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27.

1. 총평


1) ‘단호한 대응’은 어디로 갔나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가 13~23일 한국 전역에서 진행되었다. 

한미 당국은 일찍부터 대규모, 고강도 훈련이 될 것이라고 홍보했다. 

1월 31일 윤석열 대통령은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을 만나 “한미가 올해 전반기 자유의 방패 연합연습을 최초로 11일간 중단없이 시행하고, 연합야외기동훈련의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높이 평가한다”라며 “한미연합연습의 실전적 시행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또 “한국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실효적이고 강력한 한미 확장억제 체계가 도출되도록 한미 간 협의를 진행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오스틴 장관은 “한미 간 확장억제 실행력을 더욱 강화해 한국인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며 안심시켰다. 

한미는 20여 개의 야외 실기동 훈련을 포함, 한반도 전면전을 상정한 국가 총력전 개념의 전구급 연합연습을 진행한다고 예고했다. 특히 사단급 연합상륙훈련인 쌍룡훈련, 이른바 ‘참수 작전’으로 불리는 연합특수작전훈련 ‘티크 나이프’ 등도 실시한다. 훈련 성격도 방어·격퇴 단계를 빼고 반격·안정화 작전을 시행해 침략 훈련, 점령훈련 성격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한미 군 당국은 3일 국방부에서 열린 공동 브리핑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해 용납하지 않겠다”라며 “한미 동맹의 압도적 능력으로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하였다. 훈련이 진행 중이던 16일에도 윤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석해 “북한의 어떠한 위협도 억제할 수 있는 확고한 한미 연합방위 태세를 유지하면서 현재 진행 중인 ‘자유의 방패’ 연합연습을 철저하게 수행하라”라는 지시를 내리고 일본으로 떠났다. 김승겸 합참의장도 15일 훈련 중인 전시 지휘소를 방문해 “무모하고 무도한 도발에 철저한 대비와 단호하고 과감한 대응으로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결전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언론은 2018년 중단된 한미연합 독수리훈련 수준을 뛰어넘는 훈련을 부활시켰다고 평가했고 이에 따라 북한이 군사 대응을 할 것이 예상되며 한미도 북한의 대응에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므로 한반도에 전쟁 위기가 고조되리라 전망했다. 

주목할 지점은 3월 13일 훈련을 시작하기 전에 사전 훈련이 많았다는 점이다. 1월부터 한미는 대대급 연합훈련, 혹한기 연합훈련, 연합공중훈련, 한미연합 베벌리팩 23-1 훈련, 한·미·일 해상 미사일 대응훈련, 한미 확장억제 운용 연습, 이른바 ‘참수 작전’ 훈련인 ‘티크 나이프’ 등 각종 훈련을 쉬지 않고 진행하였다. 또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를 앞두고 6~10일 위기관리연습(CMX)을 진행했다. 일각에서는 1~2월 진행한 각종 훈련의 종합판이 바로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가 될 것이라며 기대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미는 ‘자유의 방패’가 전례 없는 강력한 훈련이 될 것이라고 자랑했다. 아마도 이를 통해 전 세계에 ‘우리가 북한을 이길 수 있다’, ‘우리 힘이 강하니 북한은 도발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훈련이 진행되는 기간 언론에는 훈련 소식이 그다지 나오지 않고 조용했다. 미국이 자랑하는 전략무기도 거의 나오지 않고 재래식 무기 사이로 병사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장면을 간혹 볼 수 있을 뿐이었다. 11일 동안 휴일도 없이 쉬지 않고 훈련했다고 하는데 언론에는 100여 개의 기사만 실렸을 뿐(구글 검색 기준)이다. 애초 훈련 목적이 국민을 안심시키고 북한에 경고를 보내는 것이었다면 압도적 훈련 장면을 언론에 대대적으로 실어야 할 텐데 현실은 언론 보도를 자제하는 이른바 ‘로우키’였다. 

 

한미 장병이 급수관을 설치하는 장면. [출처: 국방부]
간이 다리를 만들어 도하 훈련을 하는 장면. 한미 군 당국은 전략무기 대신 이런 식의 재래식 장비 훈련 사진 위주로 공개하였다. [출처: 국방부]


게다가 훈련 기간 북한이 각종 미사일을 발사하고 신무기를 공개하는 고강도 맞대응을 했음에도 이에 대한 대응을 일절 하지 않았다. 북한의 군사 행동에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던 공언이 무색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연말 북한의 무인기에 서울 상공이 뚫린 후 “상대에게 핵이 있든, 또 어떠한 대량살상무기가 있든 도발을 일삼는 사람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줘야 하고 두려워하거나 주저해서는 절대 안 된다”라며 2~3배 강력한 응징을 하라고 지시했다. 또 1월 11일 국방부·외교부 업무보고에서도 “전례 없는, 압도적인 대응” 기조를 세웠다. 그러나 현실에서 한미는 북한의 눈치를 보는지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훈련 전에 공언한 것과 달리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는 상황을 훈련에 반영하지도 않았다. 이에 한 안보 전문가는 “아직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는 상황을 상정한 한미연합 작전계획이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훈련 시나리오에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반영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여기에 더해 미국 측이 북한의 핵무기 사용 상황 반영을 거부했을 가능성도 크다”라고 분석했다. (「한미연합연습 ‘자유의 방패’ 종료...北 핵 사용 상황 미반영」, 아시아투데이, 2023.3.23.)

 

국방부 홍보자료에는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을 반영한 시나리오를 연습한다고 나오지만 거짓말이었다. [출처: 국방부]


2) ‘압도적 대응’은 북한이 했다. 


한미가 보여주겠다던 ‘단호한 대응’, ‘압도적 대응’은 정작 북한이 보여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 기간에 보여준 북한의 군사 대응은 크게 3가지 특징으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선제타격’을 하였다. 

한미연합훈련 시작 하루 전인 12일 새벽, 북한은 잠수함에서 전략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사거리 1,500킬로미터에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이 미사일은 언제든 북한이 핵 선제타격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합참은 순항미사일이 발사된 지 하루가 지난 13일 새벽에야 미사일을 포착했다고 밝혔으나 비행거리, 고도, 속도 등의 정보를 공개하지 못했다. 

북한은 18~19일 핵반격 가상 종합 전술훈련을 진행하였다. 이 일환으로 19일 오전 11시 5분께 단거리 탄도미사일, 일명 ‘북한판 이스칸데르’ 1발을 동해로 발사해 800미터 상공에서 폭발시켰다. 공교롭게도 약 25분 후 미 본토에서 날아온 B-1B 전략폭격기가 한국 측 F-35A 전투기와 미군 F-16 전투기의 호위를 받으며 한반도 작전구역에 들어섰다. 19일 자 연합뉴스는 한반도에 접근하는 B-1B를 북한이 탐지하고 미사일을 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북한은 800미터 상공에서 핵폭발을 일으켜 한미 공군 편대를 전멸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은 22일 오전 동해상으로 2종의 전략 순항미사일을 2발씩 총 4발의 미사일을 발사하였다. 이날 한미연합해상훈련을 위해 미 해군 중형 항모급 마킨 아일랜드 강습상륙단이 부산항에 입항했고 니미츠 핵항모전단이 한반도 인근에 접근했는데 이를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초저공비행을 하는 북한의 전략 순항미사일 화살-1형.


이처럼 북한은 훈련 기간 내내 한미의 움직임에 맞춰 사전 차단하는 ‘선제타격’ 능력을 보여주었다. 원래 ‘선제타격’은 윤 대통령이 대선 기간에 언급했다가 웬일인지 지금은 말도 못 꺼내게 하는 단어였다. 이걸 북한은 아무런 눈치도 보지 않고 자유롭게 구사하고 있다. 그런데 한미는 북한의 ‘선제타격’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실전이었다면 심각한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13일 자유아시아방송 인터뷰에서 “기존에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이 끝난 이후 도발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난해 하반기 (한미연합훈련 도중 도발을 하며) 그 패턴이 깨졌다”라고 평가하였다. 

둘째, 시작부터 끝까지 핵무기로 대응했다. 

북한이 훈련 기간 보여준 각종 무기는 모두 핵무기였다. 18~19일 진행한 훈련은 핵반격 가상 종합 전술훈련인데 그 내용은 ‘전술핵 공격 임무 수행 절차와 공정을 숙련하기 위한 종합 전술훈련’으로 ‘핵공격을 받았을 때 반격’하는 게 아니라 ‘핵무기로 반격’하는 것이었다. 북한이 공개한 훈련 가운데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은 재래식 무기 훈련은 아예 없었다. 즉, 북한은 한반도 전쟁에서 핵무기를 기본으로 사용하겠다는 구상을 드러낸 것이다. 

이는 전략무기를 최소로 드러내고 재래식 병력 위주로 훈련한 한미와 대비되는 지점이다. 게다가 한미는 이번 훈련 내용에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아예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 마디로 의미 없는 헛고생을 한 꼴이 되었다. 

셋째, 예상치 못한 전략 무기 체계가 대거 등장했다.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에 동원된 무기는 모두 기존에 공개된 무기들이다. 반면 북한은 단 12일 동안에 기존에 없는 무기와 무기 체계를 세 가지나 공개했다. 

첫째는 훈련 시작 전날 공개한 잠수함 발사 전략 순항미사일이다. 북한이 잠수함에서 순항미사일을 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순항미사일은 지상에서 발사해도 포착하기 어려운데 망망대해에 숨어 있는 잠수함에서 발사하면 언제 어디서 어디로 발사하는지 전혀 파악할 수 없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13일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이번 순항미사일 발사는 한미 연합연습에 대응한 ‘전례 없는 강력한 대응’이자 ‘매우 강력한 압도적 대응’”이라고 평가했다. 

둘째는 19일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지하 발사장에서 발사한 것이다. 북한이 지하 발사장에서 핵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판 이스칸데르’ 자체가 바퀴 차량, 무한궤도 차량, 열차, 저수지 수중 발사대 등 다양한 변칙적 발사대에서 발사할 수 있는데 이번에 지하 발사장이 추가된 셈이다. 

 

'북한판 이스칸데르' 발사 장면. 화염이 양갈래로 분출하는 것은 지하 발사장의 특징이다.


셋째는 21일 발사한 핵 무인 수중 공격정 ‘해일’이다. 이번 기간에 가장 충격을 준 무기인데 북한이 이전에 발표한 전략무기 개발 목록에 없었기 때문에 한미 당국의 허를 찔렀다고 할 수 있다. 이 무기는 러시아가 개발한 ‘포세이돈’과 비견되며 스스로 목표물을 찾아가 핵폭발하면 거대한 해일을 일으켜 적의 함대와 군항을 파괴하는 무기다. 서방에서 ‘지구 종말 무기’라 부르며 두려워하는 이 무기 체계는 발사했는지 파악도 어렵고 설사 파악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고 한다.

‘해일’이 포세이돈과 다른 점은 다양한 발사대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포세이돈은 벨고로드 핵잠수함에 6발 장착하기로 되어 있다. 반면 ‘해일’은 해안, 항구, 배에서 발사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상선으로 ‘해일’을 견인하다가 발사할 수도 있다며 경계했다. 

 

북한이 공개한 핵 무인 수중 공격정 '해일'.


종합해보면 북한은 자신이 공언한 것처럼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에 ‘압도적 대응’을 하였다. 북한 외무성은 2월 17일 담화를 통해 “미국과 남조선이 우리가 정당한 우려와 근거를 가지고 침략전쟁 준비로 간주하고 있는 저들의 훈련구상을 이미 발표한 대로 실행에 옮긴다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지속적이고 전례 없는 강력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경고를 그대로 이행했다. 

북한의 군사 행동은 지난해 9월 8일 채택한 핵무력법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북한은 핵무력법에서 전쟁 혹은 전쟁에 준하는 정황이 임박했다고 판단되면 선제 핵공격을 하겠다고 명시했다. 그리고 이번에 선제 핵공격 훈련을 진행했다. 

이처럼 한미와 달리 북한은 자신들이 하겠다고 한 것을 그대로 이행했다. 

한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반격 가상 종합 전술훈련을 마친 19일 “우리나라가 핵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라는 사실만을 가지고서는 전쟁을 실제적으로 억제할 수가 없다”, “실지 적에게 공격을 가할 수 있는 수단으로, 언제든 적이 두려워하게 신속 정확히 가동할 수 있는 핵공격 태세를 완비할 때라야 전쟁 억제의 중대한 전략적 사명을 다할 수 있게 되며 우리의 자주권과 우리 인민의 평화로운 삶과 미래, 사회주의 건설 위업을 믿음직하게 수호할 수 있다”라고 하였다. 핵보유만으로는 전쟁을 막을 수 없고, 핵공격 태세를 완비해야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의 이런 판단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찾은 교훈일 수 있다. 북한은 같은 핵보유국으로서 러시아의 모습에서 교훈을 찾았을 것이다. 

서방의 시각으로 볼 때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것이다. 반면 러시아의 시각으로 볼 때 이 전쟁은 서방이 러시아를 침략한 것이다. 서방이 러시아와 한 약속을 어기고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가입시키려 했고, 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인이 많이 거주하는 동부 돈바스 지역을 공격해 러시아인을 학살한 것이 러시아엔 ‘서방이 침략’한 것으로 인식된다. 

그런데 러시아는 핵보유국이다. 그것도 세계 최대 핵보유국이다. 그런데도 ‘서방의 침략’을 받았다. 핵보유만으로는 전쟁을 막지 못하는 것이다. 

러시아는 외부로부터 국가 존립이 위협받는 상황이 올 경우 방어용으로만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서명한 ‘러시아연방의 핵억제 정책에 관한 기본 원칙’은 핵무기 사용 조건으로 ▲적군이 러시아 영토 또는 동맹국에 핵무기나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할 경우 ▲러시아 공격용 탄도미사일이 발사됐다는 믿을 만한 정보를 입수한 경우 ▲러시아의 핵심 시설이 공격당해 핵전력 대응 행동이 약화할 경우 ▲러시아가 재래식 무기 공격을 당해 존립 위험에 직면한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핵무기 사용을 최대한 억제해놓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와 서방 진영은 마음 놓고 러시아가 ‘침략’으로 받아들일 행동을 한 것이다. 

북한은 러시아와 달리 전쟁이 임박했다는 징후만 있어도 곧바로 핵공격을 시작하며 전쟁 수행의 기본을 핵무기로 할 뜻을 밝혔다. 그래서 훈련도 핵반격 가상 ‘종합’ 전술훈련을 한다. 시작부터 끝까지 핵무기를 종합적으로 쓰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렇게 해야 전쟁을 억제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3) 결론


한미는 북한이 ‘선제타격’ 훈련을 해도 모르고 있다가 북한이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면 그제야 부랴부랴 분석에 들어가기를 반복했다. 언론 보도를 봐도 한미연합훈련 보도보다는 북한의 대응 훈련 소식이 중심에 걸렸다. 한미연합훈련이라고 했는데 한미 훈련이 아닌 북한 훈련을 분석하는 게 중심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그렇다면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의 무기와 훈련을 분석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새로운 북한 무기를 파악할 수 있으니 이것도 성과라며 좋아했을까? 아니면 이 정도 무기는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에 충만했을까? 그것도 아니면 북한의 무력 앞에서 큰일 났다며 자괴감에 빠졌을까?

뭐가 됐든 현 상황을 바라보는 우리 국민의 우려는 크다. 정부는 국민을 안심시킬 의무가 있다. 과연 윤석열 정부는 대책이 있는가.

(계속)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