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17.

2022년 10월 2일 ‘노인의 날’을 맞아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윤 대통령은 “어르신들께 존경과 예우를 다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이자 미래 번영의 시작”이라며 “정부는 100세 시대를 맞아 어르신 관련 내년 예산을 대폭 늘렸다.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의료와 요양을 받으실 수 있도록 지역 내 돌봄 체계를 확대하겠다”라고 작성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이던 2022년 5월에도 윤 대통령은 국정과제로 ‘100세 시대 돌봄 체계 강화’를 제시하면서 공립요양시설 확충과 시설 환경개선을 병행하겠다고 약속했다.

2023년 예산안에 반영된 노인 부문 사업 예산을 통틀어서 보면 윤 대통령의 말처럼 늘어난 것처럼 보인다. 총 19개 사업, 총규모 23조 2,289억 원으로 2022년 20조 4,592억 원 대비 2조 7,697억 원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세히 들여다보면 실제 노인들을 위해 늘어난 것은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

노인 기초연금에서 2조 4천억 원, 요양보험 사업 운영에서 2천억 원이 늘었지만, 이들 모두 정책 방향이 아닌 환경적인 요인에 따른 자연증가로 봐야 한다.

물론 윤 대통령이 대선 당시 다른 후보들의 공약 따라 기초연금을 1인당 월 10만 원씩, 즉 40만 원으로 인상해주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당선 이후 국힘당에서 “무책임한 선심성 정책”이라느니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느니 말만 늘어놓고 있을 뿐이다.

2023년 예산안에서 기초연금이 1인당 30만 7,500원에서 32만 3,180원으로 1만 5,680원 오른 것도 사실 물가상승에 따른 결과로 봐야 한다. 기초연금 지급액이 물가와 연동되기 때문이다.

요양보험 사업 운영 예산 경우 요양보험법에 따라 2023년 보험료 예상 수입의 20%를 국고지원 하게 돼 있다. 즉 보험료 인상과 함께 보험료를 내는 노인 인구가 늘면서 정부의 수입도 늘어났고 이에 따라 해당 예산이 증가한 것이다.

또한 윤 대통령의 약속과 달리 2023년 정부 예산안에서 노인 돌봄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2023년 정부 예산안을 보면, 먼저 요양시설 확충 사업 예산이 501억 원으로 책정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22년 620억 원이었던 것에 비해 약 119억 원, 20%가량 줄었다.

해당 사업은 지방자치단체에 요양시설 확충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립시설을 늘려 노인장기요양보험을 받는 노년층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의 사업이다.

2023년 해당 사업 예산은 최근 6년 내 최저치다. 예산 규모가 600억 원 밑으로 내려간 것도 처음이다. 2018년 859억 원이었다가, 이듬해 1,129억 원으로 대폭 늘었다. 2020년 정부안에서는 1,427억 원이 배정됐으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864억 원으로 깎였다. 당시 제1야당이던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을 중심으로 삭감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후 코로나19를 겪으면서 2021년 669억 원, 2022년 620억 원으로 줄었다.

해당 예산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노인 돌봄을 제공하는 민간 시설 운영과 관련 있기 때문이다. 

민간 시설은 대부분 수입을 요양보험에 의존한다. 그래서 예산이 삭감되면 시설 이용자들에게 질 높은 편의를 제공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식재료값을 아끼려다 식사가 부실해지고, 인건비를 줄이려다 돌봄 노동자 한 사람이 맡아야 할 이용자 수가 늘어난다. 더 많은 예산을 받기 위해 시설 간 경쟁도 심해지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담보할 수 있는 이용자를 받지 못하는 시설도 늘어난다. 그렇게 서비스 질도 나빠진다.

노인요양시설 증·개축 및 개보수와 치매전담형 노인요양시설 신축 등에 투입되는 ‘노인요양시설 확충’ 사업 예산도 2022년 612억 3,200만 원에서 34.5%가량 삭감된 400억 9,100만 원을 편성했다. 노인요양시설 기능보강 사업과 치매전담형 노인요양시설 확충에서 각각 40억 6,600만 원, 170억 7,500만 원을 깎은 것이다.

전국 256곳의 치매안심센터에 지원되는 2023년 사업비도 2022년(446억 7,100만 원)보다 43.8% 줄인 251억 2,200만 원으로 삭감, 편성했다. 치매안심센터는 문재인 정부 ‘치매국가책임제’의 핵심사업 중 하나였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는 공공형(공익활동형) 노인 일자리와 관련해 2022년 60만 8,000개에서 2023년 54만 7,000개로, 총 6만 1,000개를 없애겠다고 예산안에서 밝혔다.

윤석열 정부는 그간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형 노인 일자리를 질 낮은 일자리로 규정하고 ‘구조조정 1순위’로 꼽았다. 그러면서 공공형 일자리를 줄이고 민간이 만드는 시장형(민간형) 일자리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공형 일자리는 만 65세 이상 기초연금수급자가 주 대상이다. 저소득층의 저학력 노인이 많이 참여한다. 이들에게 월 27만 원을 주지 않는다면 생계가 흔들린다.

이에 취업이 힘든 고령자들이 생계를 위해 찾는 ‘복지 일자리’가 축소되면 고령층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터져 나왔다. 특히 대한노인회를 비롯한 노인단체와 전국의 노년층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이의를 제기했다.

경로당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냉·난방비 및 양곡비 예산은 648억 9,600만 원으로, 2022년 예산 683억 9.600만 원보다 35억 원(5.1%) 깎여 편성됐다. 전국 경로당 6만 6천여 개소 기준 1개소당 평균 지원 단가가 2022년 214만 원에서 204만 원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에 대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는 2021년 제2차 지방재정부담심의위원회 의결로 경로당 냉․난방비 및 양곡비 국고 보조율을 서울 10%, 지방 25%에서 서울 20%, 지방 50%로 2배로 상향하여 2022년부터 지원했다”라며 “윤석열 정부가 고물가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경로당 냉·난방비 및 양곡비 지원비 단가를 인상하기는커녕 오히려 감액 편성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2023년 정부 예산안에 공개된 이후 윤석열 정부가 노인을 위한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 없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최종 예산안에서 2022년 수준을 유지하거나 지원 규모를 조금 늘릴 뿐이었다.

먼저 노인 일자리 예산은 정부안보다 922억 원 늘려 공공형 일자리를 2022년 수준(60만 8,000개)으로 유지하는 데 그쳤다.

 

 

 


경로당 냉난방비 및 양곡비 지원은 정부안보다 66억 원, 즉 2022년보다 31억 원 늘어났지만, 현재 고물가, 고유가, 냉난방비 인상 등에 비해 지원 규모가 약간 오른 것에 불과한 수준이다. 경로당 1개소당 냉방비는 2개월간 월 1만 5,000원 인상된 11만 5,000원, 난방비는 5개월간 월 5만 원 인상된 37만 원을 지원한다.

뉴시스 1월 26일 자 보도에서 영등포 두암경로당 관리인이 “지난해 2월 난방비가 60만 원 정도 나왔는데, 지난달에는 난방비가 113만 3,700원 정도 나왔다”라며 “단열이 잘 안돼 온도를 올려놓다 보니 110만 원 정도 나왔다. 그래도 할머니분들이 춥다고, 발이 시렵다고 덧버선을 쓰고 생활하고 있다”라고 토로한 것만 보더라도 냉·난방비 인상에 비해 윤석열 정부의 지원 규모가 작음을 알 수 있다.(「“경로당 난방비 110만 원 나와”…오세훈 “긴급 지원”」, 뉴시스, 2023.01.26.)

윤석열 정부가 이런 식으로 노인 정책을 추진하는 한 노년층의 삶은 경제 불황 속에서 더 어려워지고 노년층은 기존에 받던 복지조차 받지 못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기준 윤석열 정부 집권 초기 노년층의 20%만 ‘국정 운영을 잘 못 하고 있다’라고 부정 평가했던 것에 비해 최근에는 노년층의 40%가 부정 평가를 하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자신을 지지해준 노년층의 삶조차 빼앗는 윤 대통령을 몰아내는 것이 우리 모두의 노후를 위한 길이다.

 

 

 

이인선 주권연구소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