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6. 19.

올림픽 선수촌에 에어컨 설치 안 한 프랑스



파리 올림픽 개막이 한 달여 남았다. 지구인이 함께 즐기는 축제이지만 올림픽에 참가하는 각국은 고민에 빠졌다.

각국은 이번 파리 올림픽 선수촌에 에어컨이 설치되지 않아서 고민이다.

프랑스는 ‘친환경’을 표방하면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선수촌 실내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았다. 다만 8,200개 정도의 선풍기를 설치했다. 프랑스는 약 70미터 깊이의 지하수를 끌어올려서 건물 바닥에 순환시키면 실내 온도를 실외보다 6도가량 낮게 유지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과연 이 방법이 가능한 것이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 나오고 있다.  

파리 올림픽은 한여름인 7월 26일부터 8월 11일까지 열린다. 지난해 7월 프랑스 남부는 40도를 넘었고 2022년 7월 파리 기온은 43도까지 올라간 바 있다. 지난해 여름에도 프랑스에서 약 5,000명이 무더위로 숨졌다고 한다.

여기에 올여름이 가장 뜨거울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쏟아졌다.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는 “2024년이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으며 영국 기상청도 “엘니뇨 영향으로 2023년과 2024년 두 해 연속 지구 온도 기록이 경신될 것이라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라고 예고했다.

 

 

▲ 파리 올림픽 선수촌.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이에 올림픽에 참가하는 나라별로 냉방 대책을 세우고 있다. 

미국·영국·캐나다·이탈리아·호주·그리스·아일랜드·덴마크 등은 이동식 에어컨을 가지고 가서 자국 선수의 선수촌에 설치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쿨링 재킷 200벌과 쿨링 시트 150개를 선수단에 제공하기로 했다. 

그러자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개별 국가가 자체적으로 휴대용 에어컨을 선수촌에 설치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면서 조직위는 “휴대용 에어컨을 원한다면 조직위에서 제공하는 대여 장비로 등록해 사용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여기서 짚어볼 점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선수촌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았는데 휴대용 에어컨 설치는 가능하고, 장비도 대여해 줄 수 있다는 프랑스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휴대용 에어컨을 사용하면 탄소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인지.

프랑스가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은 진짜 이유가 환경 문제 때문인지 의구심이 든다. 


올림픽 기간 ‘파리의 생지옥’을 볼 것



프랑스 국민은 올림픽 관광하러 오지 말라고 틱톡에 영상을 올리고 있다.

뉴욕타임스 6월 14일 자 보도에 따르면 틱톡 등 SNS를 통해 올림픽 기간 파리를 방문하면 좋은 모습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영상이 다수 공유되고 있다.

‘레오 노라’란 활동명으로 틱톡에 동영상을 올린 24세 파리 현지 대학생은 “올림픽을 보러 파리에 올 계획이라면 오지 말라”라며 “이번 올림픽 기간 파리가 위험하고 ‘생지옥’을 방불케 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해 11월 파리에 살고 있는 프랑스계 미국인 미란다 스타르체비츠도 틱톡을 통해 “(파리에) 오지 마라. 몽땅 취소하라”라며 “누구도 올림픽을 원치 않는다. 이건 엉망진창 그 자체다”라는 내용을 담은 영상을 올렸다.

프랑스 국민이 이런 주장을 하는 데에는 올림픽 기간 관광객과 행사 관계자들로 인해 물가가 오르고 숙소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 [출처: MBN뉴스 화면 갈무리]



실제로 프랑스는 장애인 올림픽 기간까지 포함한 기간인 7월 20일부터 9월 8일까지 지하철 운임을 두 배가량 올릴 방침이다. 

지하철 1회권은 현재 2.10유로(한화 약 3,000원)에서 4유로(약 5,600원)로, 1회권 10장 묶음 가격은 현재 16.90유로(약 2만 4,000원)에서 32유로(약 4만 5,000원)로 오른다. 단 정기권을 가진 파리 시민은 원래 가격대로 이용할 수 있다.

프랑스 일대의 대중교통을 담당하는 공공 기관 ‘일드프랑스 모빌리티’의 최고경영자인 로랑 프로브스트는 “혼잡을 막기 위해 올림픽 기간 열차 운행 횟수를 약 15% 늘릴 예정인데, 여기에 2억 유로(약 2,833억 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 가격을 2배 인상하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즉 지하철을 타는 외국인 관광객과 정기권이 없는 프랑스 국민에게 증가 비용을 대라는 것이다. 올림픽 개최국 면모에 어울리지 않는다. 

프랑스의 이 같은 발표는 2017년 올림픽 유치 당시의 공약과 상반된다. 당시 프랑스는 2012 런던 올림픽처럼 경기장 티켓을 가지고 있는 관객에게 대중교통을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공약했다. 토니 에스탕게 올림픽 조직위원장은 2019년 11월 11일 일간 ‘르파리지앵’과의 인터뷰에서 “경기장 입장권이 있는 관객은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하게 하겠다. 예산이 들겠지만 그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몇 년 사이에 프랑스의 입장이 바뀌었다. 


어려운 프랑스 경제 상황



친환경을 내세웠지만 올림픽 선수촌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는 점, 올림픽 기간에 지하철 요금을 두 배로 올리겠다는 점은 프랑스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프랑스는 저성장에 고금리로 경제 전반이 안 좋다.

프랑스의 경제 성장률을 살펴보면 2021년 6.5%로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2022년 2.5%, 2023년 0.8%로 급격히 떨어졌다. 프랑스 정부는 올해 목표를 1.4%로 잡았으나 올해 1/4분기 성장률은 0%였다.

반면 프랑스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2021년 연평균 2.1%, 2022년 연평균 5.9%, 2023년 5.7%를 기록했다. 그런데 프랑스 국민이 실제로 체감하는 물가는 더욱 높다. 

프랑스에서 30년 이상 사는 김정희 씨는 전기, 식품, 거주비 등이 계속 올라 생활비가 많이 들고 있어 정부가 최저임금을 올려도 일부 소득층은 생활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국민이 많이 쓰는 필수적인 식품, 위생용품 등으로 구성된 일종의 ‘장바구니 품목’의 가격을 비교했더니 2021년 11월 총 88유로(약 12만 4,000원)였던 것이 2023년 11월 기준으로 약 20유로 오른 109.83유로(15만 5,000원)였다. (「17.7%까지 치솟은 프랑스의 생활물가 인플레」, 시사인, 2023.12.3.)

높은 물가 때문에 프랑스 국민은 다른 나라로 가서 식료품을 사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프랑스의 베에프엠(BFM) TV는 지난 3일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에 있는 관광버스 회사에서는 2년 전부터 매주 한 차례 ‘장보기 고객’을 싣고 스페인을 오갔다고 보도했다. 프랑스보다 상대적으로 물가가 저렴한 스페인에서 장을 보려는 이들이 늘면서 버스 수용 인원도 배로 늘렸다고 한다.

스페인에서 장을 보는 프랑스의 한 사람은 “물가 인상 때문에 담배와 식료품, 특히 고기를 사러 더 자주 오게 된다”라며 “고기 6킬로그램을 34유로(5만 원)에 샀다. 프랑스에서 구매할 때보다 40%가량 싸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사람은 프랑스에서 시장 가방 두 개를 채우는 돈이면 스페인에서는 5개를 채울 수 있다며 “식용유나 비누, 다른 모든 생필품을 담았다. 프랑스에서는 너무 비싸서 사지 않는 제품들”이라고 말했다.

높은 전기요금도 문제이다. 프랑스의 전기요금은 가스 가격과 연동된다. 

프랑스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요금 인상률에 상한제를 두면서 요금을 높여왔는데 2022년부터 전기요금을 지속해서 높이고 있다. 2023년 8월 22일 유로저널은 “프랑스 정부가 2022년 말까지 4%, 2023년 2월부터는 최대 15%로 제한됐던 전기요금 인상률을 2023년 8월부터 다시 10% 인상한다”라며 “2021년 이후 프랑스 가정의 전기요금 인상률은 약 31%에 달하게 된다”라고 보도했다. 

그런데 전기요금 상한제가 사업장에는 적용이 안 되고 있어 전기요금 인상으로 프랑스의 모든 사업자가 고통을 받고 있다. 특히 오븐을 사용하는 빵집은 타격을 크게 입어 프랑스 국민이 ‘밥’처럼 즐겨 먹는 바게트 빵집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 북부 도시 릴 인근에서 27년 동안 빵집을 운영 중인 베로니크 카필리에즈 씨는 2022년 1월 1,900유로(약 256만 원)였던 전기요금이 2023년 1월 6,700유로(약 900만 원)가 나올 것이라며 빵집을 주말에만 운영한다고 한다. 그는 주말 운영조차도 정부의 도움이 없이는 운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전역에서 전기요금 인상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빵집이 문을 닫고 있다. (「프랑스에서 바게트가 사라진다?」, 경향신문, 2023.1.9.)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등지더니



프랑스의 경제가 어려워진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022년 7월 기준금리를 0%에서 0.5%로 올렸다. 기준금리를 올리면 기업들은 이자 부담이 커서 사업 확대 등을 꺼리는 등 주가와 경기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난과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유럽 전체 물가가 뛰자 유럽중앙은행은 어쩔 수 없이 기준금리를 올려야만 했고, 프랑스도 이에 타격을 입은 것이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밀가루, 달걀, 버터, 포장재 등 재료 전반의 가격이 폭등했고 이는 국민의 생활을 어렵게 만들었다.

프랑스는 식량자급률이 150%를 넘는 유럽에서 손꼽히는 농업 강국이다. 그런데 비료의 원료인 러시아산 암모니아와 암모니아를 만들 수 있는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프랑스에 제대로 들어오지 못했고, 비료 가격은 나날이 뛰어올랐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지원을 이유로 우크라이나 농산물이 대량으로 프랑스에 들어오면서 프랑스 농산물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 유럽연합의 국가들과 함께 러시아를 등졌다. 그로 인해 코로나19 이후 잠시 성장세를 보이던 프랑스 경제가 다시 하락 국면을 맞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정부의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정부지출을 축소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의 지출을 국방비 등에서 줄인 것이 아니라 민생과 관련한 부분에서 줄였다.

프랑스는 전력·가스요금 상한선을 폐지했고 기업에 대한 국가지원을 축소했다. 또한 노동시장 지원 조치와 실업수당 지출도 없앴다. 여기에 국민이 더 오래 일하고 더 늦게 받는 이른바 ‘연금개혁’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런 정책에 반발한 프랑스 국민은 6월 6~9일까지 진행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정부의 지출을 다시 늘려야 한다는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RN)에 표를 몰아줬다. 

이에 9일 마크롱 대통령은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고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의 승부수가 오히려 프랑스의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17일 프랑스 증시에서 최근 1주 동안에만 2,580억 달러(약 356조 4,270억 원)가 빠져나갔다고 보도했다. 또한 프랑스 국채의 투자 위험성을 나타내는 프랑스-독일 10년물 가산 금리는 이날 81.1bp(1bp=0.01%포인트)까지 치솟으며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을 좇아 반러 정책을 펼친 프랑스는 경제·정치적으로 모두 불안한 나라로 되었다.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전반 국가들도 비슷한 처지다. 서방의 몰락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 하겠다.

 

 

김영란 주권연구소 객원연구원