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30.

(이어서)


2.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인 출신이 아니며 검찰 생활만 해왔기 때문에 검찰을 제외하고는 지지기반이 없다. 측근이라고 할 만한 세력도 없다. ‘윤핵관’이니 친윤 세력이니 하는 것도 윤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한 후에 떡고물을 노리고 모여든, 급조된 세력이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부터 여론조사 기관이 꾸준히 지지율 조사를 하며 띄워준 덕분에 여론의 힘으로 집권할 수 있었다. 

따라서 윤 대통령은 지지율을 중요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 한일정상회담을 앞두고 지지율이 10%, 1%로 떨어져도 일본과 손을 잡겠다고 마치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는 것처럼 배짱을 부렸지만 허세일 뿐이다. 윤 대통령은 한일관계로 지지율이 떨어지는 걸 예상하면서도 대책이 있기 때문에 밀어붙인 것이다. 

특이한 건 윤석열 정부가 강제동원 해법을 발표한 6일에 맞춰 고용노동부도 주 69시간 근무제를 발표했다는 점이다. 둘 다 지지율을 크게 떨어뜨릴 게 뻔한 사안인데 이런 악재를 겹치게 만들 때는 의도가 있을 것이다. 아마도 윤석열 정부는 두 사안 다 언젠간 해야 하고 그로 인해서 지지율도 떨어질 것이라서 지지율을 올릴 수 있는 호재가 있을 때 맞춰 터뜨려 물타기를 하려고 했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 있어 그 ‘호재’는 13일에 시작한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다. 한미연합훈련을 시작하면 북한이 군사 대응에 나설 것이며 미군이 이를 압도적 힘으로 ‘응징’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언론에 미군의 무시무시한 전략무기들이 연일 등장하며 북한을 꼼짝 못 하게 만드는 모습이 나오면 국민의 관심이 그쪽으로 쏠리면서 지지율도 오를 것이라는 게 윤석열 정부의 구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한반도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미국은 북한의 군사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는 처지다. 

만약 미국이 북한에 적극적인 대응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미국은 동급의 미사일을 2~3발 발사하거나 아니면 한 급 높은 미사일을 쏘거나 그에 상응하는 다른 전략무기를 동원해야 한다. 그러면 북한은 그에 반발해 더 강력한 군사 행동을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일본 열도를 넘어 태평양으로 미사일을 날려 보낼 수 있다. 여기서 미국은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첫째, 북한의 미사일을 묵인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북한에 꼬리를 내리는 것인데 세계 앞에 망신당하는 꼴이다. 그리고 앞으로 한미연합훈련 같은 일이 있을 때마다 북한은 태평양에 미사일을 날릴 것이며 이게 마치 당연한 연례행사처럼 될 것이다. 아마 탄착 지점도 점점 미국 본토에 다가갈 것이다. 

둘째,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이다. 북한 미사일이 단순 훈련인지 미국 본토까지 날아오는 실전 무기인지 구분할 수 없으므로 요격을 시도해야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지난해 1월 11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자 미국 서부 해안 공항들에 비행 금지 명령을 내린 것처럼 미국 본토가 공포에 떨어야 한다. 

그런데 만약 미사일 요격에 실패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를 공개하면 자국민에게 ‘우리는 북한 미사일을 막을 능력이 없다’라고 인정하는 꼴이 된다. 그렇다고 요격 사실을 숨기면 앞서 첫째 경우와 똑같이 되어 세계 앞에 망신당하게 된다. 

그렇다고 미사일 요격에 성공해도 문제다. 미사일 요격에 성공했다고 공개하면 북한이 ‘공해상에 발사한 우리 무기를 공격했으니 이는 전쟁 행위다’라며 전면전에 돌입할 수 있다. 3월 7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미국의 관할권에 속하지 않는 공해와 공역에서 주변국들의 안전에 전혀 위해가 없이 진행되는 우리의 전략무기 시험에 요격과 같은 군사적 대응이 따르는 경우 이는 두말할 것 없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명백한 선전포고로 간주될 것이다. 또한 그러한 상황에서의 우리의 군사적 행동규범이 설정되어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라고 경고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우리의 군사적 행동규범’은 아마도 선제 핵공격을 의미할 것이다. 

또 다행히 전면전까지 가지 않더라도 북한이 항의하면서 미사일을 미국 본토에 더 가까이 또 쏠 수 있다. 그러면 또 요격해야 한다. 이걸 몇 번 반복하면 자연스레 미국 앞바다가 북한의 미사일 훈련장이 된다. 그리고 북한의 미사일 훈련이 있을 때마다 미국인들은 공포에 떨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미국은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기엔 위험부담이 너무 크고, 그렇다고 묵인하거나 요격에 실패하면 바보가 되는 난감한 상황에 놓여 있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이 더 높은 수준의 군사 행동을 하지 않도록 최대한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 한다. 

이런 상황을 모르는 윤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 기간 북한이 여러 신무기를 공개하면서 군사 행동을 하는데 왜 미국은 대응을 자제하나 답답했을 것이다. 심지어 일부 북한 무기는 아예 파악도 못 하고 있다가 북한이 발표해서야 부랴부랴 확인해보는 일까지 있었다. 지난 연말 북한 무인기 사건과 비슷한 일이 재현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한미연합훈련 시작 전날 북한이 잠수함 발사 전략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는데 미국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자 불안해진 윤 대통령은 14일 부랴부랴 69시간 근로제 재검토를 지시했다. 지지율 하락을 막으려 한 것이다. 

또 국힘당의 태영호 의원이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날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를 언급하며 “최선의 방도는 우리도 한시적 핵무장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고, 같은 날 오세훈 서울시장도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라고 말한 것을 공개했는데 이 역시 미국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훈련 막바지에 이른 21일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마치 출구가 없는 미로 속에 갇힌 기분”이라고 했다. 물론 한일관계 해법에 관한 이야기지만 어쩌면 미국만 믿고 악재를 터뜨렸다가 지지율이 떨어져 답답한 심정을 털어놓은 것일 수도 있다. 

아무튼 윤석열 정부가 강제동원 해법을 발표한 3월 6일부터 지금까지 윤 대통령 지지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3월 1~4주 지지율은 리얼미터 기준 43% → 39% → 37% → 36%로 무려 7%나 모두 추락했다. 

 


3. 경제 건설의 걸림돌에서 촉진제로


한미연합훈련의 목적 가운데는 북한 경제에 타격을 주는 것도 있다. 북한의 코앞에서 대규모 훈련을 하면서 북한의 맞대응을 유도해 경제 건설을 멈추게 만들자는 것이다. 과거 일부 한미연합훈련 기간에 북한이 준전시상태에 돌입해 경제 건설에 큰 어려움을 겪은 것은 사실이다. 대규모 훈련이 그대로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북한으로서는 맞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아예 한미 당국은 이를 노리고 작전계획 5030을 작성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미군 정찰기를 북한 영공에 근접 비행시켜 북한 전투기의 출격을 유도해 연료를 소진시키는 방법, 기습적으로 장기간 군사훈련을 실시해 북한이 어쩔 수 없이 대비하도록 만들어 식량 등 전시 비축 자원을 소진시키는 방법 등이 들어 있다. 

올 들어 북한에 최악의 ‘식량난’이 발생했다고 줄기차게 홍보해온 윤석열 정부는 이번 한미연합훈련을 통해 북한 경제에 타격을 주려고 시도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구상은 통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단 한미연합훈련 직전에 열린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5차 확대회의를 보자. (회의 날짜는 비공개지만 12일 보도했으므로 회의를 11일에 했을 가능성이 높다.)

회의 의제는 2가지였는데 첫째가 경제 건설 문제였다. 특히 농촌 문제 해결이 ‘최중대사’라며 이를 포함한 ‘사회주의 대 건설을 가속화’하기 위해 군대가 무엇을 할 것인지를 논의했다. 회의에서는 이를 위한 군 조직기구 구성, 병력 이용 방안 등을 결정하였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회의에서 “온갖 도전과 난관을 완강히 극복하며 전면적 국가부흥의 거창한 위업을 추진해나가는 오늘의 창조 대전은 당의 웅대한 실천 강령 관철을 위한 투쟁에서 언제나 선봉적 역할을 해온 우리 인민군대가 더욱 전진적이고 더욱 격동적인 투쟁으로 온 사회를 선도해나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둘째 의제가 한미연합훈련 대응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 부분은 간략히 보도되었다. 

회의를 보도한 노동신문 기사를 보면 전체 11개 문장 가운데 한미연합훈련 관련 문장은 1개에 불과하며 참가자 등 회의 개요를 제외한 나머지 문장은 모두 경제 건설에 관한 내용이었다. 즉, 한미연합훈련 직전에 열린 중앙군사위 회의의 주요 안건이 한미연합훈련과 무관한 경제 건설이었던 셈이다. 매우 이례적인 모습이다. 

중앙군사위 회의를 통해 북한의 의도를 세 가지로 추정해볼 수 있다. 

첫째는 한미연합훈련에 다 준비되어 있으며 두렵지 않다는 것이다. 

회의 보도에서 해당 문장을 보면 “나라의 전쟁 억제력을 보다 효과적으로 행사하며 위력적으로, 공세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중대한 실천적 조치”를 토의, 결정했다고 하였다. 즉, 한미연합훈련에 어떤 전략무기가 동원되든 북한은 ‘전쟁 억제력’을 효과적으로 행사하면 그만이라는 뜻이다. 다양한 핵무기가 준비되어 있고 아직 공개하지 않은 신무기들도 있기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긴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한미연합훈련에 북한의 경제 건설을 방해하려는 목적도 있으므로 거기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미연합훈련 기간에 북한은 준전시상태나 전시동원체제를 선포하지 않았지만 청년의 입대·복대 탄원이 끊이지 않았다. 북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19일 기준 탄원한 수가 140만에 달한다고 한다. 그런데 탄원한 140만 명이 실제로 군대에 간 것은 아니고 여전히 학교나 건설 현장 등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청년돌격대에 건설을 맡긴 평양 서포구역 건설장에서 골재 운반 작업을 맡은 1중대 2소대장 리국혁은 “건설장의 모든 청년들은 인민군대 입대, 복대를 열렬히 탄원하였다. 우리 백두산영웅청년돌격대가 원수들의 두세 개 군단쯤 단숨에 죽탕[맞거나 짓밟혀 몰골이 상한 상태]치자고 모두가 주먹을 틀어쥐고 결의했다”라고 하였다. (「여기도 철천지원쑤 미제와의 격전장」, 노동신문, 2023.3.25.) 즉, 지금 북한의 입대·복대 탄원은 당장 경제 건설을 중단하고 군대에 가겠다는 것이 아니라 경제 건설을 계속하면서 실제 전쟁이 터지면 참전하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셋째는 이미 군사 분야에서 한미를 이겼다고 판단하고 경제 분야에서도 한미를 이기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전부터 경제 분야에서도 사회주의가 자본주의를 이겨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말한 “전면적 국가부흥의 거창한 위업”의 의미도 이런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특히 한미를 비롯해 서방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빠진 조건에서 북한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는 모습이 공개된다면 ‘미국의 전쟁 위협과 경제 제재 속에서도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이 퍼지면서 세계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한미연합훈련 기간 북한 언론은 노동자들이 한미연합훈련에 자극받아 더 열심히 일을 한다는 보도를 연일 쏟아냈으며 이는 훈련이 끝난 후에도 이어졌다. 

3월 25일 자 노동신문은 기사 「500만 청년들은 결전진입태세에 있다」에서 “새 거리 건설에서 새로운 기적과 혁신을 일으켜 원수들에게 조선노동당의 품속에서 자라난 새 세대 청년들의 용솟음치는 힘과 주먹맛을 톡톡히 보여주겠다”(우철민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중앙위원회 부장), “우리가 틀어잡은 착암기로 지구를 맞구멍 내서라도 놈들의 아성으로 뚫고 들어가 전쟁과 불행의 화근을 이 땅에서 영영 들어내고야 말겠다”(한영진 제남탄광 차광수청년돌격대 대장), “우리들이 심고 가꾸는 한 알 한 알의 낟알이 그대로 원수 격멸의 총알이 되고 미사일이 된다는 것을 명심하고 올해 농사에서 기어이 통장훈(장기 용어인 외통장군의 북한말)을 부르겠다”(오경일 함주군 동봉농장 초급청년동맹위원장) 등 청년들이 반미 감정으로 경제 건설에 더 열심히 나서고 있는 모습을 소개했다. 

같은 날 기사 「증산의 동음으로 련속적인 강타를 안기자」에는 “중요 무기 시험과 전략적 목적의 발사 훈련 진행 소식이 우리의 이 직성을 한순간에 다 풀어주었다. …중략… 오늘의 이 긍지와 자부심을 힘으로 바꾸어 철강재생산에서 혁신을 안아오겠다”(오충국 김책제철연합기업소 가스발생로직장 직장장), “전략 순항미사일 ‘화살-1’형과 ‘화살-2’형이 바닷물 면과 산발들을 스칠 듯 비행하는 장면을 보며 우리의 막강한 군사력을 다시금 절감하였다. 이제는 우리 노동계급의 차례이다. 우리 검덕의 광부들은 침략 전쟁 연습에 매달리는 적들에게 강타를 안기는 심정으로 증산의 발파 소리를 더 우렁차게 울리겠다”(검덕광업연합기업소 금골광산 4.5갱 고경찬영웅소대장) 등 북한의 전략무기 훈련이 노동계급의 열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모습이 소개됐다. 

이처럼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을 경제 건설의 걸림돌에서 자극제, 촉진제로 바꾸고 있다. 

(끝)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