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 5.

[사진 출처: 국방부]

 

1. 한미연합훈련 양상



한미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이하 한미연합훈련)는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할 것으로 발표되었으나 8월 31일 사실상 별다른 것 없이 종료되었다.

국방부는 이번 한미연합훈련은 고도화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변화하는 안보 상황을 반영한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실전과 같이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8월 21일 을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진정한 평화는 일방의 구걸이나 선의가 아닌, 오직 압도적인 힘에 의해서만 지켜진다”라고 강조했다.

정리해 보면 이번 한미연합훈련 목표는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하여 압도적인 힘을 보여주기 위하여 실전 같이 진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훈련 과정을 살펴보면 국방부의 주장대로 훈련 목표에 맞게 진행되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국방부는 이번 한미연합훈련에서 연합통합화력훈련, 공군 쌍매훈련 등 30여 건의 다양한 야외 기동훈련을 진행한 것을 가장 큰 특징으로 들었다. 단순 수치로는 올해 상반기보다 증가한 수치이다. 그런데 북한은 이미 실전에서 핵을 사용한다고 주장하고 국방부 역시 고도화된 북한 핵·미사일 능력에 대응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단순히 기동훈련의 수를 증가하였다고 압도적 대응이 되었는지는 의문이다.

한미는 압도적인 힘을 보여주기 위해 훈련 막바지인 8월 30일 B-1B 전략폭격기를 투입하여 서해 상공에서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했다. 그러나 B-1B는 지난 2월과 3월에도 한반도에 전개된 바 있어 새로운 것이 없는 훈련이었다.

한편 한미연합훈련 기간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는 8월 29일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미사일 방어훈련을 실시했다. 사실상 한·미·일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그런데 만약 실전 같은 훈련을 진행한다면 남해 공해상이 아니라 동해에서 진행했어야 한다. 압도적인 힘을 보여주기에는 낮은 수준의 훈련이었다. 

 

 

2. 북한의 움직임

 


강순남 북한 국방상은 7월 27일에 열린 열병식 연설에서 “이제는 조선반도[한반도]에서 핵전쟁이 일어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언제 어떻게 핵전쟁을 일으키겠는가 하는 것이 문제”라고 핵전쟁이 시간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대로 군사적 대결을 기도하며 나간다면 우리 국가의 무력 행사가 미합중국과 ‘대한민국’에 한해서는 방위권 범위를 초월하게 된다는 것을 엄중히 선포”한다고 경고했다.

북한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8월 중순 해군을 현지지도했다. 이때 공개된 경비함 661호가 눈길을 끌었다. 이 경비함은 헬기 착륙장과 대공 미사일 발사대를 갖춘 최신의 스텔스 군함으로 추정된다. 또 북한은 이날 경비함에서 전략 순항미사일 발사 훈련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해군절을 하루 앞둔 8월 27일 해군사령부를 방문해 연설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국가핵무력 건설 노선이 밝힌 전술핵 운용의 확장정책에 따라 군종 부대들이 새로운 무장 수단들을 인도받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 해군은 전략적 임무를 수행하는 국가핵억제력의 구성 부분으로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만간 신형 핵무기가 북한 해군에 도입될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8월 29일 총참모부 훈련지휘소를 방문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원수들의 불의적인 무력 침공을 격퇴하고 전면적인 반공격으로 이행하여 남반부 전 영토를 점령하는 데 총적 목표를 둔 연습참모부의 기도와 그를 관철하기 위한 각급 대연합부대, 연합부대 참모부들의 작전계획 전투문건”을 파악했다고 한다. 북한이 남한 점령을 총적 목표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8월 30일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하였다. 한국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의 탄도미사일 2발은 각각 360여 킬로미터를 비행한 후 동해상에 탄착했다. 북한도 “전술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하였으며 목표 섬 상공의 설정 고도 400미터에서 공중 폭발시켜 핵타격 임무를 정확히 수행하였다”라고 보도했다. 이날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비행거리를 고려할 때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를 노린 것으로 추정된다.

 

 

3. 평가

 


1) 훈련에서 한미가 밀렸다

 


이번 훈련에서 한미가 밀린 것이 아닌지 우려가 된다. 한미연합훈련 기간 한미가 보여준 훈련은 야외 기동훈련의 수가 증가하고 B-1B 전략폭격기를 전개하였으나 전반적으로 특별한 것이 없는 훈련으로 보인다. 반면에 북한이 선보인 무기들은 핵을 탑재한 신형 무기들로 보인다.

훈련의 목적은 내부적으로 전투준비 태세를 점검하는 것도 있지만 훈련을 공개하여 상대방에게 공포와 두려움을 주는 것도 있다. 이런 면에서도 한미가 밀린 것이 아닌지 우려가 된다.

이번 한미연합훈련에서 가장 강력한 훈련은 B-1B 전략폭격기를 전개한 연합공중훈련이다. 일부 언론에서 북한이 B-1B 전략폭격기 전개를 매우 두려워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B-1B 전략폭격기 전개는 매번 반복되는 훈련이고 비행 전개만 할 뿐 구체적 폭격 훈련이 없다. 이런 반복적이고 새로운 것이 없는 훈련을 북한이 얼마나 두려워할지 의문이다.

반면에 북한에서 8월 30일 발사한 전술 탄도미사일 훈련은 구체적이다. 북한은 중요 지휘거점과 작전비행장을 가상한 전술핵 타격훈련을 하였고 목표 상공의 설정 400미터에서 공중 폭발시켰다고 발표하였다. 훈련 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반도 전도를 보며 한국 계룡대 부근을 가리키는 사진을 공개한 적이 있어 계룡대를 구체적으로 상정하여 폭격훈련을 했음을 추정할 수 있다.

 

 



보도를 접한 계룡대 근무자는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아마 계룡대 근무자는 머리가 하얘졌을 것이다. 우선 북한의 핵공격 위치가 구체적이고 핵공격 가능성도 어느 때보다 크며 핵공격을 막을 방법도 없으므로 계룡대 근무자의 공포심은 상상을 초월했을 것이다.

비단 계룡대뿐만이 아니다. 과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하는 군 관련 회의 사진을 보면 용산, 평택 등 우리 지역을 지적하는 모습이 종종 나온다. 공격할 지휘부와 주요시설을 파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한미연합사령부의 전시지휘소(탱고)는 언론에 위치가 공개되었고, 용산 벙커는 이미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위치가 공개되었다. 목표 위치가 구체적이면 공포심과 두려움은 배가 된다. 반면에 북한 지휘부의 정보는 알려진 바가 없다. 

 

 


2) 의지에서도 밀리고 있다

 



북한은 이미 여러 차례 핵공격 의사를 공공연하게 밝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보고에서 “우리의 핵무력은 전쟁 억제와 평화 안정 수호를 제1의 임무로 간주하지만 억제 실패 시 제2의 사명도 결행하게 될 것이라고 하였으며 제2의 사명은 분명 방어가 아닌 다른 것”이라고 밝혔다.

강순남 국방상은 이번 열병식 연설에서도 이와 같은 부분을 숨기지 않았다. 강순남 국방상은 연설에서 “전략자산들을 조선반도에 들이밀기 전에 미 본토 전역을 뒤덮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략핵무력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라고 발언했다.

북한은 일관성 있게 핵무력 사용과 필승의 의지를 밝히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선제타격을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요격이 사실상 불가하다. 조짐이 보일 때 3축 체제의 가장 앞에 있는 킬 체인(Kill-Chain)이라는 선제타격밖에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지금 없다”라고 선제타격을 언급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선제타격을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10월 14일 출근길 문답에서 선제타격과 관련한 기자의 질문에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선제공격에 사전 대응하는 선제타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시인한 듯한 발언을 했다. 그 이후에 윤석열 대통령의 선제타격 발언은 사라졌다.

또 북한이 공격하면 2~3배로 대응하는 비례 대응 원칙도 사라졌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 북한에 강력한 대응책으로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그것에 대응하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비례 대응 원칙을 천명했다.

2022년 11월 초에 북한이 4차례에 걸쳐 다양한 위치에 다량 다종의 미사일을 발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북한이 울산 앞바다에 발사하였다고 주장한 2발의 순항미사일은 탐지 실패 논란까지 불거졌다. 당시 합참은 북한의 주장을 부인하였지만 비례 대응은 고사하고 탐지마저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무인기 사건에서도 비례 대응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2022년 12월 26일 북한 무인기 5대가 남쪽 영공으로 넘어온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중 1대는 수도권까지 침투하여 7시간 동안 머물다가 북한으로 돌아갔다. 뒤늦게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 무인기들이 우리 쪽 영공에 침투하자 비례성 원칙에 따라 우리도 북한에 무인기를 보내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우리 무인기 2대만 잠깐 북한에 보냈을 뿐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비례 대응 원칙은 완전히 무너졌다.

 

 


4. 분석

 



그렇다면 이번 한미연합훈련을 원래 목표대로 압도적인 힘을 보여주기 위해서 강력하게 진행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태평양 실사격에 대한 미국의 두려움이다.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2월 20일 발표한 성명에서 “태평양을 우리의 사격장으로 활용하는 빈도수는 미군의 행동 성격에 달려 있다”라고 밝혔다. 북한이 태평양 상공에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이다.

지금까지 북한은 주변국들과 한반도 상황을 고려하여 미사일을 고각 발사했다. 그런데 김여정 부부장의 성명을 통해서 태평양으로 정각 발사하겠다는 것을 공식화했다. 그러면서 뒷부분에 미군의 행동 성격에 달려 있다는 단서 조항을 붙였다. 미국으로서는 한미연합훈련에서 이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태평양에서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실사격했을 때 매우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우선 미사일이 발사되면 이것이 훈련인지, 실전인지 알 수 없으므로 문제가 발생한다. 또, 훈련이라도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도 문제이고 요격하지 않는 것도 문제이다. 만약 요격하지 않는 경우 북한은 앞으로 계속해서 미사일을 발사하게 될 것이고 미국 사회는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요격을 시도하면 북한이 전쟁으로 받아들여 바로 전면 핵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 요격에 실패하였을 경우 미국의 위신은 땅바닥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미국은 북한 대륙간 탄도미사일 실사격 자체를 막는 것이 최선책이다. 따라서 미국은 실사격에 대한 두려움으로 한미연합훈련을 강력하게 진행하지 못한 것이다.

둘째는 국민 여론이다. 

이번 한미연합훈련은 한·미·일 정상회의 직후 열린 훈련이어서 주목도가 높았다. 한·미·일 정상회의 후 윤석열 대통령의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이것은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의 발언에서 알 수 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8월 20일 한·미·일 정상회의 성과 및 을지훈련 관련 브리핑에서 “어느덧 돌아보니 우리가 세상의 맨 앞에 서서 미국, 일본 같은 나라와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세계를 이끌어가는 위치에 와 있다고 깨달았다”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일 정상회의 성과로 지지율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했을 것이다. 이것을 바탕으로 국정 운영은 물론 한미연합훈련도 강력하게 진행하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한·미·일 정상회의 이후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하락하였다. 일부 언론에서는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잼버리, 이동관 사건을 소개하였지만 가장 큰 원인은 바로 한·미·일 정상회의였다. 여론조사공정이 8월 24일에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미·일 정상회의에 대해 국민 38.8%가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53.2%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한·미·일 정상회의는 사실상 북한, 중국, 러시아를 겨냥한 회의였다. 우선 많은 국민은 한·미·일과 북·중·러 대결 국면에서 전쟁 불안감이 높아졌을 것이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돌격대 행동이 경제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는 생각도 했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과 일본이 우리나라를 짓밟는 마치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맺은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윤석열 대통령의 기대와 달리 지지율은 하락했다.

전쟁 준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 여론이다. 실전 같은 훈련 역시 적극적인 국민 여론이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 때문에 한미연합훈련을 강력하게 진행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5. 결론

 



현재 한반도 전쟁 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자칫 한미연합훈련이 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위기를 평화적으로 관리해야 할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과 일본에 밀착하여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8월 21일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북한은 전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모든 가용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며, 핵사용도 불사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국민을 안심시켜야 할 대통령이 오히려 국민의 불안을 증폭시켰다.

윤석열 대통령은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산 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다”라고 했다. 자신을 비판하는 세력을 모두 공산 전체주의 세력으로 매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기 뜻대로 되지 않자 모든 것을 국민의 책임으로 돌리고 급기야 국민을 적으로 삼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8월 28일 국힘당 연찬회에서 “이번에 후쿠시마, 거기에 대해서 나오는 거 보라”며 “도대체가 과학이라고 하는 건 없고 1 더하기 1을 100이라고 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세력들하고 우리가 싸울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를 반대하는 국민을 향해 선전포고했다.

이렇게 위험천만한 윤석열 대통령을 가만히 두었다가는 한반도 평화를 지키기 어렵다. ‘윤석열 퇴진’이 평화고 답이다. 모든 민주진보 세력은 국민과 함께 윤석열 퇴진에 나서야 한다.

 

 

김영란 주권연구소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