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23.

1.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현황


지난 4월 26일(현지 시각) 미국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이후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물론 그래도 40%를 넘지 못해 매우 낮은 편이지만 4주 연속 상승한 점은 우연이라고 보고 넘길 수 없다. 

주요 여론조사 기관이 4월 4주부터 5월 3주까지 4주간 수행한 조사 결과를 보면 다음과 같다. 

● 한국갤럽(오차 3.1%): 30% → 33% → 35% → 37% (7% 포인트 상승)
● 리얼미터(오차 2.0%): 34.5% → 34.6% → 36.8% → 39.0% (4.5% 포인트 상승)
● 뉴스토마토(오차 3.1%): 32.3% → 32.6% → 35.4% → 36.4% (4.1% 포인트 상승)
● 전국지표조사(NBS, 오차 3.1%): 32% → 36% (격주 조사. 4월 4주와 5월 2주 결과. 4% 포인트 상승)

 


4주간 4~7% 포인트 상승했는데 모두 오차범위 밖이다.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여론은 긍정적 시각과 부정적 시각이 팽팽하게 맞붙었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5월 3주 기준) 윤 대통령 지지 이유로 ‘외교’를 꼽은 이가 37%로 압도적 1위다. 특이한 건 부정 평가 이유 1위도 외교(33%)다. 전국지표조사의 조사 결과(5월 2주 기준) 윤 대통령 방미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대답이 48%,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대답이 44% 나왔다. 뉴스토마토 조사 결과(5월 1주 기준) 한미정상회담 성과를 묻자 16.6%가 안보 성과를, 16.3%는 한미동맹 강화를, 9.1%는 경제적 성과를 꼽아 42.0%가 성과가 있다고 답한 반면 55.1%는 성과가 없다고 평가했다. 

 


2. 한미정상회담과 지지율 변화


윤 대통령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한미정상회담 직후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윤 대통령은 특이하게도 해외만 나갔다가 오면 온갖 망언과 부적절한 행동으로 구설에 올라 지지율이 떨어졌다. 게다가 이번 방미 기간에도 ‘아낌없이 퍼주고 얻은 것은 기타뿐’이라는 조롱이 뒤따를 정도로 국익을 훼손한 외교를 했기에 당연히 지지율이 떨어질 것으로 보았다. 

당장 한미관계의 현안인 인플레이션 감축법, 반도체 지원법과 관련해 한국 기업이 큰 손해를 볼 상황인데도 윤 대통령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미국에 제대로 항의도 하지 못했다. 또 ‘핵공유’를 합의했다고 자랑했지만 미국에서는 ‘핵공유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미국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자랑한 것도 알고 보니 전부터 한국에 투자하던 수준을 마치 윤 대통령의 성과인 것처럼 포장한 것이었다. 정상회담 직전에 있었던 도청 파문에 관해서도 미국에 면죄부만 주고 왔다. 

그런데 현실은 지지율 상승으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 지지층은 대체로 보수적 성향이 강하고 한미동맹을 금과옥조로 여긴다. 그래서 국빈 방문에 의회 연설 등 미국이 윤 대통령을 환대하였고, 만찬장에서 윤 대통령이 직접 노래도 부르는 등 화기애애한 모습이 있었기에 ‘문재인 정권 때 훼손된 한미동맹이 이제야 복원되었다’라고 여겼을 수 있다. 

 

미국의 환대에 신이 난 윤 대통령. [출처: 대통령실]


하지만 이런 효과라면 정상회담 직후에 지지율이 반짝 오르고 끝날 일이다. 그런데 4주 연속 지지율이 올랐다는 것은 상징적 성과를 넘어 실질적 성과가 있었다고 여기기 때문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권이 한미정상회담 최대 성과로 포장한 이른바 ‘사실상 핵공유’를 보자. 

윤석열 정권은 그동안 미국이 전술핵무기를 한국에 배치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독자 핵개발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그리고 이번 정상회담에서 핵개발을 하지 않는 대신 핵협의그룹을 설립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이를 두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우리 국민이 사실상 미국과 핵을 공유하면서 지내는 것으로 느껴지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이를 두고 윤석열 정권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사실상 핵공유’는 미국이 인정하지 않는 사기극에 불과하며 독자 핵개발을 포기하겠다는 각서만 쓰고 온 꼴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독자 핵개발 주장으로 미국을 압박한 결과 ‘사실상 핵공유’라는 성과를 끌어냈다며 이를 대단한 성과로 인식한다. 미국에서는 ‘사실상 핵공유’가 아니라고 했지만 어쨌든 정부·여당은 확장억제 분야에서 엄청난 성과를 낸 것처럼 열심히 홍보하였다. 

한편 윤석열 정권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윤 대통령이 북한을 넘어 중국, 러시아까지 적으로 돌렸으니 이제 북·중·러의 반발과 대응으로 인해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한국이 곤경에 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한 달이 다 지나도록 북·중·러는 비판적 논조의 발언만 할 뿐 실제 행동으로 대응 조치를 하지는 않았다. 북한은 4월 13일 신형 고체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포-18형 발사 이후로 아무런 군사적 움직임이 없다. 중국도 2017년 사드 배치 당시 중국 내 한국 기업을 제재하고 한국을 여행금지 국가로 지정하는 등 경제 보복을 했지만 이번에는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북·중·러의 대응을 예상했던 이들은 일단 사태를 관망하는 쪽으로 물러섰다. 

반면 윤석열 정권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윤 대통령이 미국, 일본과 군사협력을 강화한 결과 북·중·러가 함부로 한국을 대하지 못한다, 꼬리를 내렸다고 여기며 이를 윤 대통령의 성과로 추켜올린다. 

경제 분야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정권은 미국에 한국 경제를 강탈당하고도 항의조차 제대로 못 했고, 한국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을 희생시켜 일본 소·부·장 기업에 혜택을 주었다. 하지만 윤석열 지지층은 친미·친일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미국, 일본에 경제를 의존하면 한국 경제가 발전할 것으로 믿는다. 미국, 일본에 퍼주는 게 결국엔 한국이 부자가 되는 길이라 여기는 것이다. 

이처럼 친미·친일·보수 성향의 윤석열 지지층이 보기에 한미정상회담은 성공한 회담이다. 게다가 예전과 달리 이번엔 두드러진 망언이나 망동도 없었다. 그러니 자신감이 생겨서 윤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지지할 수 있었다. 

반면 윤석열 정권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우려했던 북·중·러의 반발이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아 관망하게 되는 등 적극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이유로 윤 대통령 지지율이 계속 오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국민들 속에 아직 친미 의식이 많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한일정상회담 후 일본에 굴욕적인 모습을 보인 윤석열 정권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터져 나왔다. 지지율도 상당히 떨어졌다. 그래서 다들 이것을 자주 의식의 발현으로 보았다. 그러나 진정한 자주 의식이라면 일본에만 나타나지 않고 미국을 대상으로도 나타나야 한다. 윤 대통령이 미국에 굴욕적인 모습을 보였어도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을 보면 한일정상회담 후 나타난 모습은 진정한 자주 의식이라기보다 반일 의식의 성격이 더 강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국민들 속에 자주라는 일관한 의식 대신 친미 의식과 반일 의식이 공존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둘째는 윤석열 지지율이 북한의 군사 행동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물론 북한의 군사 행동에 윤석열 정권이 적절히 대처한다면 지지율이 오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대체로 북한의 군사 행동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국민이 불안함을 느끼고 이게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권 처지에서는 북한이 군사 행동을 하지 않기를 바라고 또 그런 방향으로 상황 관리를 하는 게 상식일 듯한데 굳이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과 훈련을 계속하는 것도 특이한 현상이다. 

 


3. 지지율 전망


당장 큰 변수가 없다면 윤 대통령 지지율은 더 오를 수 있지만 그래도 40% 초반을 넘기는 힘들 것이다. 왜냐하면 정부·여당이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라고 홍보하고 지지층도 성과로 여기는 것들이 아직은 ‘생각’과 ‘주장’에 불과할 뿐 실물로 드러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을 지지도, 반대도 하지 않는 중간 지대의 국민은 한미정상회담의 결과가 실물로 드러날 때 지지할지 혹은 반대할지 결정할 것이다. 그때까지는 지난해 6월 지지율 폭락 이후 지지율이 가장 높게 나왔던 40% 초반 정도가 윤석열 정권이 기대할 수 있는 지지율 최대치일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지지율을 다시 떨어뜨릴 변수도 있다. 

일단 북·중·러의 대응 행동이 시작되는 것이다. 특히 북한의 군사 행동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북한은 왜 한 달 넘게 군사 행동을 하지 않을까? 우리가 북한의 구상을 정확히 알 수 없으니 추정할 수밖에 없다. 

보수의 시각에서 보면 한·미·일이 군사 공조 수준을 급격히 높이니 놀라서 대책을 세우느라 군사 대응을 못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한·미·일이 어디까지 가는지 관찰하는 단계일 수 있다. 

매일경제는 21일 자 기사 「“北 무모한 행동에 강력 대응”… 韓美日, 7·9·11월 연쇄 회동 예고」에서 21일 열린 한·미·일 3자 정상회동을 두고 “올봄부터 연쇄적으로 진행됐던 한미정상회담과 한일 정상 셔틀외교 복원을 통해 훨씬 강화된 한·미·일 협력 구도를 상징하는 ‘중간 결산’ 차원의 의미가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한·미·일이 이번 3자 정상회동으로 ‘중간 결산’을 했다면 북한 역시 3자 정상회동까지 지켜보며 한·미·일 삼각동맹이 어느 수준까지 발전했는지 ‘중간 평가’를 했을 수 있다. 그리고 이 평가에 기초해 조만간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다. 한미가 야심 차게 준비하는 연합합동 화력 격멸훈련(25일 시작)이 그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윤석열 정권은 한미정상회담에서 ‘사실상 핵공유’ 약속까지 받아냈으니 자신감이 붙고 신이 나서 훈련을 위험 수준으로 끌어올리려 할 수 있다. 북한의 행동도 그에 비례할 것으로 보인다. 

 

화력 격멸훈련은 실전훈련이 아니라 관객을 모집해 보여주는 전시성 훈련이다. 사진은 2017년 통합화력 격멸훈련 장면. [출처: 국방부]


중국도 한·미·일 3자 정상회동까지 지켜보고 본격적인 대응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G7 회의와 3자 정상회동이 끝나자마자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을 제재하고, 한국의 포털사이트 네이버 접속을 차단했다. 한국의 포털사이트 접속을 차단한 건 사드 보복 조치 이후 4년여 만이다. 

만약 북한이 군사 대응에 나섰는데 한미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윤 대통령 지지율에 큰 타격이 올 수 있다. 지난해 연말 북한 무인기 사태처럼 우왕좌왕하고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면 기대가 실망으로 뒤바뀔 것이다. 특히 김태효 1차장 말처럼 ‘핵공유 느낌’을 받아야 하는데 거꾸로 ‘핵공유가 안 되는 느낌’을 받는다면 국민은 한미정상회담 성과가 다 거짓임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면 지지율도 한미정상회담 이전보다 더 낮게 곤두박질칠 수 있다. 

경제 영역도 변수다. 한·미·일이 손을 잡았으니 경제가 좋아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실제로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나빠질 일만 있으니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건 시간문제다. 

윤 대통령 지지율 변화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찾는 게 우리에게 중요할 것이다.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