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19.

(이어서)

 


2. 전쟁 위기의 배경


1930년대 대공황은 2차 세계대전을 불렀다. 1차 세계대전도 경제 이익을 추구하는 강대국 사이의 식민지 쟁탈전이었다. 전쟁은 자원 약탈, 시장 확대, 군수품 소비와 생산, 경쟁국 약화 등을 불러 경제 위기를 극복할 기회가 된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요시다 시게루 당시 일본 총리가 “신이 일본을 구했다”라며 만세 삼창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2차 대전 패배로 주저앉은 일본 경제가 한국전쟁을 계기로 살아난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현재 한·미·일이 처한 심각한 경제 위기는 대규모 전쟁을 간절히 바랄 수준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라는 말이 무색하게 한국의 무역수지는 1년 만에 세계 18위에서 198위로 추락하는 사상 최악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또한 상장기업의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2.75%, 순이익은 57.68% 줄어 거의 반토막이 났다. 이는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대기업 순위가 바뀔 정도로 대기업 실적이 나쁜 가운데 오랜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중소기업과 자영업도 붕괴 직전에 놓여있다. 거기에 물가 폭등까지 겹쳐 사방에서 이러다 다 죽겠다는 아우성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은행들의 연쇄 부도로 2008년 금융위기를 떠올리게 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정부 부채한도 상향 협상 타결이 늦어지며 국가 부도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해외 순방 일정을 취소하는 등 외교의 발목을 잡는 상황까지 왔다. 물론 정부 부채한도 상향 협상과 채무불이행(디폴트) 문제는 연례행사 같은 것이라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런데 올해 유독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미국 경제 체력이 너무 약해 사소한 계기로도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1990년대에 시작한 장기 경제 불황인 ‘잃어버린 30년’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0.4% 증가했는데 이게 전망치보다 높은 편이라고 하면서 언론들이 일본 경제가 살아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 정도다. 최근 10년의 일본 경제성장률 그래프를 보면 경제 성장이 장기간 거의 멈춤 상태임을 알 수 있다. 일본이 오래전부터 군국주의 부활을 갈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본 경제성장률. [출처: CEIC]


미국이 경제 위기 때문에 전쟁을 바라는 모습은 얼마 전 세스 몰튼 미 하원의원의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몰튼 의원은 2일 밀컨연구소가 주최한 2023 밀컨 콘퍼런스에서 ‘만일 중국이 대만을 공격 시, 미국은 TSMC를 폭파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런 주장은 전에도 미국 내에서 나온 적이 있다. 이에 관해 추궈정 대만 국방부장은 8일 입법원(국회) 외교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대만의 시설을 폭파하려는 사람은 이미 방위 규범을 넘어섰다”라며 미국의 TSMC 폭파를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TSMC는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 분야 세계 1위의 대만 반도체 기업이다. 미국 처지에서 볼 때 전쟁을 핑계로 TSMC를 폭파해버리면 자국 반도체 기업이 시장 점유율을 급격히 높일 수 있다. 원래 경제 위기, 공황은 생산 과잉에서 온다. 따라서 미국은 전쟁을 통해 생산 시설을 파괴하고 싶을 것이다. 

 

TSMC 팹 16 공장. [출처: 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 Ltd.]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지금 동아시아에서 전쟁을 한다면 대만이나 한반도에서 전쟁을 할 것이다. 그리고 많은 전문가가 두 전쟁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서 한쪽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자동으로 다른 쪽에서도 전쟁이 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데 북한은 핵보유국이며 전쟁이 발발할 징후만 보여도 선제 핵공격을 하겠다고 법까지 만들어 놓은 상태다. 그냥 엄포가 아니라 실제로 그럴 가능성이 높다. 

상식적으로 판단해 보면 북한의 핵미사일을 100%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에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전쟁을 감행할 수 없다. 그런데 현실은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상식과 다른 방향, 말이 안 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돌이켜 보면 우크라이나 전쟁도 발발 전까지는 안 일어난다는 전망이 많았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을 불과 10여 일 남겨둔 시점에 엄구호 한양대 교수는 “러시아가 지금 전면전 가기 어렵다”라며 그 이유를 3가지나 들었다. (「러시아, 정말로 우크라이나 침공할까…2월 16일 도발설, 실체는?」, 시사오늘, 2022.2.15.) 그러나 현실은 전면전으로 나타났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1차 대전 패전국이었던 독일이 다시 2차 대전을 일으킨다거나, 일제가 미국을 선제공격해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것도 지금 보면 무모했지만 당시에 당사자들은 이길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사람의 생각은 자기가 간절히 바라는 방향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다. 실패할 가능성 99%는 무시하고 성공할 가능성 1%에 집착하는 식이다. 

 


3. 전쟁을 막아야 한다


전쟁은 참혹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반드시 전쟁만은 막아야 한다. 

첫째, 윤석열 퇴진 운동에 모두 나서자.

윤석열 정권은 한·미·일 삼각동맹에 앞장서며 미국의 전쟁 정책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취임 전부터 해온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생각해 보면 전쟁을 상당히 바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끊임없이 북한을 자극하며 전쟁을 부추기는 것도 부족해 이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동참하겠다, 대만에 전쟁이 나도 개입하겠다는 뜻을 계속 드러내고 있다. 아마도 윤석열 정권은 일단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미국, 일본이 도와줄 거라 믿고 있을 것이다. 

거듭된 윤 대통령의 적대 발언에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은 지난해 11월 24일 담화에서 “그래도 문재인이 앉아 해 먹을 때에는 적어도 서울이 우리의 과녁은 아니었다”라고 심각하게 경고하였다. 친강 중국 외교부장도 4월 21일 윤 대통령을 겨냥해 “대만 문제에 대해 불장난하면 타죽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역시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할 수 있다는 발언을 두고 4월 19일 “한국 국민이 러시아의 최신 무기가 그들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파트너인 북한의 손에 있는 것을 볼 때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라고 지적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윤 대통령 때문에 동아시아발 3차 대전이라도 일어날 분위기다. 전쟁을 막고 우리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윤 대통령을 하루빨리 퇴진시켜야 한다. 

둘째, 반전 평화 세력이 단결해야 한다.

국내외에는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 활동하는 많은 단체와 인사들이 있다. 이들이 힘을 모아야 전쟁으로 달려가는 윤석열 정권을 막을 수 있다. 지난 3월 한미연합훈련이 진행될 때, 또 5월에 기시다 총리가 방한했을 때 많은 반전 평화 세력이 항의 시위와 행동을 하여 한·미·일 삼각동맹과 전쟁을 반대하는 우리의 뜻을 국내외에 보여주었다. 이들의 적극적인 반전 평화 활동이 하나로 모여 일사불란하게 진행된다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윤석열 정권을 반대하는 단체들과 연대하면 힘을 더 키울 수도 있다. 

모두가 전쟁을 막기 위해 행동할 때다. 

 

(끝)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