, 148쪽.)

북한은 “군민일치란 군대와 인민이 참다운 혁명동지로서 굳게 뭉쳐 서로 존경하고 아끼고 사랑하며 생사고락을 같이하는 것”이라고 한다. 노동신문은 “오늘의 우리 혁명은 군민일치를 하나의 미풍으로만이 아니라 우리의 운명과 혁명의 승패를 좌우하는 혁명의 동력 문제로 내세웠으며 군대와 인민의 관계가 사랑과 원호의 유대로부터 정치 사상적, 정신 도덕적 풍모의 일치의 높이에까지 올라설 것을 요구하며 조선의 위력은 군민일치의 위력이다”라고 주장하였다. (송경호, 「북한의 선군정치 추진실태와 향후 전망」, 치안정책연구소, 2008.) 

실제로 북한에서 군대는 국가 경제 건설의 핵심 세력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민간은 군대의 사상 및 사업방식을 따라 배워서 혁명과 건설에 매진하게 된다고 한다. (정성임, 「북한의 민군관계: 군 역할을 중심으로」, 『북한연구학회보』 제13권 제1호, 2009, 236쪽.) 그래서 탈북자인 최영식 씨는 민간에서 “위험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는 자신들도 모르게 군대 동무들을 찾게 되고 길을 가다가도 군대를 보면 마음이 든든해진다”고 하였다. (최영식, 「군민일치에 대해」, 자주시보, 2018.11.3.)

이처럼 군민일치는 인민군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가 되며 북한 사회 발전의 중요한 요소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